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정책
검사는 한 번 묻고 위기는 매일 말한다: 정서·행동특성검사가 놓치는 신호
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정상'이었던 학생들의 위기 신호를 학교가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EBS 보도를 바탕으로 분석한다. 도움 상담전화 109·1388.

자살로 사망한 학생 열 명 가운데 여덟 명은 학교의 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정상'이었다. EBS 뉴스가 2026년 7월 30일 보도에서 제시한 이 수치는 한국 학교의 학생 정신건강 안전망이 어디에서 비는지를 한 줄로 보여준다. 검사는 있었고, 결과도 있었다. 그런데 결과가 위기를 가리키지 않았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청소년 사망원인 1위는 14년째 자살이고, 지난해 자살로 사망한 10대는 396명으로 10년 사이 45% 늘었다.
이 보도를 검사 제도의 실패담으로만 읽으면 절반만 읽는 것이다. 보도에 출연한 문혜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문상담위원장의 진단은 검사가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검사가 포착할 수 없는 종류의 신호를 학교가 받아 줄 사람과 체계가 없다는 것이다. 이 칼럼은 그 진단을 구조의 문제로 다시 읽는다.
한 번의 검사는 이후의 변화를 모두 포착하기 어렵다
문 위원장에 따르면 고위험군 선별검사는 자기보고식이다. 어려움을 숨기거나 낙인을 우려해 사실과 다르게 답하는 학생이 있고, 검사 시점에는 드러나지 않다가 이후 갑자기 위기에 놓이는 학생도 있다. 열 명 중 여덟 명이 '정상'으로 나온 이유의 일부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문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현행 고위험군 선별검사는 자기보고식이어서, 한 시점의 응답만으로 이후의 위기를 모두 포착하기는 어렵다.
반면 위기 신호는 시간이 지나며 나타난다. 문 위원장은 학생들이 힘들다는 말을 직접 하기보다 자해, 결석, 무기력, 관계 단절 같은 방식으로 구조 신호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이런 신호는 한 번의 문항만으로는 놓칠 수 있으며, 학생을 지속적으로 만나는 담임교사와 전문상담교사가 변화의 맥락을 누적해 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문 위원장의 판단이다. 구조적으로 보면 문제는 검사의 정확도가 아니라 검사와 관찰 사이의 공백이다. "검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문 위원장의 말은 그 공백을 가리킨다.
도움이 필요할 때. 자녀나 학생에게서 이런 변화가 보이거나, 본인이 힘든 마음을 겪고 있다면 혼자 견디지 않아도 됩니다. 자살예방상담전화 109(24시간), 청소년전화 1388(24시간)에서 전문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문 상담과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보도가 제시한 수치. 지난해 자살로 사망한 10대는 396명으로 10년 사이 45% 증가(EBS 보도 기준). 자살로 사망한 학생 10명 중 8명은 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정상'. EBS 뉴스 보도에 따르면 전문상담교사는 학교당 0.5명 수준이다. 문혜은 위원장에 따르면 제도 도입 20년이 지났지만 학교 절반 가까이에는 전문상담교사가 상주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상담교사가 상주하지 않는 학교가 절반 가까이다
신호를 매일 볼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보도는 두 직군을 든다. 담임교사와 전문상담교사다. 그런데 전문상담교사 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음에도 학교 절반 가까이는 상담교사가 상주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 위원장의 설명이다. 순회교사나 외부 상담사가 여러 학교를 오가는 구조에서는 학생의 작은 변화를 지속적으로 살피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이것이 검사 결과와 실제 위기 사이의 괴리를 만드는 핵심 변수다. 검사 이후의 관찰과 개입의 밀도는 상담교사가 상주하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 사이에서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문 위원장이 상담 인력의 우선 배치 기준으로 학생 수뿐 아니라 위기 학생 비율과 농산어촌처럼 상담 접근성이 낮은 여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은, 이 밀도의 격차를 줄이자는 뜻으로 읽힌다.
반복된 대책의 한계, 문 위원장의 평가
보도에 따르면 6월 9일 발표된 범정부 대책은 예방·감지·개입·회복·기반의 5단계 전략을 제시했다. 문 위원장은 이를 학생 자살을 국가적 과제로 인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비슷한 대책은 그동안 여러 차례 발표됐고 학교가 체감할 만큼 달라진 것은 많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전교조가 TF를 꾸린 목적도, 문 위원장에 따르면 기존 5단계 전략이 학교에서 작동하지 않은 이유를 현장의 목소리로 분석해 근거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데 있다.
올해 다시 본격화되는 청소년 심리부검에 대한 문 위원장의 설명도 같은 맥락에 있다. 학교가 작성하는 학생자살 사망 사안보고서는 학생이 학교에서 보인 모습과 확인된 사실만 담을 수 있어 삶 전체를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심리부검 결과와 보완적으로 활용해 학교 밖 요인까지 분석하고 국가 차원의 정책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보면 이는 사후 분석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사전 관찰의 문제다. 학교가 무엇을 볼 수 있고 무엇을 볼 수 없는지를 정직하게 나누는 데서 대책이 시작된다.
신호를 받는 체계는 학교와 가정과 지역사회를 잇는다
문 위원장이 제안한 대안의 마지막 항목은 학교와 가정·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지원체계다. 이 칼럼의 추론으로는, 문 위원장이 든 구조 신호, 곧 결석과 무기력과 관계 단절은 학교 안에서만 관찰되는 신호가 아니라 가정과 지역사회의 어른들도 마주치는 종류의 변화다. 그렇다면 체계의 핵심은 누가 먼저 보느냐보다, 본 사람이 그 신호를 어디로 전달해야 하는지 알고 있느냐에 있다. 개입은 전문 인력의 몫이지만, 전달 경로가 없으면 관찰은 관찰로 끝난다.
문 위원장은 청소년 자살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와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말을 좁게 읽으면 학교의 상담 인력 문제이고, 넓게 읽으면 학생을 매일 보는 모든 어른이 신호를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 아는 체계의 문제다. 열 명 중 여덟 명이 '정상'이었다는 수치는 검사를 늘리자는 근거가 아니라, 검사 바깥의 눈을 연결하자는 근거다.
한 번의 검사만으로는 이후에 나타나는 위기 신호를 모두 포착하기 어렵다. 보도는 학생을 지속적인 상담과 필요한 지원으로 연결하는 체계가 중요하다고 전한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상담전화 109(24시간) 또는 청소년전화 1388(24시간)에서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출처: EBS 뉴스 보도 — 학생 정서·행동특성검사와 위기 신호 (박광주 기자, 2026-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