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정책
방향이 아니라 순서의 문제: 교부금과 수능 개편이 같은 비판을 받은 이유
내국세 20.79% 교부금 조정과 서·논술형 수능 도입 논의가 국회에서 동시에 비판받았다. 두 개편이 공유하는 구조적 문제, 기준 합의 전에 결론의 형식이 먼저 나온 순서를 짚는다.

한국 교육의 핵심 현안 둘이 한 보도에 나란히 올랐다. EBS 뉴스12의 8월 13일 보도는 국회에서 제기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과 수능 개편 두 사안을 함께 다뤘고, 두 사안에 대해 나온 지적은 표현만 다를 뿐 하나였다. 소통과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칼럼은 이 두 사안을 따로 읽지 않는다. 돈의 개편과 시험의 개편은 서로 다른 부처와 기구가 맡고 있지만, 지금 드러난 문제의 구조는 같다. 이 칼럼은 두 사안을 결정의 논리보다 시간표와 절차가 앞서 보이는 문제로 읽는다.
학생 수의 논리와 학급 수의 논리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내국세의 20.79%가 교육교부금으로 자동 배분되는 현행 방식을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기획예산처와 교육부가 막판 조율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에서 나온 질책은 교육부가 재정 당국에 안정적인 교육재정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내국세 연동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으며, 기획예산처와 거의 매일 만나 조율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논쟁의 핵심 쟁점을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낸 것은 강경숙 의원(조국혁신당)의 질문이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니 교부금도 줄어야 한다고 하지만, 학생이 10명이건 20명이건 학급이 하나로 운영되는 것은 같지 않느냐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보면 이 한 문장에 교부금 논쟁의 두 계산법이 들어 있다. 이 칼럼은 이 발언을 학생 수에 비례하는 비용 계산과 학급이라는 단위에 고정되는 비용 계산이 충돌하는 문제로 읽는다. 이 칼럼은 이를 학급 수가 유지될 때 운영 부담이 학생 수에 단순 비례해 줄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 제기로 읽는다. 어느 쪽이 맞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순서다. 이 칼럼은 '비율 조정'에 앞서 학생 수와 학급 수라는 두 계산의 기준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본다.
보도가 전한 쟁점 정리. 교부금: 내국세 20.79% 자동 배분 방식의 조정 검토(기획예산처·교육부 조율 중), 교육부는 연동 비율 유지 입장이다. 수능: 국가교육위원회 특위에서 절대평가·서·논술형 문항 도입 논의 중, 논의 내용의 외부 유출을 둘러싼 절차 문제 제기.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 서·논술형 도입 시 학원에 갈 필요 없이 폭넓은 독서로 충분하다는 입장.
유출된 것은 내용이 아니라 순서다
수능 쪽의 지적은 더 절차적이다. 보도에 따르면 국가교육위원회 특위에서 논의 중이던 수능 절대평가와 서·논술형 문항 도입 내용이 외부에 알려진 과정을 두고 절차상 문제가 제기됐다. 백승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특위 단계의 논의 내용이 유출된 사건이 절차가 준수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했고, 이인선 의원(국민의힘)은 수능을 논술로 바꾸고 절대평가를 하는 문제는 시간을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은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하는 논의에서 내용을 비공개로 유지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여야가 다른 표현으로 같은 것을 지적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한쪽은 절차를, 다른 쪽은 시간을 말했지만 둘 다 결론의 내용이 아니라 결론에 이르는 순서를 문제 삼았다. 입시 제도에서 순서가 내용만큼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이 칼럼의 관점에서는, 방향이 먼저 알려질 때 학교·학원·가정이 이에 맞춰 움직일 유인이 생기고 그 반응이 논의를 압박할 수 있다. 이 관점에서 유출은 정보 공개의 문제를 넘어 시장이 먼저 반응할 가능성을 낳는 문제로 읽힌다.
'독서로 충분하다'는 말의 무게
차정인 위원장의 발언은 이 보도에서 가장 논쟁적인 대목이다. 한국 교육 여건에서도 서·논술형 평가 도입은 가능하며, 도입되더라도 시험 기술을 위해 학원에 갈 필요는 없고 폭넓은 독서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칼럼은 이 발언의 진의를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발언이 향하는 대상과 발언이 작동할 현실 사이의 거리는 짚어야 한다.
이 칼럼의 추론으로는 '학원에 갈 필요가 없다'는 말은 제도 설계자의 의도를 표현한 것이지 시장의 반응을 예측한 것은 아니다. 이 칼럼은 점수가 매겨지는 평가에서는 점수를 높이는 방법을 상품화하려는 유인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서·논술형이 독서로 준비되는 시험이라면 독서가 상품이 될 것이고, 그 상품을 가장 먼저 만드는 곳은 공교육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제도가 지향하는 바를 지키는 방법은 '학원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학원이 개입할 여지를 평가 설계 안에서 줄이는 것이다. 이 역시 준비의 문제이고, 국회가 주문한 '충분한 준비와 검토'가 가리키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두 개편이 같은 시험대에 선 이유
보도는 교육재정과 대입제도 모두 큰 변화가 예고된 만큼 교육 당국의 적극적인 소통과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문으로 끝난다. 이 칼럼의 독법으로는 두 사안이 같은 보도에서 같은 비판을 받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교부금은 아직 '검토' 단계인데 어떤 기준으로 얼마를 배분할지보다 배분 방식의 손질 여부가 먼저 논의되고 있고, 수능은 아직 특위 '논의' 단계인데 논의 내용이 확정 전에 외부로 알려졌다.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둘 다 결론의 형식이 논리보다 앞서 움직인 경우로 읽힌다.
이 칼럼의 관점에서 학교·학원·가정이 확정 전 제도에 대응할 때 취할 수 있는 선택은 제한적일 수 있다. 확정되지 않은 제도에 맞춰 먼저 움직이는 쪽이 늘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지만, 그 움직임이 제도를 바꾸는 압력이 된다면 지금의 조급함은 다음 제도의 모양에 반영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돈의 개편도 시험의 개편도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순서였다. 기준이 합의되기 전에 결론의 형식이 먼저 나온 제도는, 어느 쪽으로 정해지든 준비되지 않은 채 도착한다.
출처: EBS 뉴스12 — 교부금·수능 개편 도마에…"소통·준비 부족" (박광주 기자, 2026-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