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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정책

병목을 채점으로 지목했다: 'AI 보조 채점'이 서·논술형 수능 논쟁을 옮겨 놓는 자리

국교위 미래 대입 첫 토론회 분석: AI 보조 채점 구상(초안은 AI, 확정은 교사)이 병목을 푸는지 옮기는지, 오류 검증과 이의제기 절차가 왜 본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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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목을 채점으로 지목했다: 'AI 보조 채점'이 서·논술형 수능 논쟁을 옮겨 놓는 자리

국가교육위원회가 미래 대입제도의 방향을 놓고 첫 현장 토론회를 열었다. EBS 뉴스12의 8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국교위는 수능의 절대평가 적용 범위를 전 과목으로 넓히고 서·논술형 문항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토론회에서는 개편의 방향과 속도뿐 아니라 서·논술형 답안 채점에 AI를 활용하는 방안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이 칼럼이 주목하는 것은 서·논술형 도입의 당위가 아니다. 주목할 것은 이번 토론회가 서·논술형을 막아 온 병목을 '채점'으로 명확히 지목했고, 그 병목을 AI로 풀겠다는 구상이 공식 석상에 올라왔다는 사실이다. 병목이 풀리면 논쟁의 무게중심은 시험의 형식에서 채점의 책임으로 옮겨 간다.

병목을 채점으로 지목했다는 것의 의미

보도에 따르면 서·논술형 평가를 확대하려면 긴 채점 시간과 채점자 간 편차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그 해법으로 AI를 채점 보조 도구로 쓰는 방안이 제시됐다. 교사가 정한 평가 기준에 따라 AI가 채점 초안을 만들고, 교사가 이를 검토해 최종 점수를 확정하는 방식이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이민석 교육인재분과장은 수능 같은 대규모 시험에서 서·논술형 평가를 막아 온 중요한 병목이 채점이었다면서, AI는 점수를 내는 블랙박스가 아니라 평가 기준에 따른 채점 초안을 만들고 최종적으로 교사가 결과를 점수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조적으로 보면 이 발언은 두 가지를 동시에 한다. 서·논술형 수능이 그동안 왜 어려웠는지를 기술 문제로 재정의하고, 그 기술 문제에 답이 있다고 말한다.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첫 번째는 정확하고 두 번째는 절반만 답이다. 채점 시간과 편차가 병목이었다는 진단은 맞다. 그러나 '초안은 AI, 확정은 교사'라는 구도가 그 병목을 실제로 푸는지는 교사의 검토가 어떤 검토냐에 달려 있다. 교사가 답안을 직접 읽고 AI 초안과 대조한다면 채점 시간은 크게 줄지 않는다. 교사가 초안을 훑고 승인한다면 시간은 줄지만 편차 문제는 채점자 간 편차에서 모델과 기준 간 편차로 자리를 옮길 뿐이다. 병목을 푸는 것과 병목을 옮기는 것은 다르다.

보도의 핵심 사실. 국교위 검토안: 수능 절대평가 전 과목 확대, 서·논술형 문항 도입. AI 보조 채점 구상: 교사가 정한 기준으로 AI가 초안, 교사가 검토·확정. 적용 순서 제안: 학교 내신·수행평가 먼저, 검증 후 수능 확대. 일정: 지역 토론회 2회 추가, 이달 말 전국 토론회, 10월 말 국가교육발전계획 시안 공개 계획, 내년 3월 최종안 확정 예정. 미해결 과제: AI 채점 오류 검증, 이의제기 절차.

순서를 먼저 정했다는 것

토론회에서 개편의 순서와 속도가 방향만큼 중요하게 다뤄졌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중·고등학교의 수업과 평가부터 바꾼 뒤 대입에 적용하자는 제안이 나왔고, 국교위 대학입학제도 특별위원회 김동진 위원은 나아갈 방향을 한마디로 '서두르지 않는 개편'이라고 표현하며 과거 수많은 교육 정책이 단기 성과에 급급해 현장의 혼란을 초래했던 경험을 언급했다. AI 보조 채점도 같은 논리로 학교 내신과 수행평가에 먼저 적용하고 충분한 검증을 거쳐 수능으로 확대하자는 구상이 나왔다.

이 순서는 합리적이지만, 이 칼럼의 독법으로는 한 가지 긴장을 품고 있다. 이 칼럼의 관점에서 일상적인 수업 평가와 대규모 선발시험의 검증 조건은 같다고 보기 어렵다. 전자에서 AI 보조 채점이 잘 작동한다는 것이 후자에서도 작동한다는 증거가 되기는 어렵다. 검증의 단계를 밟는다는 것은 옳지만, 어느 단계의 검증이 다음 단계를 보증하는지는 별도로 설계돼야 한다.

남겨진 두 과제가 사실은 본체다

보도는 AI의 채점 오류를 어떻게 검증할지, 채점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를 어떻게 마련할지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라고 짚는다.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이 두 과제는 부록이 아니라 본체다. 대입처럼 채점의 정당성이 중시되는 평가에서, 서·논술형의 점수는 판단의 산물이다. 판단의 초안을 기계가 만들었을 때 학생이 무엇에 대해 어떻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지, 그 이의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다시 읽는지가 정해지지 않으면, AI 보조 채점은 채점의 효율을 높이는 대신 채점의 정당성을 낮추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 구상은 평가 준비의 방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로 읽힌다. 채점 기준이 교사가 정한 루브릭이고 AI가 그 루브릭으로 초안을 만든다면, 서·논술형 대비는 루브릭이 무엇을 보상하는지를 읽는 훈련으로 수렴할 가능성이 크다. 그것이 탐구력과 창의성을 평가하자는 개편의 취지와 같은 방향인지는 열려 있는 질문이다. 다만 이는 보도된 구상에서 끌어낸 추론이지, 확정된 제도에 대한 분석은 아니다.

10월 말 시안이 답해야 할 질문

국교위는 지역별 토론회를 두 차례 더 연 뒤 이달 말 전국 단위 토론회를 열고, 의견을 반영해 10월 말 국가교육발전계획 시안을 공개한 뒤 내년 3월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은 깊이 생각하고 질문하는 탐구 정신,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하는 창의력, 공동체에 관심을 갖는 따뜻한 마음을 두루 갖춰야 미래의 한국을 이끌 인재가 된다고 말했다.

인재상에 대한 동의와 별개로, 이 칼럼의 결론은 시안이 채점 책임의 구조를 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AI 초안을 교사가 '검토'한다고 할 때 그 검토가 답안을 읽는 것인지 초안을 승인하는 것인지, 오류가 발견됐을 때 누구의 책임인지, 학생은 무엇을 근거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지다. 병목을 채점으로 지목한 것은 정확했다. 이제 그 병목을 푸는 비용을 누가 지는지가 남았다.

서·논술형 수능의 진짜 쟁점은 문항이 아니라 채점의 책임이 어디에 놓이는가다. 초안을 기계에 맡기는 순간, 그 질문은 미룰 수 없게 된다.

출처: EBS 뉴스12 — 미래 대입 첫 공론화…'AI 보조 채점' 제안 (이상미 기자,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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