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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정책

2028 대입, 고교학점제 취지는 어디까지 입시에 닿았나

올해 고2가 첫 세대인 2028 대입에서 수능 영향력은 68.5%로 제자리다. 서울대 면접, 경희대 성취도 반영 등 대학별로 갈린 신호를 학부모 관점에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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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 대입, 고교학점제 취지는 어디까지 입시에 닿았나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은 원하는 과목을 직접 골라 듣는 고교학점제를 전면 적용받는 첫 세대다. 이들이 치를 2028학년도 대입은 내신 5등급제를 비롯해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운영된다.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한다는 제도의 취지가 실제 입시에 얼마나 반영됐는가. EBS 뉴스는 재단법인 교육의봄 안상진 부대표와 함께 2028 대입 전형 계획을 뜯어봤다. 결론부터 보면 기대만큼의 변화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수능이 과목 선택의 천장을 누른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고르고 그 과목을 이수하는 제도다. 핵심은 학생의 교육과정 선택이다. 안상진 부대표는 수능의 영향력이 크게 유지되는 한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유는 단순하다. 수능이 다루는 과목이 사실상 고등학교 필수과목처럼 기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학생은 자기 진로와 무관하게 수능 과목 중심으로 시간표를 짠다. 5지선다형 수능을 대비하는 반복 훈련식 수업이 교실을 지배하면 역량 중심·과정 중심 교육은 설 자리를 잃는다.

부모의 자리에서 보면 익숙한 풍경이다. 아이가 듣고 싶은 과목과 수능에 유리한 과목이 어긋날 때, 결국 손이 가는 쪽은 후자였다. 고교학점제는 그 선택의 무게를 진로 쪽으로 옮기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래서 교육의봄은 세 가지를 중점으로 살폈다. 수능 영향력의 실질적 변화, 학교 수업 중심 평가의 강화 여부, 사교육을 부르는 전형 요소의 개선 여부다.

1.2%p라는 숫자의 함정

안 부대표가 말한 수능 영향력은 정시모집 인원과 수시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받는 인원을 합산한 수치다.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하면 수시에서도 떨어진다. 그래서 수시 지원자도 사실상 수능 준비를 강제받는다고 본 것이다. 이 기준으로 전체 수치는 69.7%에서 68.5%로 1.2%p 줄었다.

정시 비중만 떼어 보면 39.9%에서 36.5%로 3.4%p 감소했다. 숫자만 보면 의미 있는 변화처럼 읽힌다. 그러나 수시 수능최저까지 포함한 실질 영향력은 사실상 제자리다. 안 부대표는 이를 정체로, 2028 대입에 걸었던 기대를 생각하면 퇴보로 평가한다.

이 대목은 사교육비를 가늠하는 학부모에게 직접 와닿는다. 수능 준비가 여전히 입시의 바닥을 받치고 있다면, 수시를 노리는 가정도 수능 사교육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제도의 이름은 바뀌었으나 가계가 부담할 준비의 총량은 크게 줄지 않았다는 뜻이다.

서울대는 빼고 한양대는 더했다

전체 수치는 평균값일 뿐이고 대학마다 편차가 크다. 서울대는 수시에서 수능최저를 전면 폐지하고 정시 비중도 낮춰 전년 대비 23%p 줄였다. 고려대도 17.3%p 감소했다. 수능의 무게를 덜어낸 쪽이다.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학교도 있다. 한양대·한국외대·건국대는 정시 비중을 줄이면서도 수시모집에서 수능최저 적용 비율을 높였다. 결과적으로 세 학교 모두 수능 영향력이 12%p 정도 늘었다. 정시를 줄였다는 발표만 들으면 수능 부담이 가벼워진 듯 보이지만, 수시에 얹은 수능최저가 그 자리를 메웠다.

학원 선택과 지망 대학을 함께 고민하는 가정이라면 이 편차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같은 2028 대입이라도 목표가 서울대냐 한양대냐에 따라 수능 준비의 비중이 달라진다. 대학별 전형의 방향을 한 줄 수치가 아니라 정시와 수시 수능최저를 합쳐 읽어야 하는 이유다.

면접이 학교 안으로 들어오다

서울대가 2028학년도에 도입한 SNU 역량평가를 안 부대표는 긍정적으로 본다. 학생부 기반 면접의 적극적인 형태다. 학생부 기록을 출발점으로 삼아 탐침 질문으로 학생의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깊게 파고든다. 탐침 질문은 쉽게 말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다.

기존의 제시문 면접과 비교하면 성격이 다르다. 제시문 면접은 당일 주어진 고난도 지문을 분석해 답하는 사실상의 구술시험이다. 학교생활과 무관하게 별도 준비가 필요하다. 서울대는 2027학년도까지 제시문 면접을 고수하다가 방향을 틀었다.

학생부 기반 면접은 아이가 고등학교에서 무엇을 듣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를 묻는다. 기록의 내실과 학생이 실제로 얼마나 주도적으로 참여했는지를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부모가 챙겨야 할 것은 화려한 활동 목록이 아니다. 아이가 자기 입으로 그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가다. 면접관의 꼬리 질문은 대신 외운 답에서 가장 먼저 무너진다.

성취도 한 줄을 되살린 대학들

내신 평가 방식의 배경부터 짚을 필요가 있다.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면서 문재인 정부는 고교 내신을 모두 절대평가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윤석열 정부가 이를 백지화하고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병기하는 방식으로 되돌렸다.

문제는 두 평가가 함께 적히면 대학이 굳이 절대평가 성취도를 볼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상대평가 등급이 줄 세우기에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전형 계획에서 몇몇 대학이 성취도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경희대는 진로 선택 과목에서 등급과 성취도 중 높은 쪽을 반영한다. 연세대와 서강대는 성취도를 일부 반영한다.

안 부대표는 이를 정부가 포기한 고교 내신 절대평가를 대학이 나서서 일부나마 복원하려는 작은 변화로 평가한다. 학부모에게 이 신호는 작지 않다. 등급이 아니라 성취도가 반영되는 과목이라면, 아이가 한 등급을 놓칠까 봐 피하던 과목에 도전할 여지가 생긴다. 진로에 맞는 과목 선택이 입시에서 손해로 직결되지 않는 길이 조금 열린 셈이다.

진로의 도구냐 유불리의 계산이냐

고교학점제의 선택 과목은 두 얼굴을 갖는다. 진로를 탐색하는 도구이거나, 입시 유불리를 따지는 계산의 대상이다.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는 제도가 아니라 입시의 신호가 정한다. 지금까지 본 2028 대입의 신호는 두 방향이 뒤섞여 있다.

수능의 실질 영향력은 제자리다. 그만큼 진로보다 점수를 좇는 선택의 관성이 남아 있다. 반면 서울대의 학생부 기반 면접, 경희대·연세대·서강대의 성취도 반영은 학교 수업과 진로형 선택에 손을 들어준 변화다. 같은 입시 안에 서로 다른 유인이 공존한다.

안 부대표가 제시한 근본 과제도 같은 자리를 가리킨다. 고교 내신 절대평가 도입, 수능 영향력 축소, 제시문 면접의 학생부 기반 면접 전환이다. 세 과제가 풀리는 속도에 따라 선택 과목의 무게중심이 움직인다. 부모가 할 일은 이 방향을 대학별로 읽고, 아이의 진로와 지망 대학을 겹쳐 보는 것이다. 막연한 불안으로 사교육을 늘리기 전에 점검할 좌표가 여기 있다.

이번 주, 자녀의 시간표를 함께 펼친다

이번 주에 바꿀 수 있는 한 가지는 거창하지 않다. 자녀가 다음 학기에 고를 선택 과목 목록을 함께 펼쳐 놓고, 과목마다 왜 그것을 고르는지 한 문장으로 말하게 하는 일이다. 진로 때문인지, 점수가 잘 나올 것 같아서인지, 친구를 따라서인지를 아이의 입으로 구분하게 한다.

이유가 진로에 닿아 있다면 서울대식 학생부 기반 면접이 묻는 바로 그 설명이 미리 만들어진다. 이유가 유불리뿐이라면 지망 대학이 그 과목의 성취도를 반영하는지, 수능최저를 어떻게 거는지 함께 확인한다. 경희대처럼 성취도를 반영하는 전형이라면 한 등급에 대한 공포가 선택을 좁힐 이유가 줄어든다.

이 대화는 사교육 상담실보다 먼저 집에서 할 수 있다. 시간표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아이가 자기 선택을 설명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면접 연습이고 진로 탐색이다. 2028 대입이 학교생활을 중심에 두려던 취지를 가장 먼저 시험하는 곳은 입학사정관실이 아니라 가정의 식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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