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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정책

제목은 111억, 장부는 5천억: 서울교육청 추경을 읽는 법

서울시교육청 2026 제2회 추경 1조 1,711억 원의 항목을 금액순으로 다시 세우면 제목(3세 무상교육 111억)과 장부(시설 5,432억)의 비대칭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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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111억, 장부는 5천억: 서울교육청 추경을 읽는 법

서울시교육청이 8월 10일 1조 1,711억 원 규모의 2026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EBS 뉴스 금창호 기자의 보도가 제목으로 뽑은 것은 '2학기부터 3세 무상교육'이다. 내년부터 3세 유아에게도 교육비를 지원하겠다는 교육부 계획보다 한발 앞서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할 계획이고, EBS 보도에 따르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3세 유아 3만 5천 명이 새로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은 111억 원이다.

111억 원은 1조 1,711억 원의 1%에 못 미친다. 이 칼럼이 주목하는 것은 정책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이 비율이다. 추경의 제목과 추경의 장부가 가리키는 곳이 서로 다르다.

제목은 유아, 장부는 건물

보도가 전한 추경의 주요 항목을 금액순으로 다시 세우면 그림이 바뀐다. 폭염과 한파 등 이상기후에 대비한 냉·난방 설비와 안전시설 개선에 3,290억 원. 노후 화장실이 남아 있는 학교 230곳의 환경 개선에 2,142억 원. 3세 무상교육 111억 원. 학교 출입문과 복도, 계단에 CCTV를 설치하도록 지난 2월 초·중등교육법이 개정된 데 따른 설치 지원 45억 원. 학교현장체험학습의 안전인력과 프로그램 운영비, 사전답사와 버스 임차료 지원 22억 원이다.

보도에 언급된 항목만 더해도 시설과 안전에 5,477억 원이 예산안에 반영돼 있다. 전체의 절반 가까이가 건물과 설비로 간다. 나머지 절반이 어디에 쓰이는지는 이 보도만으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보도가 제목으로 세운 정책이 명시된 항목 가운데 가장 작은 축에 속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보도에 명시된 추경 항목(서울시교육청 기준). 이상기후 대비 냉·난방·안전시설 3,290억 원. 노후 화장실 개선(230개교) 2,142억 원. 3세 유아 학비·보육료 지원 111억 원(3만 5천 명). CCTV 설치 지원 45억 원. 현장체험학습 지원 22억 원. 총 추경 규모 1조 1,711억 원. 시의회는 8월 25일부터 9월 11일까지 심의할 예정.

왜 작은 항목이 제목이 되는가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3세 무상교육은 대상이 분명한 정책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유아 3만 5천 명이 새로 혜택을 받을 전망이라고 EBS 보도는 전한다. 화장실 개선 2,142억 원은 훨씬 큰돈이지만 어느 가정의 통장에도 직접 닿지 않는다. 둘째, 이 정책은 시점의 정치를 담고 있다. 보도는 교육부 계획보다 한발 앞서 서울교육청이 선제적으로 시행한다는 점을 짚었다. 지난달 22일 정근식 서울교육감이 유아의 첫 배움부터 평생배움까지 서울교육이 먼저 길을 열겠다고 말한 뒤 나온 첫 번째 정책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제목이 틀린 것은 아니다. 현재 무상교육비 지원 대상이 4·5세라는 점을 보도는 명시하며, 3세로의 확대는 지원 연령을 한 해 앞당기는 실질적 변화다. 다만 이 칼럼이 짚고 싶은 것은 제목의 선택이 예산의 무게를 가리는 방식이다. 이 보도의 제목만으로 추경을 접하면 111억 원짜리 정책이 먼저 기억되기 쉽고, 실제로 큰돈이 가는 곳은 냉·난방 설비와 화장실이다.

건물에 쓰는 돈은 왜 뉴스가 되지 않는가

구조적으로 보면 시설 예산은 정책이 아니라 유지에 가깝다. 폭염과 한파에 대비한 냉·난방은 새로운 교육을 여는 것이 아니라 교육이 중단되지 않게 하는 비용이다. 노후 화장실 230곳도 마찬가지다. 이런 항목은 성과로 홍보하기 어렵고, 그래서 제목이 되기보다 배경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것이 이 칼럼의 해석이다. 그러나 이 칼럼의 독법으로는 바로 이 점이 이번 추경을 읽는 열쇠다. 노후 화장실과 냉·난방 개선 예산이 함께 편성된 점은,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교육재정에서 시설 유지가 차지하는 무게를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CCTV 45억 원은 또 다른 종류의 지출이다. 법이 바뀌어 생긴 의무를 이행하는 돈이다.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법 개정에 따른 이행 비용이 예산안에 포함된 사례로 읽힌다.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이 비대칭에는 예산 보도가 소비되는 방식이 관여한다. 새 지원 대상이 생기는 정책은 수혜자가 셀 수 있고 시점이 분명해 기사 한 줄로 전달되지만, 시설 유지 예산은 개별 가구보다 학교 환경을 겨냥하는 성격이라 오히려 누구의 이야기도 되기 어렵다. 구조적으로 보면 이번 추경 보도는 '새 정책'의 언어와 '유지 비용'의 언어가 받는 주목의 차이를 드러낸 사례로 읽힌다. 이 차이가 이어진다면 냉·난방과 화장실 같은 항목은 사고가 난 뒤에야 주목받을 위험이 있다는 것이 이 칼럼의 우려다.

추경에서 드러나는 쟁점

3세 자녀를 둔 서울 가정에는 다음 달 시의회에서 예산안이 확정되면 하반기부터 학비와 보육료 지원이 적용될 예정이라는 EBS 보도가 가장 실질적인 정보다. 그러나 이 칼럼이 더 중요하게 보는 정보는 따로 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냉·난방과 화장실이 개선 대상에 들어가는지, 그리고 이번처럼 큰 시설 예산이 정기 예산이 아니라 추경으로 편성되는 이유가 무엇인지다.

제목이 된 정책은 작고 분명하며, 장부의 큰 몫은 크고 조용하다. 이 비대칭을 읽는 것이 예산 보도를 읽는 법이다. 구조적으로 보면 시의회 심의가 남아 있다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보도에 따르면 심의는 8월 25일부터 9월 11일까지 예정돼 있고,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심의 과정에서 조정될 가능성이 큰 쪽은 제목이 된 111억 원이 아니라 제목 뒤에 놓인 수천억 원의 시설 항목이다. 제목만 따라가는 독자는 그 조정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111억 원이 제목을 얻고, 예산안에 냉·난방과 화장실 개선 항목으로 반영된 5,432억 원은 제목의 전면에 서지 못했다는 것이 이 칼럼의 판단이다. 교육 예산의 무게는 제목이 아니라 장부에 있다.

출처: EBS 뉴스12 — 서울, 2학기부터 3세 무상교육…1.2조 원 추경 (금창호 기자, 202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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