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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정책

AI 지침은 79%, 안전망은 3분의 1 — 미국 학교가 먼저 만난 분기점

미국 학교 IT 책임자 600명 조사 결과 AI 지침은 79%로 늘었지만 보안 대응 인력은 3분의 1뿐이다. 인스트럭처 사태와 검증 공백이 한국 학원·교실에 남기는 질문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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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지침은 79%, 안전망은 3분의 1 — 미국 학교가 먼저 만난 분기점

미국 학교 정보기술 책임자 약 600명을 조사한 CoSN의 연례 State of EdTech 보고서가 숫자 하나를 앞세운다. AI 사용 지침을 갖춘 교육구가 79%로, 1년 전 57%에서 크게 뛰었다. CEO 키스 크루거는 작은 학교와 농촌 학교가 많은데도 책임 있는 사용 지침이 이렇게 빨리 퍼진 것이 놀랍다고 말한다. 도입 속도는 빨라졌지만 응답자들이 반복해서 꺼낸 말은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국 학원가와 학교도 같은 분기점에 서 있다. AI를 쓰겠다는 선언과 안전하게 쓸 토대 사이의 거리가 이 보고서의 진짜 주제다.

1년 만에 57%에서 79%로 뛴 지침

가장 큰 변화는 속도였다. AI 사용 지침을 둔 교육구가 2025년 57%에서 2026년 79%로 올라갔다. 크루거는 "기초 단계로서 움직임이 보인다"고 평가한다. 다만 그가 강조한 방식은 위에서 내린 의무 규정이 아니다. 조사에 응한 교육구 대부분은 지침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주나 연방의 강제 규정은 원하지 않는다. 이유는 분명하다. 의무 규정은 위원회가 만들고 승인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데, AI는 그 속도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크루거의 표현이 날카롭다. "이번 주, 이번 달, 올해가 빠르게 바뀐다. AI로 무엇이 부정행위인지 같은 근본 믿음을 바꾸자는 말은 아니다. 다만 위원회 승인으로 단단히 묶어 버리면, 정작 바꿔야 할 때 발이 묶인다." 한국 교실이 익숙한 풍경과 겹친다. 교육과정 개정은 몇 년 주기로 움직이는데, 생성형 AI 도구는 한 학기 안에 판이 바뀐다. 학원가에서 교재 한 권을 채택하는 호흡과 AI 도구를 시험 삼아 쓰는 호흡이 다른 것과 같다. 보고서가 권하는 방향은 무거운 규정 한 번이 아니라, 자주 고쳐 쓸 수 있는 가벼운 지침이다.

가장 흔한 도입은 수업이 아니라 교사 업무였다

도입의 내용을 뜯어 보면 순서가 드러난다. 가장 흔한 AI 사업은 수업용 생성형 AI 도구 사용법을 교직원에게 가르치는 것으로, 응답자 10명 중 7명이 한다고 답했다. 교직원과 교사의 생산성을 겨냥한 조치가 각각 54%와 53%로 뒤를 이었다. 가장 크게 뛴 항목은 AI를 학교 운영에 쓰는 사업이다. 2025년 37%에서 2026년 64%로 올라갔다. 반면 가르치고 배우는 일 자체에 AI를 쓰는 사업은 절반에 못 미치는 41%에 그쳤다.

크루거는 이 순서를 의도된 선택으로 읽는다. "손에 닿는 낮은 열매는 운영과 교사 생산성 쪽에 있다. 교실 안의 훌륭한 쓰임은 계속 탐색해야 하지만, 수업에 녹이는 일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하룻밤 사이에 무리하게 밀어붙일 것은 아니다." 한국 강사가 먼저 체감하는 지점과 정확히 맞는다. 모의고사 채점 정리, 내신 출제용 지문 초안, 학부모 안내문 같은 업무에서 AI는 곧장 시간을 줄여 준다. 반면 수능 독해 지도나 평가 도구 설계처럼 학습의 핵심에 AI를 끼워 넣는 일은 검증 부담이 크다. 미국 교육구가 운영과 업무부터 손댄 이유가 한국 교실의 우선순위와 다르지 않다.

우려의 1순위는 성적이 아니라 보안이었다

AI 사용을 두고 응답자들이 가장 크게 걱정한 것은 학습 효과가 아니라 사이버 보안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거의 모든 응답자, 98%가 AI가 새로운 형태의 사이버 공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는 답은 2%뿐이었다. 같은 비율이 학생 데이터와 개인정보에 미칠 영향도 걱정했다. 도입이 빨라질수록 지켜야 할 문이 늘어난다는 현장 감각이다.

문제는 걱정의 크기와 대응 능력이 어긋난다는 점이다. 보안 우려는 강한데, 응답자의 3분의 2는 그 문제를 다룰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우려 98%와 대응 가능 인력 3분의 1 사이의 간극이 보고서가 가리키는 위험의 실체다. 한국 학원과 학교도 같은 구조를 안고 있다. 출결과 성적, 학생 연락처와 결제 정보를 다루는 관리 시스템에 AI 도구를 연결할수록, 학생 개인정보가 새 나갈 통로도 함께 늘어난다. 도입을 결정하는 사람과 보안을 책임지는 사람이 분리되어 있지 않은 소규모 학원일수록 이 간극은 더 크다. 빠른 도입을 자랑하기 전에 누가 데이터를 지키는지 먼저 정해야 한다는 신호다.

인스트럭처 사태가 청구한 비용

추상적 우려가 아니다. 보고서는 2026년 5월 인스트럭처 공격을 언급한다. 이 공격으로 여러 학교가 몸값을 지불했고, 세계에서 가장 큰 디지털 교육 플랫폼 중 하나가 멈췄다. 크루거의 진단은 단순하다. "눈에 띄는 침해와 공격은 보안에 투자하지 않을 때 학교 시스템이 치를 실제 비용을 드러낸다." 학습 관리 플랫폼 한 곳이 멈추면 수업 자료, 과제 제출, 성적 기록이 동시에 마비된다는 뜻이다.

17년 동안 이 보고서를 만들어 온 크루거는 보안 문제에서 마침내 전환점이 왔을지 모른다고 본다. "기술을 맡은 사람들은 보안이 문제라고 오래 크게 외쳐 왔다." 이제는 교육감과 학교 운영위원까지 그 목소리를 안다. "광대역 망을 깔아 놓고 안전하게 지키지 않을 수는 없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다만 학교에 보안을 다룰 사람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이것은 거대한 도전이다." 한국도 EBS 온라인 강좌와 학원 LMS, 온라인 평가 도구로 수업의 무게중심이 옮겨 간 만큼, 플랫폼 한 곳의 정지가 곧 수업의 정지로 이어진다. 보안은 정보기술 부서만의 일이 아니라 강의 운영의 전제가 됐다.

검증되지 않은 도구를 누가 책임지는가

보고서가 짚은 또 다른 문제는 에듀테크 검증이다. 교실 안 화면 사용 시간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일부 주는 도구를 더 제대로 심사하라고 요구한다. 그런데 현실은 헐겁다. 학교는 흔히 업체가 내놓은 자체 데이터에 기대고, 소프트웨어를 직접 들여다볼 역량은 갖추지 못한다. 안전한지 효과가 있는지 합법인지를 학교 스스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스마트폰 프리 차일드후드 US의 공동 대표 킴 휘트먼의 말이 핵심을 찌른다. "지금 이 제품들이 안전하고 효과적이고 합법이라고 확인해 주는 주체가 아무도 없다. 그 일이 교육구 정보기술 책임자에게 떨어져서는 안 된다. 그들이 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회사가 스스로 검증하도록 맡기는 것도 옳지 않다." 한국 학원가의 도구 채택 과정과 그대로 겹친다. 새 AI 학습 도구를 들일 때 강사가 보는 자료는 대개 업체가 만든 소개 화면과 성과 수치다. 그 도구가 학생 데이터를 어디에 저장하는지, 채점 결과가 실제 평가 기준과 맞는지 검증하는 절차는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검증의 공백을 메우지 않으면, 도입 속도는 그대로 책임의 공백이 된다.

다음 커리큘럼에 검증 한 줄을 넣는다

보고서가 강사에게 남기는 실천은 거창하지 않다. 새 AI 도구를 수업에 들이기 전, 도입 결정과 별개로 짧은 검증 항목을 커리큘럼 문서에 한 줄로 박아 두는 것이다. 미국 교육구의 79%가 의무 규정이 아니라 자체 지침으로 움직였다는 점이 근거다. 강사 한 명도 자기 수업 단위의 가벼운 지침을 가질 수 있다. 도구를 채택하기 전 세 가지만 적는다. 첫째, 이 도구가 학생의 이름과 성적을 어디에 저장하는가. 둘째, 채점이나 첨삭 결과가 내신과 수능 평가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가. 셋째, 업체 소개 자료 말고 직접 확인한 근거가 한 가지라도 있는가.

이 한 줄은 다음 학기 커리큘럼에서 곧장 작동한다. 평가 도구를 새로 붙일 때, 먼저 한 반에만 시범 적용하고 결과를 기존 모의고사 점수와 맞춰 본 뒤 전체로 넓힌다. 크루거가 말한 "하룻밤 사이에 무리하게 밀어붙이지 않는다"는 원칙을 교실 크기로 줄인 셈이다. 도입이 빠른 학원일수록 검증 절차를 함께 빠르게 만들어야 우려와 대응의 간극이 벌어지지 않는다. 79%라는 숫자가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라, 그 숫자 뒤에 인력과 예산이 따라붙었는지를 먼저 묻는 것이 보고서의 진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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