AI·수업
결과물이 아니라 이해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수학자들의 'AI 시대' 논쟁이 학습에 던지는 질문
AI가 결과물을 대신 만드는 시대, 이해했다는 증거는 무엇인가. 수학자 마지의 기고문을 영어 학습과 평가에 옮겨 읽습니다.

2026년 10월 18일, 수학자 테렌스 타오(Terence Tao)의 블로그 'What's new'에 글 한 편이 올라왔다. 제목은 「수학(그리고 과학)에게 황금기가 올까, 암흑기가 올까?」(원제 "Will it be a golden age or a dark age for mathematics (and science)?")다. 글머리에는 이것이 프란체스코 마지(Francesco Maggi)의 기고문이며, 원래 다른 파일 형식으로 쓰였고 AI로 변환했다는 타오의 부기가 붙어 있다. 즉 이 글의 주장은 타오가 아니라 마지의 것이다. 이하 '필자'는 마지를 가리킨다.
수학 연구 이야기를 영어 학습 블로그에서 다루는 이유는 하나다. 필자가 던진 질문이 입시 현장의 질문과 구조가 같다. 기계가 결과물을 대신 만들 수 있게 되었을 때, 사람이 그것을 이해했다는 사실은 무엇으로 확인하는가. 이 칼럼은 원문이 실제로 말한 것과, 그것을 학습·평가에 옮겨 읽은 이 칼럼의 해석을 구분해서 적는다.
원문이 말한 것
필자는 먼저 대규모 언어모델(LLM)이 수학적 증명을 만드는 능력이 실제로 인상적이라고 인정한다. 그러면서 한 가지 문제를 짚는다. 필자에 따르면 LLM은 증명 보조 도구 Lean으로 쓰는 증명에 강한데, 어려운 정리일수록 Lean 증명이 수십만 줄에 이르고, 그것을 자연어로 옮긴 설명은 더 엉성하고 원본에 덜 충실해지는 경향이 있다. 필자는 그 이유를 아직 모른다고 쓴다. 결과적으로 옳지만 우리가 직접 읽을 수 없는 증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이 글의 핵심 질문을 던진다.
"Without human understanding, why do we care about studying mathematics, or even obtaining proofs, beyond benchmarking LLMs?" — 프란체스코 마지, 테렌스 타오 블로그 기고문 (번역: 인간의 이해가 없다면, LLM 성능을 재는 일 말고 우리가 수학을 공부하고 증명을 얻는 이유는 무엇인가?)
필자의 답은 분명하다. 기계가 정리를 증명한다고 해서 수학이 끝났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며, 이해하는 사람이 없으면 인간의 수학도 없다고 쓴다. 그래서 오히려 수학자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결론이다.
필자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황금기는 LLM을 연구 생태계에 신중하게 통합해 새로운 세대의 연구자를 키우고 열린 연구 환경을 지키는 경우다. 암흑기는 단기적으로 성과는 폭발적으로 늘지만 인간의 독립적인 연구 활동은 약해지고, 지식 생산이 소수에게 집중되며, 그 소수조차 자신이 만든 지식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다. 필자는 현실이 두 시나리오가 섞인 모습일 것이라고 본다.
교육과 직접 닿는 대목: 여섯 번째 논점
학습자료를 만들고 가르치는 사람에게 가장 직접적인 것은 여섯 번째 논점이다. 필자는 수학자들과 나눈 대화에서 받은 인상으로, 뛰어난 결과 하나로 실력을 증명하던 전통적인 인정 방식이 몇 주 사이에 사실상 무너졌다는 정서가 지배적이라고 전한다. 그리고 이것이 과장일 수 있다고 스스로 단서를 단다.
"A strong mathematical result, by itself, can no longer be taken as convincing evidence of a student's independent mathematical abilities." — 프란체스코 마지 (번역: 강력한 수학적 결과 하나만으로는 더 이상 학생의 독립적인 수학 능력을 입증하는 확실한 증거로 볼 수 없다.)
필자는 LLM이 어떻게 지시받았고 그 지시가 결과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가 투명하지 않은 한, 개인의 능력 평가는 개별 판단에 기댈 수밖에 없고 그 판단은 사람 대 사람의 더 깊은 상호작용에 바탕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쓴다. 또 집중적인 LLM 사용이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은 대체로 알려져 있지 않으며, 오래 사용해 본 수학자들의 일화적 증언에서 주의력·동기·이해의 깊이가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전한다. 이 부분은 연구 결과가 아니라 필자가 전해 들은 증언이라는 점을 짚어 둔다.
필자가 이어서 던지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지능을 키워 주는 방식으로 LLM을 쓰면서도, 전문성이 길러지는 바로 그 인지 활동을 점점 맡겨 버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영어 학습에 옮겨 읽기
먼저 선을 긋는다. 원문은 수학 연구와 학술 출판을 다룬다. 중고등학생의 영어 학습이나 내신·수능을 다룬 글이 아니며, 필자도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아래는 이 칼럼의 해석이다.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필자의 우려를 학습 현장에 옮기면 평가의 문제로 모인다. 가정에서 한 영작 숙제나 완성된 글은 이제 학생 본인이 쓴 것인지 알기 어렵다. 필자가 수학 연구에서 결과 하나로는 독립적 능력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한 대목이 그대로 대응한다. 그렇다면 이해했다는 증거는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에서 찾아야 한다. 필자가 말한 사람 대 사람의 더 실질적인 상호작용을 수업에 옮기면, 학생이 방금 쓴 문장을 왜 그렇게 썼는지 말로 설명하게 하는 일이 된다.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둘째 시사점은 AI를 쓰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필자 자신이 연구에 도움이 되는 모든 도구를 활용해야 한다고 쓴다. 문제는 무엇을 맡기느냐다. 필자가 경계한 것은 전문성이 길러지는 활동 자체를 위임하는 일이다. 영어에서 그 활동은 어휘를 문장 안에서 떠올려 쓰는 일, 문장 구조를 스스로 분해해 보는 일, 틀린 곳을 직접 고치는 일일 것이다. 반대로 채점이나 자료 정리처럼 학습의 핵심이 아닌 일은 맡겨도 좋을 것이다. 어디까지가 핵심 활동인지는 학습자와 수준마다 다르고, 이것은 원문이 아닌 이 칼럼의 추정이다.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셋째 시사점은 학습자료의 설계다. 정답을 알려 주는 자료와 학생이 스스로 쓰고 비교하게 만드는 자료는 AI 시대에 역할이 갈린다. 정답 확인은 어디서나 가능해졌으므로, 자료의 가치는 학생이 직접 쓰고, 틀리고, 힌트를 줄여 가며 다시 쓰는 단계를 얼마나 잘 만들어 두었는가에 있다. 같은 문장을 힌트가 있는 형태에서 없는 형태로 단계적으로 바꿔 풀게 하는 식의 구성이 그 예다.
수험생과 학부모가 가져갈 것
수험생에게는 단순한 기준이 하나 남는다. 시험장에서는 AI가 없다. 평소에 AI의 도움으로 완성한 결과물이 아니라, 도움 없이 혼자 떠올려 쓸 수 있는 정도가 실제 실력이다. 학부모에게는 자녀가 낸 과제물의 완성도보다 그 과정을 말로 설명할 수 있는지를 보라는 쪽으로 읽을 수 있다. 다만 이것 역시 원문의 결론이 아니라 이 칼럼의 해석이다.
마지막으로 원문의 한계도 적어 둔다. 필자는 자신이 말한 정서와 일화가 과장일 수 있다고 인정하며, 확정적인 예측보다 "불확실한 시기"라는 인식을 강조한다. 이 글에서 확정적으로 얻을 것은 처방이 아니라 질문이다. 결과물이 아니라 이해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직접 풀어 보며 힌트를 줄여 가는 영어 학습 자료가 필요하시다면 MakeItClear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Francesco Maggi, 「Will it be a golden age or a dark age for mathematics (and science)?」, Terence Tao 블로그 'What's new' 게재, 2026년 10월 18일, terrytao.wordpress.com. 인용문의 한국어는 이 글의 번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