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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정책

'교사가 허락할 때만': 미국 122개 학군의 AI 정책이 보여주는 결정의 공백

미국 122개 학군 AI 정책 연구: 44.3%가 교사 재량, 금지 25%, 주 지침 참조 15.6%. 교사 재량이 왜 정책의 부재인지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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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허락할 때만': 미국 122개 학군의 AI 정책이 보여주는 결정의 공백

미국 38개 주 122개 학군·학교의 AI 정책을 다섯 단계로 코딩한 데이터베이스에서 가장 많은 자리를 차지한 것은 금지도 장려도 아니었다. "교사가 허락할 때만"이었다. 에드서지(EdSurge)에 실린 조디 브리튼(Jody Britten)의 연구 보고에 따르면 표본의 44.3%가 이 '조건부·교사 재량' 단계에 있었고, 적극 장려 단계는 3.3%에 그쳤다. 연구진의 표현을 빌리면 현장은 공황 상태도 자신 있게 앞서가는 상태도 아니며, 기다리고 지켜보면서 불확실성을 교사 한 명의 결정 단위로 관리하고 있다.

이 수치를 미국 이야기로만 읽으면 절반만 읽는 것이다.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이 연구의 진짜 발견은 비율이 아니라 구조에 있다. 정책이 누구를 향해 쓰였는가, 그리고 결정이 어느 층위에 내려앉았는가다.

교사 재량은 정책이 아니라 정책의 부재다

연구진이 정의한 3단계는 AI 사용을 금지하지 않되 전략적 입장도 취하지 않고, 결정을 개별 교사에게 위임하는 방식이다. 학생은 교사가 명시적으로 허용할 때만 AI를 쓸 수 있고 생성물을 출처로 밝혀야 하며, 학군은 경계만 긋고 교사가 그 안에서 규칙을 정한다. 연구진은 이 접근이 AI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이해할 만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실질적 위험을 지적한다. 거버넌스를 전적으로 교사에게 넘기면 접근의 형평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같은 건물 안에서도 AI에 적극적인 교사의 학생과 제한적인 교사의 학생은 근본적으로 다른 교육 경험을 하게 된다.

연구진은 3단계를 "행정가들이 거버넌스 작업을 시작했지만 아직 진정한 전략 프레임워크를 갖추지 못한 상태"로 요약한다. 구조적으로 보면 이것은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 결정의 비용을 아래로 내려보낸 것이다. 학군 차원의 전략이 교실 차원의 즉흥으로 대체된다는 연구진의 문장은 그 비용이 어디에 쌓이는지를 말해 준다.

연구의 수치. 122개 학군·학교(38개 주) 기준, 1단계 적극 장려 3.3%, 2단계 체계적 통합 27.9%, 3단계 교사 재량 44.3%, 4단계 제한 17.2%, 5단계 금지 7.4%. 주 정부의 공식 AI 지침이 있는 주에 속한 비율은 63%이나, 자기 정책 문서에서 그 지침을 명시적으로 참조한 곳은 15.6%. 정책 문서의 65%가 학생을 1차 대상으로 삼았고, 학생과 교직원 모두를 명시한 곳은 22%, 교직원 중심은 단 1곳.

금지는 결정이 아니라 시간 벌기다

표본의 4분의 1 가까이(4단계 17.2%, 5단계 7.4%)는 반대 방향으로 갔다. 연구진은 금지가 반드시 틀린 것은 아니며 교육적 이유로 의도적으로 제한한 곳도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데이터가 가리키는 바는 많은 경우 금지가 정책적 불확실성의 대리물, 곧 시간을 버는 방식이라고 본다. 학생이 스마트폰으로 하루 종일 AI에 접근하는 상황에서 학교 네트워크만 막는 정책은 연구진의 표현으로 "거버넌스 해법이 아니라 거버넌스 유예"다.

제한적 정책은 무작위로 분포하지 않았다. 연구진에 따르면 공식 지침이 없는 주에서 더 제한적이거나 들쭉날쭉한 자세가 나타났고, 플로리다(평균 4.5단계), 텍사스(5.0), 인디애나(3.6), 위스콘신(3.6)에 제한·금지 접근이 몰려 있었다. 중서부의 평균 단계는 3.2로 북동부(2.7)보다 반 단계쯤 제한적이었다. 연구진은 이 지역 차이가 주 정부의 정책 인프라, 에듀테크 투자 역량, 교육위원회 문화의 구조적 차이를 반영한다고 해석한다. 학생이 학교에서 AI와 맺는 관계가 부분적으로는 어디에 사느냐의 함수라는 것이다.

지침은 있는데 도착하지 않는다

이 연구에서 가장 정책적인 발견은 주 지침과 지역 정책의 탈동조화다. 표본의 63%가 주 교육부의 공식 AI 지침이 있는 주에 속하지만, 그 지침을 자기 정책에서 명시적으로 참조한 곳은 15.6%에 불과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2025년 초 기준 28개 주 이상이 K-12 AI 지침을 냈지만, 그 지침이 학군 정책으로 안정적으로 흘러들지 않고 있다. 학군들은 주가 만든 자원에 닻을 내리지 않은 채 자기 틀을 쓰거나, 아예 쓰지 않고 있다.

연구진의 구분은 여기서 날카롭다. 지침이 법적 의무가 되면 지역 정책이 따라오고, 권고에 머물면 채택이 들쭉날쭉하다는 것이다. 권고 지침을 낸 주들에는 모델 정책, 기술 지원, 단계별 실행 도구 같은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제안한다.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이 대목이 한국에 가장 직접적으로 닿는다. 한국 교육 현장에 적용해 생각하면, 상위 수준의 지침이 있다는 것과 그것이 학교 단위 규정과 교실의 실제 운용으로 이어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며, 미국 데이터는 그 연결이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이는 미국 표본에서 끌어낸 추론이지 한국 현황의 측정치는 아니다.

학생 행동 규정은 기관 전략이 아니다

정책 문서의 65%가 학생을 1차 대상으로 삼았고, 교직원을 함께 명시한 곳은 22%, 교직원 중심은 122곳 중 한 곳뿐이었다. 연구진은 이 분포를 "K-12 AI 정책 대부분이 기관 전략이 아니라 학생 행동 규범으로 짜여 있다"는 공백으로 읽는다. 정책은 학생이 AI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자주 답하지만, 학군이 AI를 어떻게 써서 학생을 더 잘 섬길지는 거의 답하지 않는다.

이 공백이 추상적이지 않다는 점을 연구진은 현장 사례로 뒷받침한다. 정책은 학생의 부정행위에 초점을 맞추지만, 연구진이 올해 함께 일한 학군 대부분에서 더 큰 위험은 성인 교직원의 오용에서 나왔다. 저작권이 있는 교육과정 PDF를 개인 LLM 계정에 올려 계약을 위반하거나, 개별화교육계획(IEP)과 평가 정보를 비식별화 없이 공유한 사례가 그것이다. 구조적으로 보면 학생 핸드북으로 짠 정책은 정작 기관이 지는 법적·데이터 책임의 자리에는 비어 있다.

연구진의 권고는 다섯 가지로 정리된다. AI 정책을 준수가 아니라 전략으로 다룰 것, 주 지침 자원을 활용할 것, 금지를 전환 계획으로 바꿀 것, 처음부터 접근 형평을 설계에 넣을 것, 교사·학생·학부모·행정가가 함께 만들 것이다. 이 칼럼의 독법으로는 이 다섯 가지의 공통분모는 하나다. 결정을 교실로 내려보내지 말고 기관이 감당하라는 것이다.

교사 재량은 유연함처럼 보이지만, 이 칼럼은 이 표본의 교사 재량 정책을 결정의 유예로 읽는다. 브리튼은 이런 방식이 같은 학교 안에서도 교육 경험의 격차를 낳을 위험이 있다고 썼다. 그 자리를 기관이 채우지 않는 한, 학생의 AI 경험은 어느 교실에 배정되느냐에 좌우될 수 있다.

출처: EdSurge — Study: The National AI Policy Landscape in K–12 Education (Jody Britten, 202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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