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정책
고2의 '정시 파이터' 선언, 2028 대입 지형도에서 다시 따져봐야 할 것
중간고사가 끝나면 가정의 공기가 달라진다. 성적표 한 장을 두고 '내신을 더 끌어올릴 것인가, 아니면 지금부터 정시에 올인할 것인가'를 두고 자녀와 학부모가 마주 앉는다. 조선에듀 입시 칼럼이 짚은 대로 2028학년도 대학별 전형계획은 수시 확대·정시 축소 추세가 확연하다...

중간고사가 끝나면 가정의 공기가 달라진다. 성적표 한 장을 두고 '내신을 더 끌어올릴 것인가, 아니면 지금부터 정시에 올인할 것인가'를 두고 자녀와 학부모가 마주 앉는다. 조선에듀 입시 칼럼이 짚은 대로 2028학년도 대학별 전형계획은 수시 확대·정시 축소 추세가 확연하다. 정시에서도 내신 정량 평가나 학생부 종합평가를 반영하는 대학이 늘었다. 정시 파이터라는 단어가 주는 단순함과 달리, 그 선택의 뒷면에는 학생부·내신·수능 준비의 기회비용이 동시에 걸려 있다. 고2 학부모가 지금 손에 쥐어야 할 것은 결심이 아니라 지도다.
정시 파이터 선언이 늘어나는 진짜 배경
현 5등급 내신 체계에서 일반고 기준 2등급 중반대를 넘어가면 서울 소재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안정 합격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간고사 결과 한 번으로 수시 카드를 거의 잃었다고 판단하는 고2가 정시 몰입을 선언하는 흐름은, 그래서 감정적 결정이라기보다 수치에 근거한 계산에 가깝다. 학부모 입장에서 자녀가 정시 파이터를 입에 올렸을 때 점검할 것은 분노나 포기의 정서가 아니라, 자녀가 들고 있는 내신 등급이 목표 대학의 수시 합격선과 실제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다.
다만 정시 몰입이 곧 수능 한 과목만 준비한다는 뜻은 아니다. 조선에듀 칼럼이 지적한 핵심도 그렇다. 수능 한 번으로 결정되는 체제에서 목표한 점수가 나올지도 미지수인데, 그 와중에 정시에서 학생부 반영 비율을 새로 끌어올린 대학까지 늘었다. 사교육비를 정시 단과로 몰아넣기 전에, 그 사교육비가 향하는 대학이 어떤 전형 구조를 갖췄는지부터 확인하는 일이 먼저다. 학원 선택은 그 다음 문제다.
의예과 정시, 수능만으로 뚫리지 않는 구간
서울대와 연세대 의예과의 정시 모집인원은 2026학년도에 비해 각 14명씩 줄었다. 의대 정시에서 학생부 정성평가가 실질적으로 가장 많이 반영되는 대학 축에 속하는 두 대학이, 동시에 모집인원까지 줄였다는 사실은 의대 정시의 성격을 다시 정의한다. 가군 연세대, 나군 서울대 의예과를 노리는 고2라면 수능 점수만으로 결판이 나는 단판 승부가 아니라 학생부·수능·면접 세 축을 동시에 끌고 가야 하는 장기전이 된다.
물론 다른 의대들은 실질적으로 수능 반영이 압도적인 경우가 많아 의대 정시 전반에서는 여전히 수능이 합격의 키를 쥐고 있다고 칼럼은 분석한다. 그러나 최상위 의예과를 목표로 두는 가정이라면 수능만 잡으면 된다는 단일 서사가 자녀의 진로 설계에 오히려 위험하다. 의대 진학을 두고 학원 커리큘럼을 짤 때, 면접 대비와 학생부 관리가 함께 들어가 있는지를 학부모가 직접 묻고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정시 축소 대열에 들어선 대학들, 그리고 연세대의 합류
2028학년도 대입에서 정시 축소를 예고했던 대학은 서울대, 한양대, 동국대 등이었다. 이들 대학은 정시 비율을 30%대로 줄였다. 여기에 연세대가 정시 축소 대열에 합류하면서 28학년도 이후에도 이 추세가 확대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학부모가 주목할 지점은 단순히 정시 자리가 줄었다는 사실이 아니다. 정시 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은 같은 수능 점수로도 합격선이 가팔라질 수 있다는 뜻이며, 그만큼 정시 몰입의 기댓값이 흔들린다.
정시에서 학생부 반영의 무게도 대학별로 다르다. 연세대는 의예과와 일반학과 모두 정시에서 학생부 종합평가 100점으로 동일하게 반영한다. 서울대는 의대·수의대(교과 역량평가 20점)를 제외한 전 학과에서 교과 역량평가가 40점으로 비중이 높다. 자녀가 연세대·서울대 일반학과를 정시로 노리고 있다면, 내신을 완전히 손에서 놓는 정시 파이터 전략은 사실상 자기 발목을 잡는 선택이 된다.
수능 100%가 남아있는 길, 고려대·성균관대·서강대
그렇다면 정말로 학생부를 거의 보지 않는 정시 트랙은 어디에 남아 있는가. 칼럼에 따르면 정시에서 학생부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 수능 100% 전형이 남아있는 대학은 고려대, 성균관대, 서강대 등이다. 이들 대학도 한정된 인원이나 일부 학과에서는 교과 또는 학생부종합평가를 반영한다. 다만 대부분의 인원을 수능 100%로 선발한다.
이 정보는 정시 파이터 선언을 무조건 말려야 한다는 결론으로 곧장 이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정확한 좌표를 보여준다. 자녀가 정시 단일 트랙을 진심으로 원한다면, 목표 대학 그룹을 고려대·성균관대·서강대 라인으로 명확히 잡고 그 안에서 학과별로 학생부 반영 여부를 다시 확인하면 된다. 반대로 연세대·서울대 일반학과나 의예과를 끝까지 놓지 않을 생각이라면, 내신을 완전히 포기한 정시 몰입은 입시 전략이 아니라 도박에 가까워진다. 학원 상담실에서 정시 반 등록을 권유받았을 때 학부모가 던져야 할 질문은 커리큘럼 수준이 아니라 이 커리큘럼이 어느 대학의 어느 전형을 겨눈 것인가다.
한 길만 판다는 말의 함정
한국 입시에서 한 길만 판다는 표현은 종종 결연함의 상징으로 소비된다. 그러나 2028학년도 전형 지형에서 이 표현은 점점 위험한 단순화가 된다. 수시는 학생부 위주, 정시는 수능 위주라는 큰 흐름은 유지되지만 대학마다 전형 간의 차이가 결코 작지 않다고 칼럼은 강조한다. 같은 정시라는 단어 안에 수능 100% 전형, 교과 역량평가 40점 반영 전형, 학생부 종합평가 100점 전형이 뒤섞여 있다.
학부모가 자녀의 자기주도학습 방향을 잡아줄 때 가장 경계할 단어는 그래서 몰입보다 단정이다. 고2 5월에 결정한 나는 정시 파이터라는 정체성이, 정작 고3 9월 수시 원서 시즌에 자녀의 선택지를 좁히는 족쇄가 될 수 있다. 사교육비를 한 방향으로 모두 쏟아붓기 전에, 자녀가 지금 도달 가능한 내신·수능 모의 점수의 현재값과 1년 뒤 도달 가능값을 분리해 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대학 그룹부터 정한다는 순서
칼럼이 마지막에 제시한 조언은 단순하지만 무겁다. 고2 수험생은 목표 대학 그룹을 먼저 정한 후에 대학별 전형에 맞추어 지금부터 수험생활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즉 정시냐 수시냐를 먼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대학 그룹이냐를 정하고 그에 맞춰 정시·수시 비중을 역산하는 순서다.
이 순서를 거꾸로 밟으면, 자녀는 막연한 정시 파이터 정체성에 갇혀 학생부 반영이 100점인 대학을 정시로 노리는 모순에 빠질 수 있다. 반대로 순서를 제대로 밟으면, 같은 정시 몰입이라도 고려대·성균관대·서강대 라인을 겨눈 수능 100% 전략과, 연세대 일반학과를 겨눈 수능+학생부 병행 전략이 완전히 다른 학습 설계로 갈라진다. 학원 한 곳의 트랙에 자녀를 맡기기 전에, 가정에서 이 그룹 분류를 끝내두는 것이 학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개입이다.
이번 주, 자녀와 다르게 해볼 한 가지
이번 주말 자녀와 마주 앉아 정시 갈래 수시 갈래를 묻지 않는 것에서 시작한다. 대신 종이 한 장을 펴고 자녀가 가고 싶은 대학과 학과를 3~5개 적게 한 뒤, 각 대학의 2028학년도 정시 전형에서 학생부가 몇 점 반영되는지를 자녀가 직접 찾아 옆에 적게 한다. 서울대 일반학과 교과 역량평가 40점, 연세대 학생부 종합평가 100점, 고려대·성균관대·서강대 수능 100% 전형 같은 정보를 자녀의 손글씨로 채워 넣는 순간, 정시 파이터라는 단어는 추상에서 좌표로 바뀐다.
이 좌표 위에서 비로소 학부모는 물을 수 있다. 자녀가 지금의 내신 등급으로 끝까지 갈 대학이 어디인지, 1년 동안 어느 정도의 변화가 현실적인지, 사교육비를 어느 트랙에 우선 배치할지. 결심을 받아주는 부모가 아니라 좌표를 같이 그려주는 부모가 되는 것이 2028학년도 입시 지형에서 고2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도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