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정책
내신 5등급 아래의 수시: 등급이 닫은 문과 기록이 여는 문
내신 5등급 이하 수험생의 2027 수시 전략을 다룬 추민규 칼럼을 통해, 학종·면접·취업 트랙이라는 경로의 전제와 고1·고2 상담의 역할을 분석한다.

조선에듀에 실린 추민규(대치 CMG입시전략연구소장, 해민입시진학상담센터장)의 칼럼은 2027학년도 수험생 가운데 내신 5등급 이하로 수시를 고민하는 학생에게 어디에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를 다룬다. 이 칼럼이 이 글을 주목하는 이유는 추천 대학의 목록 때문이 아니다. 그 조언의 구조가 한국 입시에서 내신이 무너진 학생에게 남는 경로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경로가 어떤 전제 위에 서 있는지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추민규의 첫 문장은 방향을 정한다. 내신 5등급 이하라면 교과 전형보다 학생부종합전형에 초점을 두어야 하며, 학생부 내용이 우수하다는 전제에서 학종과 면접전형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이 조언은 한 가지 사실을 전제한다. 등급이 낮은 학생에게 교과전형은 사실상 닫혀 있고, 열려 있는 문은 등급이 아닌 기록과 말로 평가받는 문뿐이라는 것이다.
등급이 닫은 문과 기록이 여는 문
추민규에 따르면 학종을 준비하려면 세특의 전공 연계성, 동아리 및 진로활동, 독서 활동 등 희망 전공과의 연결성을 중요하게 관리해야 하고, 출결이나 봉사활동도 성실하게 관리된 학생이면 더 좋다. 면접은 대학별 제시문 면접과 학생부 기반 면접의 예상 질문을 미리 준비하되 지원 동기와 진로계획 같은 기본 내용을 숙지하고, 학교생활 경험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이야기 전개가 중요하다고 그는 썼다.
구조적으로 보면 이 목록은 내신이라는 단일 지표 대신 여러 개의 작은 지표를 요구한다. 세특, 동아리, 진로, 독서, 출결, 봉사, 면접. 이 칼럼이 보기에 여기에는 역설이 있다. 내신이 무너진 학생은 대체로 학교생활 전반에서 동력을 잃은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가정이 상식적인데, 그 학생에게 열린 유일한 문은 학교생활의 여러 기록이 촘촘히 관리돼 있을 것을 전제한다. 추민규가 "학생부 내용이 우수하다는 전제"라는 조건을 굳이 붙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읽힌다. 원문의 조언은 학생부 내용이 우수한 경우에 적용 범위를 두고 있으며,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그 범위 밖의 학생에게 남는 선택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추민규 칼럼의 지원 구조(조선에듀). 내신 5등급 이하 → 교과 대신 학종·면접 중심. 분산 지원은 상향 2, 적정 2, 안정 2. 학종·면접 외 전문대 수시 1·2차 병행. 5등급 후반~6등급 초반은 수능최저가 없거나 낮은 전형, 취업 중심 대학 우선. 추천 4년제: 상향 가천대·경기대·을지대, 적정 한신대·협성대·평택대·성결대, 안정 신한대·안양대·중부대(안양).
여섯 장의 배분이 말하는 것
추민규는 지원 전략의 순서로 상향 2개, 적정 2개, 안정 2개의 분산 지원을 제시하고, 학종과 면접 외에 전문대 수시 1·2차도 함께 준비하면 두 배의 효과를 본다고 썼다. 수능최저가 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최소 충족을 채울 목표 의식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칼럼이 주목하는 것은 이 배분이 상위권의 배분과 형식은 같지만 내용이 다르다는 점이다. 상위권의 '안정'은 합격이 거의 확실한 대학을 뜻하지만,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5등급 이하의 '안정'은 4년제 안에서의 하한선이고, 그 아래에 전문대라는 별도의 층이 병행 트랙으로 놓인다.
추민규는 5등급 후반과 6등급 초반의 수험생에게 수능최저가 없거나 낮은 전형을 눈여겨보고, 현실적으로 학종과 면접전형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옳다고 썼다. 이 조언을 뒤집어 읽으면 수능최저는 이 구간의 학생에게 문을 여는 장치가 아니라 문을 닫는 장치로 작동한다는 뜻이다. 상위권에게 최저는 경쟁자를 걸러 주는 유리한 조건이지만, 이 구간에서는 지원 자체를 막는 조건이 된다. 같은 제도가 위치에 따라 정반대의 기능을 한다.
'취업이 우선'이라는 문장의 무게
칼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대학 선택 기준이다. 추민규는 취업 중심의 대학을 지원하는 것이 좋다고 썼고, 취업을 우선한다면 4년제보다 전문성을 갖춘 전문대 지원도 고려해 보라고 권했다. 합격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는 전문대로 동서울대, 인덕대, 명지전문대, 배화여대, 서일대, 경복대, 대림대, 한양여대, 동양미래대를 꼽으며 "무조건 취업이 우선"이라고 못 박았다.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이 문장은 입시 조언이라기보다 성공의 정의를 바꾸는 문장이다. 상위권 입시에서 대학 이름은 그 자체가 목표이지만, 이 구간에서는 대학이 취업이라는 다음 단계의 수단으로 재정의된다. 그것이 현실적이라는 데 이 칼럼은 동의한다. 다만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취업이 우선이라면 4년제와 전문대를 가르는 기준도 간판이 아니라 취업 실적과 전공의 전문성이어야 하는데, 학부모 상담에서 그 기준이 실제로 우선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이 칼럼의 추측이다. 추민규가 '굳이'라는 부사를 쓴 것은 그 저항을 알고 있기 때문으로 읽힌다.
우선순위 목록이 드러내는 상담의 공백
추민규는 글을 우선순위 점검 목록으로 맺는다. 학생부 세특을 희망 학과와 연결했는지, 자기소개 스피치 훈련이 돼 있는지, 면접 예상 질문지를 준비했는지, 수능최저가 없는 전형을 먼저 선택했는지, 수시 6장을 어떻게 배분할지, 생기부 내용을 추가·보완할지를 정하라는 것이다. 이 칼럼이 보기에 이 목록은 고3 여름에 새로 갖추기보다, 이미 형성된 학교생활 기록과 함께 검토해야 하는 과제로 읽힌다.
그렇다면 이 칼럼의 진짜 독자는 고3이 아니라 그 아래 학년의 학부모와 학원이라는 것이 이 칼럼의 독법이다. 내신이 5등급 아래로 내려가는 순간 상담의 언어는 대학 이름에서 학생부 관리와 취업 트랙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그 전환이 늦을수록 남는 선택지는 줄어든다. 추민규의 칼럼은 그 전환이 늦은 학생을 위한 최후의 지도이고, 지도가 최후의 것이 되지 않게 하는 일은 그보다 앞선 학년에서 시작돼야 한다.
내신이 무너진 학생에게 남는 문은 기록과 말로 평가받는 문뿐이며, 그 문은 기록이 이미 쌓여 있을 때만 열린다. 5등급 이하의 수시 전략은 고3의 전략이 아니라 고1·고2 상담의 결과라는 것이 이 칼럼의 결론이다.
출처: 조선에듀 — [추민규의 입시 돋보기] 2027학년도 내신 5등급 이하, 수시 지원 전략 및 가능 대학 (추민규,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