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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정책

점수는 그대로였다: 영재 프로그램이 저소득층 남학생의 진로를 바꾼 진짜 이유

카드·친·줄리아노 연구: 영재 프로그램은 인지 능력이 아니라 과목 선택과 성적 같은 비인지적 행동을 바꿨다. 한국 우수반 선발 방식에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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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는 그대로였다: 영재 프로그램이 저소득층 남학생의 진로를 바꾼 진짜 이유

영재교육 논쟁은 대개 공정성 위에서 벌어진다. 누가 '영재'로 불리고 무엇을 더 받는가. 데이비드 카드, 에릭 친, 로라 줄리아노가 에듀케이션 넥스트에 발표한 연구는 이 질문의 순서를 바꾼다. 영재 프로그램이 격차를 키우는가가 아니라, 저소득 가정 학생이나 영어 학습자가 일단 선발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를 묻는다. 플로리다의 한 대형 학군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의 답은 뜻밖의 자리에서 나온다. 표준화 시험 점수는 유의하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수강 선택과 수학 성적 같은 행동 기반 지표가 달라졌고, 여학생보다 남학생이 훨씬 크게 달라졌다.

이 칼럼이 한국의 영재교육과 우수반 논의에 이 결과를 대입해 보면, 익숙한 전제 하나가 흔들린다. 우수반의 효과는 더 어려운 내용을 더 빨리 배우는 데서 나온다는 전제다. 연구는 프로그램 전체의 효과만 추정했지만, 이 칼럼의 독법으로는 그 결과가 심화 내용 자체보다 경로 안내의 역할을 재검토하게 한다.

같은 IQ, 다른 진로

연구진은 2003~04학년도부터 2011~12학년도 사이에 5학년이었던 저소득 가정 학생 또는 영어 학습자 가운데, 영재 판정 기준점(IQ 116) 바로 위와 아래의 학생 약 3,500명을 비교했다. 연구진은 IQ 기준점 바로 위와 아래의 학생을 비교하는 회귀불연속 설계로 프로그램 참여의 효과를 추정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프로그램에 들어간 남학생(저소득 가정 학생 또는 영어 학습자)은 기준점을 아슬아슬하게 놓친 같은 조건의 남학생보다 대학 진학 확률이 약 61% 높았다. 고교 졸업 1년 안의 대학 등록률로 보면 74% 대 46%다. 여학생은 79%로 6% 높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주목할 것은 연구진이 인지 능력의 변화를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6~8학년 표준화 시험과 고교 PSAT 점수에서 프로그램 참여의 효과는 작고 유의하지 않았다. 초등 4~5학년에 별도 학급에서 배우고 중·고교 내내 추가 지원을 받았는데도 그렇다. 대신 달라진 것은 연구진이 '비인지적 기술'의 지표라고 부르는 행동이었다. 어떤 수업을 고르는가, 어떤 성적을 받는가다.

연구 결과 요약(연구진 기준, 저소득 가정 학생 또는 영어 학습자인 남학생). 중학교 내 대수 1 이수 71% 대 42%. 고교 AP 과목 평균 4개 이상 대 2개. 수학 GPA 약 0.4점 높음(B-에서 B+ 수준). 표준화 시험·PSAT 효과는 유의하지 않음. 3학년 때 학습 즐거움을 가장 낮게 보고한 남학생의 대학 진학 확률은 참여 시 7배 이상(정시 졸업도 증가).

효과를 해석하는 단서: 상담과 과목 안내

연구진이 든 프로그램의 특징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영재 전담 상담이다. 학생들은 격년으로, 그리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올라가는 시점마다 전담 전문가를 만나 능력에 맞는 과목을 고른다. 학군 설문에서 어려운 과목을 들으라고 안내받았다고 답한 비율은 영재 프로그램 남학생 92%, 여학생 80%였고, 비슷한 조건의 비참여 남학생은 48%, 여학생은 41%였다. 더 어려운 과목을 들었는데도 성적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연구진은 강조한다. 오히려 참여 남학생의 수학 성적이 더 높았다.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이 프로그램이 판 것은 심화 교재가 아니라 '더 높은 트랙으로 가도 된다'는 허가와 그 트랙에 실제로 올라타게 하는 절차였다. 표준화 시험과 PSAT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는 결과가 이 해석과 맞닿아 있다. 아이가 더 똑똑해졌다는 증거는 없고, 같은 능력을 다른 경로에 쓰게 됐다는 정황은 있다.

왜 남학생인가, 왜 흥미 없는 아이인가

연구에서 가장 큰 효과는 두 집단에서 나왔다. 남학생, 그리고 3학년 때 학교에서 배우는 즐거움을 가장 낮게 보고한 학생이다. 연구진은 참여 남학생이 비슷한 IQ의 여학생 수준으로 따라잡는 양상을 반복해 관찰했다. 대수 1 조기 이수, AP 수강, 대학 등록률 모두에서 그렇다. 여학생은 전체 집계에서는 차이가 작고 유의하지 않았지만, 학습 즐거움이 낮았던 여학생 하위집단에서는 대학 진학이 늘었다고 연구진은 보고한다. 집계와 하위집단을 나눠 읽어야 한다.

연구진은 여기서 선발 방식에 관한 함의를 끌어낸다. 연구진은 성적이나 교사 추천처럼 행동에 기반한 지표만으로 선발할 경우, 능력은 높지만 학교에 덜 몰입하는 남학생이 걸러질 수 있다고 해석한다. 이 학군은 2학년 전원에게 비언어 능력 검사를 실시하고 기준을 넘으면 자동으로 IQ 검사에 보내며, 저소득·영어 학습자에게는 116점의 별도 기준을 둔다. 리더십·창의성·동기 같은 전통적 기준을 의도적으로 느슨하게 적용해 '저성취 영재'를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한국의 '우수반'이 되짚어야 할 것

미국 한 학군의 결과를 한국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연구가 던지는 질문은 옮길 수 있다. 한국의 선발이 성적이나 추천 같은 행동 지표에 크게 의존하는 경우를 상정하면, 연구의 논리대로라면 그 방식은 이미 몰입도가 높은 학생을 다시 뽑는 일이 되기 쉽고, 효과가 가장 클 학생, 곧 능력은 있으나 학교가 재미없는 남학생을 놓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이 칼럼의 추론이지 연구의 직접 결론은 아니다.

또 하나의 함의는 프로그램의 내용에 관한 것이다. 연구는 프로그램 전체의 효과를 추정했을 뿐 어느 구성 요소가 효과를 냈는지 분리하지 않았다. 다만 별도 학급과 가속 수학 외에 격년의 상담과 과목 선택 안내가 프로그램의 고유한 특징이라고 연구진이 지목한 점은,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진도 이외의 요소를 진지하게 볼 이유가 된다. 선행 진도를 우수반의 가치로 보는 관점에서 읽으면, 시험 점수는 유의하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진로가 달라졌다는 결과는 불편한 증거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더 어려운 문제인지, 더 어려운 과목을 골라도 된다고 말해 주는 사람인지를 되묻게 한다.

연구진의 비교에서 저소득 가정·영어 학습자 남학생은 시험 점수의 유의한 변화 없이 과목 선택과 대학 등록에서 큰 차이를 보였고, 여학생의 전체 효과는 유의하지 않았다. 이 칼럼의 독법으로는 프로그램이 바꾼 것은 능력이 아니라 능력이 흐르는 경로였다.

출처: Education Next — How a Gifted Program Impacts Disadvantaged Students (David Card, Eric Chyn, Laura Giuliano, Vol. 26 No.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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