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입시·정책

미국 학교가 인공지능 규칙을 뒤늦게 손보는 이유

미국 학교의 인공지능 규제 흐름을 한국 학원과 교실 관점에서 정리한다. 31개 주 134건의 법안, 교사 85퍼센트 사용률, 메릴랜드 코디네이터, 오클라호마의 교사 사전 검토 의무까지 학원과 교실 현장에 바로 옮길 단서를 짚는다.

MakeItClear읽는 시간 7분

미국 학교가 인공지능 규칙을 뒤늦게 손보는 이유

미국의 주 의회와 교육구가 학교 인공지능 사용 지침을 뒤늦게 손보고 있다. The 74 Million이 6월 12일 전한 내용은 한국 학원가와 교실에도 그대로 옮겨 읽힌다. 학생과 교사가 이미 도구를 쓰는데 규칙은 없다. 메릴랜드주에서는 AI 정책이 학교마다 제각각이다. 어떤 곳은 권장하고 어떤 곳은 제한하며 아예 지침이 없는 곳도 있다. 수능 대비든 내신 관리든 현장 교사가 평가 도구를 혼자 판단하는 상황은 낯설지 않다.

교사가 혼자 떠안은 인공지능

메릴랜드주 민주당 소속 케이티 프라이 헤스터 상원의원은 주 안의 학교 AI 정책을 제각각이라 표현했다. 어떤 교육구는 사용을 권장하고 어떤 곳은 제한한다. 지침이 거의 없는 곳도 있다. 헤스터는 그런 공백을 최악의 경우로 꼽았다. 그가 반복해서 들은 말은 하나로 모인다. "교사들이 인공지능을 전적으로 혼자 헤쳐 나가야 한다고 느낀다는 이야기를 거듭 들었다." 한국 학원 강사에게도 익숙한 장면이다. 챗봇으로 지문을 요약하고 문제를 뽑는 작업은 이미 책상 위에서 벌어진다. 그러나 어디까지 써도 되는지 정해 준 곳은 드물다. 내신 서술형 채점에 보조 도구를 쓸지, 수능 대비 자료를 생성형 도구로 만들지는 강사 개인의 판단에 맡겨져 있다. 학교 교사도 사정이 비슷하다. 교육과정 안에 인공지능 활용 기준이 또렷하지 않으면 결국 교실마다 규칙이 달라진다. 미국의 분주함은 규칙을 만드는 쪽이 현장보다 늦었다는 자백이다.

쓰는 사람은 85퍼센트, 배운 사람은 절반

민주주의기술센터가 진행한 조사는 격차를 숫자로 보여 준다. 2024-25학년도에 교사의 85퍼센트가 교실에서 인공지능을 썼다고 답했다. 학생의 86퍼센트는 개인 용도나 학습 용도로 인공지능을 써 봤다고 했다. 그런데 학교에서 인공지능 관련 교육이나 정보를 받았다는 응답은 교사와 학생 모두 절반 정도에 그쳤다. 위험성을 안내받은 경우는 더 적었다. 쓰는 사람은 많은데 배운 사람은 절반이다. 사용이 앞서고 이해가 뒤따르는 순서가 굳어진 셈이다. 이 간극은 한국 학원가의 현실과 겹친다. 강사 대부분이 생성형 도구로 예문을 만들고 오답 해설을 다듬는다. 그러나 어떤 정보가 새는지, 출력물이 어디서 틀리는지 배운 강사는 많지 않다. EBS 교재를 변형해 자료를 만들 때 저작권 경계를 도구가 알려 주지 않는다. 평가 도구가 만든 문항이 교육과정 성취기준과 어긋날 때 걸러 내는 일도 사람 몫이다. 위험을 모르고 쓰면 편의가 곧 사고로 바뀐다. 학생 답안을 챗봇에 넣어 채점을 맡기는 순간 개인정보가 어디로 가는지 강사는 답하기 어렵다. 숫자가 가리키는 곳은 분명하다. 사용은 이미 보편이고 부족한 것은 훈련이다.

메릴랜드가 택한 첫 단추는 코디네이터

헤스터가 발의한 법안은 5월에 서명을 받아 법이 됐다. 출발점은 AI 리터러시다. 법은 교육구마다 AI 코디네이터를 두도록 했다. 교사를 위한 주 차원의 AI 연수도 의무로 만들었다. AI 리터러시는 K-12 학생의 진로 준비와 컴퓨터과학 표준 안에 한 요소로 들어간다. 주 교육부는 관련 지침을 내놓아야 한다. 핵심은 금지가 아니라 역량이다. 한국 학원과 학교에 옮겨 보면 그림이 선명해진다. 도구를 막는 공지 한 장보다 강사 연수 한 회가 현장을 바꾼다. 인공지능이 만든 수능 변형 지문을 검토하는 안목, 내신 문항의 난도를 보정하는 감각은 연수에서 자란다. 코디네이터를 둔다는 발상도 학원 운영에 옮길 만하다. 도구 도입을 강사 개인에게 떠넘기지 않고 조율하는 담당자가 있으면 규칙이 한 방향으로 모인다. 메릴랜드는 규제의 첫 단추를 단속이 아니라 교육에 끼웠다.

오하이오의 마감일과 오클라호마의 검토 의무

주마다 속도는 다르지만 방향은 구체적이다. 오하이오는 7월 1일을 마감일로 정했다. 모든 교육구와 커뮤니티 스쿨, STEM 스쿨이 그날까지 AI 사용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 주가 제시한 모범 정책은 항목이 촘촘하다. 학생과 교직원의 사용, 개인정보, 윤리적 사용, 교사 전용 용도, 업체 계약, 제3자 AI 도구, 학생 평가까지 다룬다. 아이다호는 3월에 법을 만들었다. 지역 교육구와 차터스쿨이 자체 정책을 세우도록 했고 AI 리터러시 표준과 연수를 요구했다. 오클라호마 법은 지난달 시행됐다. AI 도구는 연령에 맞아야 한다. 교사는 AI가 만든 결과물을 수업에 쓰기 전에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학부모는 자녀를 AI 도구 사용에서 빼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주 교육부는 지침을 만들고 지역 교육위원회는 2027-28학년도 전에 정책을 정해야 한다. 세 주의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오하이오는 마감일과 모범 정책으로 위에서 틀을 내려보낸다. 아이다호는 표준만 정하고 세부는 지역에 맡긴다. 오클라호마는 교사의 검토와 학부모의 선택을 법조문에 직접 박았다. 항목을 보면 한국 평가 현장에서 빠진 칸이 눈에 들어온다. 업체 계약과 제3자 도구 점검은 학원가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학생 평가에 외부 AI를 쓰면서 데이터가 어디로 흐르는지 계약서로 확인한 학원은 드물다.

인공지능이 교사를 지우지 못하게

세 주의 법에는 같은 못이 박혀 있다. 사람 교사를 빼지 않는다는 선이다. 아이다호 법은 어떤 AI도 인간 교사를 대체하거나 없애지 못하도록 못 박았다. 오클라호마는 교사의 사전 검토를 의무로 만들었다. 도구가 답을 내도 마지막 판단은 사람이 한다. 이 선은 한국 교실에서도 시험대에 오른다. 생성형 도구가 수능 모의 문항을 분 단위로 찍어 내고 내신 서술형 피드백을 자동으로 단다. 편하지만 위험하다. 도구가 만든 해설이 교육과정 성취기준과 어긋나도 검토 없이 나가면 학생이 잘못 배운다. 챗GPT가 2022년 등장한 뒤 학교는 막을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학교감독관협회의 노엘 엘러슨 응은 "인공지능은 통제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학생이 접근하는 순간 이미 교실 안이었다는 뜻이다. 도구를 빼앗는 싸움은 시작부터 진 싸움이라는 진단이다. 그래서 답은 차단이 아니라 검토다. 사람이 마지막에 본다는 규칙이 평가의 신뢰를 지킨다. 수능 변형 지문 하나, 내신 해설 한 줄도 강사의 눈을 거쳐야 학생 앞에 선다. 인간 교사를 지우지 않는다는 미국의 조항은 결국 책임의 자리를 비우지 않는다는 약속이다.

성급한 금지와 회의론 사이

규칙을 만든다고 모두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학교는 업체들에게 수많은 AI 제품을 권유받는다. 동시에 교실 안 인공지능을 향한 회의론도 커진다. 이 흐름은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기기가 학업과 정신건강에 남긴 후유증을 둘러싼 반발과 닮았다. 그래서 각 주는 성급한 반응을 피하려 한다. 뉴욕시는 2022년 부정행위 우려로 챗GPT를 잠시 금지했다가 거뒀다. 엘러슨 응이 든 그 사례는 반사적 금지의 한계를 드러낸다. 한국 학원가도 같은 갈림길에 서 있다. 한쪽에는 도구를 전면 차단하자는 목소리가 있다. 다른 쪽에는 무제한 허용이 있다. 둘 다 현장을 지키지 못한다. 차단은 이미 쓰는 학생을 못 본 척하고 방치는 위험을 그대로 둔다. 134건의 법안이 31개 주에서 쏟아진 이유는 그 중간 지대를 찾기 위해서다. 법안들이 손댄 갈래는 네 가지로 모인다. 데이터 개인정보, 교실 내 사용 제한, 리터러시, 그리고 연수다. 차단이냐 허용이냐의 이분법 대신 어디에 어떤 안전장치를 둘지 따지는 방향이다. 정부관계 기업 멀티스테이트의 집계가 그 규모를 말해 준다. 한국 학원과 학교도 같은 네 갈래를 자기 언어로 정리할 때가 됐다.

검토 한 줄을 수업 규칙으로

다음 수업에서 바꿀 수 있는 것은 거창한 정책이 아니다. 오클라호마가 법으로 만든 한 문장이면 충분하다. AI가 만든 자료를 수업에 쓰기 전에 강사가 먼저 검토한다. 이 규칙을 커리큘럼 문서에 한 줄로 박아 둔다. 생성형 도구로 뽑은 수능 변형 지문이든 내신 문항이든 EBS 자료의 변형이든 출력물에는 검토자의 이름과 날짜를 남긴다. 검토 항목도 좁게 정한다. 사실 오류, 교육과정 성취기준과의 정합, 난도, 개인정보 노출 네 가지면 시작으로 충분하다. 학부모에게는 어떤 도구를 어떻게 쓰는지 한 장으로 알린다. 오클라호마가 학부모 거부권을 법에 넣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도구를 막을 필요는 없다. 다만 마지막에 사람이 본다는 절차 하나가 평가의 신뢰를 만든다. 미국의 134건은 멀리 있는 뉴스가 아니다. 검토 한 줄을 오늘 수업 규칙으로 옮기는 일에서 시작된다.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