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독서
과학·수학은 최상위권, 읽기만 14점 빠진 한국 학생 성적표
PISA 2025에서 한국 학생 읽기 점수가 3년 새 14점 하락했다. 과학·수학 최상위권과 디지털 문제해결력 538점 뒤에 가려진 문해력 약점을 수능 국어와 내신, 자기주도 학습의 눈으로 읽고 바꿀 수 있는 한 가지를 제안한다.

한국 만 15세 학생의 읽기 점수가 3년 만에 14점 내려갔다. 과학 526점과 수학 522점은 여전히 OECD 회원국 상위권을 지켰지만 읽기 501점은 세 영역 중 하락 폭이 가장 컸다. 교육부가 9월 8일 공개한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 PISA 2025 결과다. 수능 국어 지문과 내신 서술형 앞에서 매년 체감하던 문해력 문제가 국제 비교 지표에도 그대로 찍혔다. 최상위권 성적표와 흔들리는 읽기가 같은 표에 나란히 앉아 있다. 세 영역이 모두 상위권에 걸린 성적표를 받아 든 사람이라면 읽기 한 줄의 하락을 사소하게 넘기기 쉽다. 그러나 국제 비교 조사가 한 방향을 가리킬 때는 한 학생의 우연이 아니라 세대 전체의 흐름을 의심하는 편이 안전하다. 성적표의 앞면은 최상위권이라는 안도감을 주지만 뒷면에는 읽기 14점이라는 경고가 함께 적혀 있다. 두 면을 같이 읽어야 이 결과의 뜻이 온전히 잡힌다. 같은 성적표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다음 3년의 준비가 갈린다.
읽기 14점이 빠져나간 자리
직전 조사인 PISA 2022와 비교하면 세 영역 점수가 모두 내려갔다. 과학은 528점에서 526점으로 2점, 수학은 527점에서 522점으로 5점 빠졌다. 읽기는 515점에서 501점으로 14점 주저앉았다. 세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읽기의 낙폭만 유독 두껍다. 세 영역이 함께 내렸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내린 폭의 차이다. 과학의 2점과 수학의 5점은 상위권이라는 위치를 흔들 만한 크기가 아니다. 읽기의 14점은 성격이 다르다. 읽기 515점에서 501점까지 잃은 14점은 한 번의 조사에서 한 영역이 잃은 폭으로는 결코 작지 않다. PISA는 만 15세 학생이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얼마나 갖췄는지 재는 국제 비교 조사다. 한국은 이 시험에서 읽기라는 항목만 유독 크게 흔들렸다. OECD 회원국 전체도 같은 기간 세 영역 평균이 함께 내려갔다. 한국만 겪는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마음을 놓을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다른 나라가 함께 내렸다는 사실은 위로가 될 뿐, 우리 학생의 읽기가 3년 전보다 얇아졌다는 결론을 바꾸지 못한다. 지문을 끝까지 붙들고 글쓴이의 논지를 잡아내는 힘이 3년 사이 눈에 띄게 얇아졌다. 문제를 잘못 읽어 내신 서술형에서 감점당하는 장면과 그대로 포개진다. 과학과 수학이 버텨준 덕에 총점은 상위권에 남았다. 다만 읽기가 받쳐주지 못하면 과학 지문 해석과 수학 문장제 독해도 함께 흔들린다. 읽기는 국어 한 과목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과목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입구가 좁아지면 안쪽의 실력도 제 크기를 내지 못한다. 과학 526점과 수학 522점이라는 성적도 문제를 정확히 읽어낸 뒤에 나온 결과다. 읽기가 좁아지면 같은 지문 앞에서 이해에 드는 시간이 늘고 시간이 늘면 시험장에서 다른 문제에 쓸 여유가 줄어든다. 읽기 한 영역의 하락이 시험 전체의 시간표를 흔드는 이유다. 총점이라는 한 숫자에 세 영역이 뭉쳐 있으면 읽기만 빠지는 흐름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읽기가 흔들린다는 신호를 과학·수학 점수가 잠시 가려주고 있을 뿐이다.
순위표가 가려준 하락
OECD 38개 회원국 사이에서 한국은 과학 1~3위, 읽기 1~9위, 수학 1~2위에 올랐다. 순위만 보면 흠잡을 데가 없다. 문제는 순위와 점수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데 있다. 세 영역 점수는 모두 2022년보다 내려갔다. 기사는 2022년 순위를 함께 싣지 않아 등수가 어떻게 움직였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같은 기간 OECD 회원국의 세 영역 평균도 모두 내려갔다. 높은 순위와 내려간 점수가 한 성적표에 함께 적힌 상황은 교실에서도 낯익다. 반 등수는 그대로인데 원점수가 해마다 내려가는 내신 흐름과 닮았다. 등수가 그대로라는 이유로 안심하다가 원점수 하락을 놓치는 실수는 교실에서 자주 반복된다. 순위라는 숫자는 안도감을 주지만 학습의 실제 두께는 원점수가 보여준다. 한국의 과학 526점과 수학 522점, 읽기 501점은 OECD 평균을 세 영역 모두 웃돈다. OECD 평균은 과학 482점과 읽기 461점, 수학 463점이었다. 과목별로 따지면 과학은 526점과 482점 사이로 44점, 수학은 522점과 463점 사이로 59점을 앞선다. 읽기는 501점과 461점 사이로 40점 앞선다. 세 영역 가운데 OECD 평균과의 간격이 가장 좁은 쪽이 읽기다. 앞선 폭이 가장 얇은 영역에서 하락 폭이 가장 컸다는 점은 그냥 지나칠 신호가 아니다. 44점, 59점, 40점이라는 세 간격 가운데 읽기의 40점이 가장 얇다. 방심이 가장 먼저 대가를 치를 지점이 어디인지 이 숫자가 알려준다. 평균을 크게 앞서는 성적표 위에서도 하락의 방향은 분명하다. 앞선 위치와 내려가는 방향은 동시에 성립한다. 높은 순위가 계속 높을 것이라는 보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순위에서도 읽기는 1~9위로, 과학 1~3위나 수학 1~2위보다 폭이 넓다. 같은 상위권 안에서도 읽기의 자리는 상대적으로 덜 단단하다. 상위권이라는 위치가 방심의 이유로 바뀌면 다음 조사에서 순위마저 흔들린다. 지켜야 할 것은 등수가 아니라 원점수 아래에서 얇아지는 실력이다.
잘하던 학생이 줄고 못하던 학생이 늘었다
성취 수준별로 쪼개 보면 읽기의 변화가 가장 날카롭다. 읽기 상위 성취수준 학생 비율은 2022년 13.3%에서 2025년 10.3%로 줄었다. 같은 기간 하위 성취수준 학생은 14.7%에서 17.8%로 늘었다. 잘 읽던 학생이 빠져나가고 벽에 부딪힌 학생이 빈자리를 채웠다. 상위권이 3.0%포인트 줄고 하위권이 3.1%포인트 느는 동안, 평균 점수만 봐서는 이 두 방향의 이동이 보이지 않는다. 상위권에서 빠져나간 학생이 곧장 하위권으로 내려앉는 것은 아니지만 두 끝의 이동 방향은 분명히 반대다. 과학도 방향이 같다. 상위권 비율은 15.7%에서 14.6%로 낮아지고 하위권은 13.7%에서 14.2%로 올라갔다. 수학은 조금 다르게 움직여 상위권과 하위권 비율이 함께 늘었다. 가운데가 얇아지고 양 끝이 두꺼워지는 셈이다. 평균 한 줄로는 잡히지 않는 균열이 분포 안에 숨어 있다. 특히 읽기 하위권이 17.8%로, 다섯 명 중 한 명 가까이로 다가서는 흐름은 자기주도 학습의 출발선을 흔든다. 스스로 교재와 지문을 읽어 계획을 세우는 힘이 읽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읽기가 무너진 학생은 인터넷 강의를 들어도 손에 남는 것이 적다. 강의를 따라가려면 교재를 읽어야 하고 요약을 이해하려면 원문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읽기 하위권이 늘어난다는 것은 이 출발선 뒤에 서는 학생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혼자 공부해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 학생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읽기에서 상위 10.3%와 하위 17.8%를 견주면, 이제 잘 읽는 쪽보다 벽에 부딪힌 쪽이 더 많다. 2022년에는 상위 13.3%가 하위 14.7%에 가깝게 맞서 있었지만 3년 사이 두 비율의 거리가 벌어졌다. 읽기 평균 501점이라는 한 줄만 보면 이 아래쪽의 이동은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상위권이 주는 착시는 이렇게 분포의 아래쪽에서 먼저 깨진다.
디지털 문제해결력 538점이 말하는 것
이번 PISA는 디지털 세계에서의 학습이라는 영역을 새로 넣었다. 컴퓨팅 도구를 써서 지식을 만들고 오류를 확인하며 문제를 푸는 능력을 본다. 한국 학생의 평균은 538점으로 OECD 평균 500점을 넘었다. OECD 38개국 중 2~5위, 평가에 참여한 85개국 중 6~10위였다. 화면 앞에서 도구를 다루는 손끝은 세계 최상위 수준이다. 다만 이 538점을 읽기 501점과 바로 빼서 비교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두 영역은 척도가 다르다. OECD 평균만 봐도 디지털 500점, 읽기 461점으로 39점 차가 나고, 한국의 37점 차는 오히려 그보다 작다. 순위도 기준을 맞춰야 한다. OECD 38개국 안에서 디지털은 2~5위, 읽기는 1~9위다. 그러니 이 결과는 도구에는 강하고 글에는 약한 세대의 증거라기보다, 새로 잰 디지털 영역에서는 최상위권이 확인됐고 오래 재 온 읽기에서는 하락이 확인됐다는 두 개의 사실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요약 서비스와 문제풀이 앱에 기대는 공부 습관이 원문을 통째로 소화하는 힘을 덜 쓰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은 읽기 하락과 함께 따져볼 만하다. 디지털 문제해결력에서 OECD 평균 500점을 38점 앞선 강점이 읽기 501점의 하락을 대신 메워주지는 못했다. OECD 평균 500점을 훌쩍 넘어 538점에 이른 영역과, 평균은 앞서지만 3년 새 14점을 잃은 영역이 한 성적표 안에 공존한다. 디지털 역량이라는 강점이 읽기라는 약점을 대신 가려주지는 못한다. 도구가 손에 익을수록 긴 글을 스스로 붙드는 훈련을 따로 챙겨야 하는 이유다.
배경이 성적을 덜 가른 나라
한국 성적표에는 눈에 띄는 미덕이 하나 더 있다. 학생의 경제·사회·문화적 배경이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이 OECD 평균보다 작다. 과학 성취도 차이 가운데 배경으로 설명되는 비율은 한국이 7.7%, OECD 평균이 11.6%였다. 집안 형편이 점수를 가르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신호다. 같은 성취도 차이라도 한국에서는 배경이 설명하는 몫이 7.7%에 그치고 나머지는 배경 밖의 요인이 채운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7.7%와 11.6%의 차이는 한국 학교가 배경의 그늘을 그만큼 더 걷어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4%포인트 가까운 이 차이는 작아 보여도, 수많은 학생의 성적표가 모여 만든 값이라는 점에서 가볍지 않다. 교육 포용성은 한국이 80.1%로 OECD 평균 65%를 앞섰다. 출발선이 달라도 학교가 격차를 어느 정도 메워준다는 뜻으로 읽힌다. 사교육 이야기가 늘 따라붙는 한국 교육에서 곱씹을 만한 수치다. 배경보다 노력과 연습이 점수를 더 크게 움직이는 구조라면, 자기주도 학습의 몫은 그만큼 커진다. 부모의 지갑이 아니라 매일의 읽기 습관이 다음 성적표를 바꾼다. 다만 읽기 하위권이 17.8%까지 늘어나는 흐름이 낮은 배경 격차라는 강점을 오래 지켜줄지는 장담하기 이르다. 배경 격차가 작은 나라일수록 개인의 읽기 훈련이 성적을 가르는 마지막 변수로 남는다. 조건이 비슷하게 주어진 만큼, 그 조건 위에서 무엇을 읽고 얼마나 읽었는지가 격차를 만든다. 배경이 성적을 덜 가르는 나라에서 마지막으로 성적을 가르는 것은 습관이고 흔들리는 쪽은 읽기다.
교육부가 꺼낸 카드, 그리고 학생이 바꿀 한 가지
교육부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수업과 연계한 독서교육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질문과 토론 중심 수업을 늘리고 과학·수학의 기초 소양과 문제해결력을 높이는 지원도 이어간다. 정책 방향은 한 문장으로 읽힌다. 짧게 끊어 읽던 습관을 길게 읽고 따져 묻는 훈련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질문과 토론 중심 수업은 지문을 끝까지 읽고 스스로 논지를 세운 학생에게만 실질적인 효과를 낸다. 정책이 교실에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의 3년은 학생들의 몫이다. 학생 입장에서 바꿀 한 가지는 크지 않다. 요약본과 문제풀이 앱을 열기 전에 원문 한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15분을 시간표 앞자리에 먼저 박아 넣는다. 신문 기사든 교과서 지문이든 상관없다. 읽고 난 뒤 한 문장으로 논지를 적어보면 질문·토론 수업이 요구하는 근육이 붙는다. 15분은 짧지만 매일 앞자리에 놓이면 습관이 된다. 요약본은 남이 읽어준 결론이고 원문 한 편은 스스로 읽어낸 과정이다. 자기주도 학습이 요구하는 것은 결론이 아니라 과정을 견디는 힘이다. 질문·토론 수업이든 독서교육이든, 학생이 스스로 한 편의 글을 끝까지 읽어낼 때 열매를 맺는다. 정책이 만드는 것은 환경이고 점수를 바꾸는 것은 매일의 습관이다. 시간 관리의 핵심은 총량이 아니라 순서다. 긴 글 읽기를 하루의 뒷자리가 아니라 앞자리에 두는 배치가 읽기 501점과 수능 국어 사이의 거리를 좁힌다. 디지털 문제해결력 538점은 이미 손에 쥔 강점이고 읽기 501점은 앞으로 채워야 할 자리다. 과학 526점과 수학 522점을 지켜온 힘을 읽기 501점에도 나눠 주는 일이 다음 3년의 과제다. PISA 점수는 3년 뒤에 다시 나오지만 그 숫자를 바꾸는 일은 저녁마다 읽는 한 편에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