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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수업

무엇을 보여주는가에서 왜 계속 머물게 하는가로: AI 챗봇 시대 청소년 보호의 단위가 바뀌었다

청소년 94.4%가 쓰는 AI 챗봇, 위험은 답변이 아니라 중독적 설계에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대담을 바탕으로 14~18세 보호 공백과 해외 규제 흐름을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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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보여주는가에서 왜 계속 머물게 하는가로: AI 챗봇 시대 청소년 보호의 단위가 바뀌었다

온라인 유해성을 따질 때 우리는 오랫동안 하나의 질문을 던져 왔다. 무엇을 보여주는가. 그래서 대응도 같은 모양이었다. 문제가 되는 게시물을 삭제하고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 김나정 입법조사관보가 EBS 뉴스 대담에서 제기한 문제는 이 질문의 단위 자체를 바꾼다. AI 챗봇의 위험은 특정 답변의 내용뿐 아니라, 이용자가 계속 머물고 관계를 깊게 맺도록 만드는 서비스 설계 구조에서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유해성의 단위가 콘텐츠에서 설계로 옮겨 가는 순간 지금까지의 보호 장치는 대부분 과녁을 잃는다.

이 대담을 청소년 AI 사용 실태 보도로만 읽으면 절반이다. 구조적으로 보면 이것은 게시판 시대에 만들어진 법과 대화형 AI 시대의 위험 사이에 벌어진 간극에 대한 보고서다.

이용자 수가 아니라 이용 시간이 말하는 것

대담에서 인용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2026년 조사에 따르면 만 14세 이상 아동·청소년의 94.4%가 AI 챗봇을 경험했다. 김나정 조사관보는 최근 조사들이 대상과 문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대다수 청소년이 생성형 AI나 챗봇을 일상적으로 쓴다는 점을 확인해 준다고 말했고, 그중 절반 가까운 청소년은 자해·자살의 구체적 방법이나 불법행위를 처벌받지 않고 하는 방법 같은 위험한 질문에 대해서도 AI로부터 실제 답변을 받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관보가 더 우려한 것은 이용 시간 데이터다. 챗GPT처럼 이용자 수가 많은 서비스보다 제타 같은 캐릭터 기반 서비스의 1인당 이용 시간이 압도적으로 길다는 것이다. 더 적은 수의 이용자가 훨씬 깊이 몰입해 쓰고 있다는 뜻이고, 조사관보는 이를 중독에 가까운 이용 패턴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표현했다. 이 칼럼의 해석을 보태면, 이용자 수는 도구의 보급을 말하고 1인당 시간은 관계의 깊이를 말한다. 위험은 후자에 있다.

대담에서 제시된 수치와 구분. 만 14세 이상 아동·청소년 AI 챗봇 경험 94.4%(초록우산어린이재단, 2026). 위험한 질문에 실제 답변을 받은 청소년 절반 가까이(김나정 조사관보가 인용한 최근 조사들 기준). 캐릭터 기반 서비스의 1인당 이용 시간이 대형 범용 서비스보다 압도적으로 긺. 개인정보보호법상 법정대리인 동의는 만 14세 미만,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은 19세 미만.

왜 설계가 청소년에게 더 위험한가

조사관보의 설명은 뇌 발달에서 출발한다. 아동·청소년은 보상에 반응하는 신경계가 성인보다 활성화돼 칭찬이나 공감 같은 긍정적 피드백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이용을 스스로 중단하거나 위험한 정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능력은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다. 여기에 AI 챗봇이 이전 대화를 기억해 맞춤형 답변을 만들고 대화 중 칭찬과 공감을 계속 던지는 설계, 그리고 캐릭터 기반 AI처럼 이용자가 설정한 세계관과 관계가 결합되면 정서적 의존은 한층 깊어진다는 것이다.

조사관보는 모든 청소년이 곧바로 과의존에 빠진다는 뜻은 아니라고 단서를 달았다. 다만 외롭거나 정서적으로 취약한 아이들에게는 이 의존이 현실 회피와 판단 왜곡,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어 성인보다 높은 수준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칼럼의 독법으로는 여기에 학원과 학부모가 놓치기 쉬운 지점이 있다. 아이가 챗봇에 무엇을 물었는지보다, 어떤 챗봇을 하루에 얼마나 오래 쓰는지가 먼저 확인할 신호라는 것이다.

해외는 기능의 위험도로 나눈다

조사관보는 해외 대응을 두 흐름으로 정리했다. 하나는 미국·캐나다·유럽연합처럼 정서적 관계를 맺도록 만든 설계나 기능 자체를 직접 규제하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영국·노르웨이처럼 위험한 기능을 기준으로 연령을 차등화하는 방식이다. 조사관보에 따르면 영국은 일반 SNS는 16세 미만 이용을 금지하지만 로맨틱 동반자 AI처럼 정서적 의존 위험이 큰 서비스는 18세 미만 전체를 보호 대상으로 두고, 노르웨이는 중학생 이상이 되어야 교사 감독 하에서만 생성형 AI를 쓸 수 있다.

방식은 달라도 공통점은 하나라는 것이 조사관보의 요약이다. 콘텐츠를 사후에 걸러내거나 AI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이 큰 기능일수록 더 강한 안전설계와 책임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이 구분이 중요하다. 전면 금지와 사후 삭제는 모두 설계를 건드리지 않는다. 설계를 겨냥하는 규제만이 이용자가 계속 머물게 만드는 구조 자체에 책임을 묻는다.

14세에서 18세, 법이 비워 둔 자리

한국의 현행 규제는 어디에 있는가. 조사관보의 표현을 빌리면 지금 우리 법은 인터넷 게시판 시대의 위험을 다루도록 만들어져 게시물에 대한 사후 대응에 머물러 있다. 신설된 인공지능기본법에 고영향 AI 위험관리 체계가 있지만, 그 기준이 신체·안전·기본권에 대한 직접적 영향 여부에 맞춰져 있어 중독적 설계처럼 비가시적인 위험은 규율 대상에 잘 포섭되지 않는다는 것이 조사관보의 진단이다.

더 구체적인 공백은 연령 구간에 있다. 조사관보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법은 만 14세 미만에 대해 법정대리인 동의를 요구하고, 14세부터는 부모 동의 없이 데이터 수집과 알고리즘 추천에 스스로 동의할 수 있다. 그 결과 AI를 가장 활발히 쓰는 14세에서 18세 청소년은 청소년보호법상 19세 미만 청소년이면서도 성인과 같은 알고리즘 환경에 그대로 노출된다. 청소년보호법이 막는 유해매체물도 성인물·사행성·술·담배 같은 전통적 범주 중심이라 AI 추천 알고리즘이나 중독적 설계는 애초에 대응 범위 밖이다. 조사관보는 모든 법의 연령을 하나로 통일하기보다 기능과 위험 수준에 따라 이용 가능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혀 가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이 공백이 학원가에 던지는 질문은 규제가 오기 전까지 누가 그 자리를 메우느냐다. 학습용 AI를 도입하는 학원이라면 그 도구가 아이를 얼마나 오래 붙잡도록 설계됐는지를 기능 목록보다 먼저 물어야 하고, 학부모라면 14세라는 문턱 이후 아이가 성인과 같은 알고리즘 환경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위험의 단위가 콘텐츠에서 설계로 옮겨 갔다. 무엇을 보여주는지를 묻던 보호 장치는, 이제 왜 계속 머물게 만드는지를 물어야 한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상담전화 109(24시간) 또는 청소년전화 1388(24시간)에서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출처: EBS 뉴스 — AI 챗봇도 '중독 설계'…청소년 보호는? (송성환 기자, 김나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보 대담, 202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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