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정책
객관식은 막다른 길, 논·서술형은 미완성: 대입 개편 논의가 드러낸 순서의 문제
교육부·국교위 업무보고의 논·서술형 대입 전환 논의를 분석한다. 객관식 변별의 한계와 채점 체계의 준비 순서가 왜 핵심인지 짚는다.

EBS 뉴스 보도에 따르면 2026년 8월 5일 열린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의 두 번째 업무보고는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대입 문제에 썼다. 진태희 기자의 전언으로는 이재명 대통령이 "AI가 답을 알려주는 시대에도 정답만 고르는 시험을 계속하는 것이 맞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던졌고, 국가교육위원회는 장기적으로 대입을 논·서술형 평가 중심으로 바꾸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교육부도 대입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세 주체가 같은 방향을 가리킨 자리였다.
이 칼럼이 주목하는 것은 방향의 일치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함께 드러난 균열이다.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은 "오늘은 바꾸자는 게 아니라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라고 두 차례 강조했고, 킬러문항을 두고는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장의 진단이 갈렸다.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이 균열이야말로 논·서술형 수능 논의의 실제 난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객관식의 문제는 형식이 아니라 변별이다
보도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킬러문항이다. 교육부는 "공교육 과정에서 벗어난 킬러문항은 계속 배제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면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은 상위권을 가려내는 과정에서 지금도 사실상 킬러문항이 나오고 있으며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고 기자는 전했다. 그동안 교육당국이 킬러문항을 없앴다고 강조해 온 것과는 결이 다른 진단이다.
구조적으로 보면 두 진단은 모순이 아니라 같은 현상의 두 얼굴이다.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객관식 시험이 상위권을 갈라야 하는 한 어떤 문항이든 결국 고난도가 되어야 하고, 그 고난도가 교육과정 안에 있느냐 밖에 있느냐는 경계선을 어디에 긋느냐의 문제가 된다. 기자 역시 객관식으로 상위권을 변별하려 하면 고난도 문항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이 논·서술형 개편 논의와 연결된다고 정리했다. 즉 논·서술형 전환의 진짜 동기는 "AI 시대에 맞는 인재"라는 명분 못지않게, 객관식 변별이 구조적으로 막다른 길에 이르렀다는 현실 진단에 있다고 읽을 수 있다.
보도가 전한 일정과 숫자. 국가교육위원회는 중장기 대입 개편 시안을 10월 말 공개하고 내년 3월 말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영어·한국사에만 적용되는 수능 절대평가를 국어·수학·탐구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교육부는 내신 서·논술형 평가를 위한 AI 채점 지원 시스템을 2029년까지 국가 단위로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변별을 버리면 채점이 변별이 된다
객관식 변별의 한계를 논·서술형으로 풀겠다는 구상은 문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옮기는 것이다.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논·서술형 시험에서 변별은 문항의 난도가 아니라 채점의 일관성에서 나온다. 같은 답안을 두 채점자가 다르게 읽는 순간 시험은 공정성 시비에 노출되고, 전국 단위 대입 시험에서 그 시비는 제도의 정당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는 이 지점을 이미 의식하고 있다. 학생 답안과 채점 결과를 AI가 학습해 교사의 채점을 지원하고 평가의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구상, 평가 전문가를 국가가 인증하는 제도, 출제·평가를 지원하는 전담기관 설립이 함께 추진된다. 서울과 경기교육청도 비슷한 시스템을 준비 중이라는 전언이다. 이 칼럼의 독법으로는 이 준비 목록 자체가 논·서술형 수능의 병목이 어디인지를 정직하게 말해 준다. 시험의 형식을 바꾸는 일은 선언으로 가능하지만, 답안을 같은 기준으로 읽는 체계에는 인력과 기관과 시스템이 필요하고, 그것은 만들어야 생긴다. 보도가 전한 2029년이라는 목표 연도는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형식 전환보다 채점 체계 구축이 더 긴 시간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교육부 스스로 인정한 숫자로 읽힌다.
사교육은 어느 쪽으로든 생긴다는 말의 의미
업무보고에서는 입시를 바꾸면 사교육 시장이 커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고 기자는 전했다. 차정인 위원장은 "입시가 어떻게 바뀌든 사교육은 생긴다"면서도 학교에서 시행하는 서·논술형 평가는 제시문과 채점 기준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이 답변은 절반만 답이다. 제시문과 채점 기준이 분명하다는 것은 학교 내신 서·논술형에 대한 설명이지, 상위권을 가려야 하는 대입 시험의 논·서술형에 그대로 옮겨지지는 않는다. 채점 기준이 분명해질수록 그 기준에 맞춰 쓰는 기술이 상품이 되고, 기준이 느슨해질수록 채점 시비가 커진다. 학원가가 어느 쪽에 자리를 잡을지는 이 딜레마가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입이 바뀌어야 수업이 바뀐다는 명제의 순서
보도에 따르면 차정인 위원장은 "대입이 바뀌어야 학교 수업도 바뀐다"고 거듭 강조했고, 최교진 장관은 중학교 3학년만 되면 학교 교육이 다시 입시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 칼럼은 이 명제가 제시하는 방향 자체에는 이견이 없다.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 역시 앞으로는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질문하는 사람을 길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했고, 그 인재상과 객관식 정답 고르기 사이의 간극은 이 칼럼이 보기에도 실재한다.
다만 구조적으로 보면 순서가 문제다. 대입을 먼저 바꾸면 수업은 따라오겠지만, 채점 체계와 평가 전문가와 전담기관이 준비되기 전에 대입이 먼저 바뀌면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은 학교가 아니라 사교육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이 "대입 개편을 건드려 칭찬받은 정부는 없었다"고 인정했다는 대목은 이 순서의 어려움을 아는 발언으로 읽힌다. 시안이 10월 말, 최종안이 내년 3월 말이라면 남은 질문은 논·서술형이냐 객관식이냐가 아니라, 채점 체계의 완성 시점과 대입 개편 시점 가운데 어느 쪽이 먼저 오느냐다.
이 칼럼의 관점에서 보면, 객관식 변별이 낳는 한계와 논·서술형 채점 체계가 아직 구축 단계라는 사실이 같은 보도 안에 함께 드러난다. 이 칼럼의 관점에서 2026년 여름의 대입 논의는 형식의 선택이 아니라 순서의 설계에서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출처: EBS 뉴스 — AI 시대 대입 개편…논·서술형 수능 가나 (진태희 기자, 2026-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