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수업
93.7%가 필요하다는데 41%만 계획이 있다: 대학 AI 전환 격차는 입구에서 벌어진다
대교협 총장 설문으로 본 대학 AI 전환의 재정 격차. 계획 추진 41%, 대규모 64.9% 대 소규모 21.1%, 기초학문 위축 45.8%의 구조를 분석한다.

대학의 93.7% 이상이 AI 인프라, 교육과정, 교수 역량 전 분야에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향후 3년간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대학은 41%였다. EBS 뉴스가 전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총장 설문 결과다. 대교협은 6~7월 전국 4년제 대학 192곳의 총장을 대상으로 조사했고 144곳이 응답했다. 필요하다는 인식과 실제 계획 사이의 최소 52.7%포인트 간격이 이 조사의 핵심이다. 이 칼럼은 그 간격을 돈의 문제로만 읽지 않는다. 구조적으로 보면 그것은 규모의 문제이고, 규모의 문제는 곧 격차의 문제다.
필요는 알지만 계획은 없다
EBS 보도에 따르면 재원 부족으로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는 대학이 37.5%, 아직 검토 단계라는 대학이 18%였다. 투자비를 전액 자체 조달할 수 있다고 답한 대학은 한 곳도 없었고, 89.4%는 정부의 상당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총장들이 현재 가장 관심을 두는 영역을 최대 5개까지 고르게 한 문항에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지원 사업이 79.9%로 1위였고, 2023년 첫 조사 이후 줄곧 1위다.
이 수치들을 나란히 놓으면 대학의 AI 전환은 기술 과제라기보다 재정 과제로 정의돼 있다.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그것이 문제의 절반이다. 전액 자체 조달이 가능한 대학이 한 곳도 없다는 응답은 재원의 절대량 부족을 말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41%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자체 재원만으로 전액을 조달하기 어렵다는 응답은 공통적인데 결과는 갈린다. 무엇이 갈랐는가.
64.9% 대 21.1%, 갈라놓은 것은 규모다
보도가 든 답은 규모다. 대규모 대학은 64.9%가 투자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지만 소규모 대학은 21.1%에 불과했다. 세 배가 넘는 차이다. 황대훈 기자는 AI 전환이 교육 혁신의 기회인 동시에 대학 간 격차를 더 벌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 칼럼은 여기에 한 층을 더한다. 이 칼럼의 관점에서는 격차가 AI 전환의 결과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AI 전환에 들어가는 입구에서 이미 드러나 있다고 읽힌다.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대학과 세울 수 없는 대학은 투자가 시작되기 전에 갈리는 셈이다.
정부 지원이 이 격차를 줄일지는 지원의 설계에 달렸다. EBS 보도에 따르면 대교협은 소액 기부 세액공제를 제안하면서, 기부금이 수도권 일부 유명 대학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지역대학 지원 재원과 연계하는 가칭 '대학상생기금'도 함께 제안했다. 재원 확충 방안마다 격차 완화 장치를 덧붙여야 하는 상황 자체가, 이 칼럼이 보기에 대학 재정의 현재 구조를 말해 준다.
대교협 총장 설문 주요 수치(EBS 보도 인용). 응답 144곳/192곳. AI 투자 확대 필요 93.7% 이상, 3년 내 투자 계획 추진 41%, 재원 부족으로 계획 미수립 37.5%, 검토 단계 18%. 정부의 상당한 지원 필요 89.4%, 전액 자체 조달 가능 0곳. 대규모 대학 계획 추진 64.9% 대 소규모 21.1%. 기초·순수학문 학과 유지 어려움 36.8%, 정원 축소 중 9%.
융합인재를 키우겠다며 기초를 줄인다
조사에서 대학들이 앞으로 가장 역점을 둘 방향으로 압도적으로 꼽은 것은 AI를 각 전공에 접목하는 융합인재 양성이었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기초·순수학문 학과는 36.8%가 학생 수요 감소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답했고 9%는 정원을 축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둘을 합치면 45.8%가 위축된 상태다. 보도는 AI 융합교육을 강조하면서도 그 바탕이 되는 기초학문의 기반은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칼럼의 관점에서 이것은 재정난이 만든 가장 조용한 모순이다. 융합은 접목할 대상이 있어야 성립하는데, 응답 대학의 45.8%가 기초·순수학문 학과의 유지가 어렵거나 이미 정원을 줄이고 있다고 답했다. 학생 수요를 따라 정원을 옮기는 것은 개별 대학으로서는 합리적 선택이지만, 그 선택이 모여 만드는 결과는 융합의 토대를 스스로 좁히는 것이다. 재정 지원이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지를 묻는다면, 이 수치는 AI 인프라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총장들이 1순위로 요구하지 않은 것
재원 마련 방안에서 총장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것은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에 대한 정부 전입금 확대였다. 우선순위 가중치를 반영한 점수로 289점이었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구조 개편을 통한 고등교육 재원 재배분은 177점으로 2위, 고등교육세 등 법정 재원 마련이 171점으로 3위였다. 황 기자는 정부가 초·중등교육 예산을 삭감해 대학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대학들은 이를 1순위로 요구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기정 대교협 회장도 초·중등 재원은 보장하되 세수 증가로 자동 확대되는 추가 재원을 활용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 칼럼이 이 대목을 눈여겨보는 이유는, 교부금 개편 논쟁이 흔히 대학 대 초·중등의 대결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총장들의 응답은 그 구도와 다르다. 한정된 교육재정을 나눠 갖기 위해 다투기보다 고등교육 투자 총량을 늘려 달라는 요구다. 대교협은 특별회계가 한시적 제도인 만큼 장기적으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같은 항구적 재원 기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학생 확보 쪽에서도 같은 구조가 보인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관심사로 꼽은 대학은 60.4%로 국내 신입생 모집 45.8%보다 많았다. 정부는 2027년까지 유학생 30만 명 유치를 추진하고 있고 2025년 기준 이미 25만 3천 명을 넘어섰다. 보도는 유학생을 정원과 등록금을 보충하는 수단으로만 봐서는 안 되며, 특히 지역대학에서는 지역의 인구 감소와 산업인력 부족을 함께 푸는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칼럼의 관점에서 AI 전환의 격차는 투자가 끝난 뒤가 아니라 계획 단계에서 이미 드러난다. 대규모 대학 64.9%와 소규모 대학 21.1% 사이를 무엇으로 메울지가 대학 재정 논쟁의 진짜 질문이다.
출처: EBS 뉴스 — AI 전환 급한데 돈이 없다…대학의 해법은? (황대훈 기자, 대교협 총장 설문, 2026-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