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수업
AI가 그린 '다른 나라'를 의심하는 수업: 이주배경학생 20만 시대의 교실
이주배경학생이 20만 명을 넘은 교실에서 AI 번역은 언어의 벽을 낮출 수 있게 됐다. 그러나 AI에게 다른 나라의 모습을 그려 달라고 하면 같은 전통 의상과 관광지가 되풀이되는 경우가 있다. 한 초등학교 수업은 그 이미지를 의심하는 연습을 수업으로 만들었다.

서울 신상도초등학교 6학년 사회 시간, 학생들은 각자 탐험하고 싶은 나라를 하나씩 골랐다. 위치와 수도, 기후와 지형을 조사하고, 음식과 전통 의상, 집과 교통수단, 축제까지 정리했다. 그다음 인공지능을 이용해 자기 사진과 그 나라의 장소를 합쳐, 마치 직접 여행을 다녀온 듯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EBS 뉴스 「교실 밖 생존교양」(2026년 9월 21일)에 출연한 조민의 교사가 소개한 '세계지리 미션 탐험대' 수업이다.
이 수업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인공지능이 만든 이미지를 다루는 방식이다. 조 교사에 따르면, 인공지능에게 어떤 나라 사람들의 모습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 특정한 전통 의상이나 관광지, 대표 음식만 반복해서 나오는 경우가 있다. 한 나라의 문화가 아주 단순하게 보이거나 잘못된 이미지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문화교육의 도구로 들여온 기술이 그 자체로 고정관념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을, 이 수업은 숨기지 않고 수업 재료로 삼았다.
번역이 낮춘 벽
방송은 이주배경학생이 20만 명을 넘어섰다는 사실에서 출발했다. 조 교사는 2025년 교육기본통계를 인용해 초등학생 가운데 다문화학생의 비율이 5.0%까지 높아졌다고 설명했고, 이제 다문화교육을 일부 학교에서만 필요한 교육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언어 지원에서는 인공지능이 이미 학교에 들어와 있다. 조 교사가 대표 사례로 든 것은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운영하는 AI 기반 한국어교육 시스템 '모두의 한국어'다. 학생의 수준을 진단해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고, AI 튜터와 발음 연습, 퀴즈, 학습 기록을 제공한다.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소통도 달라지고 있다. 조 교사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은 다문화학생 밀집학교에서 AI 자동번역으로 가정통신문과 학습지를 학생의 모국어로 옮기는 사업을 시작했고, 서울시교육청은 2026년부터 이주배경학생을 위한 AI 기반 실시간 통·번역 솔루션을 지원하고 있다.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여기까지가 기술이 가장 분명하게 일한 영역이다. 가정통신문 한 장이 학부모의 언어로 도착하는 일은 작아 보이지만, 학교와 가정 사이에서 오가는 정보의 양 자체를 바꾼다. 준비물 안내나 상담 일정처럼 아이가 중간에서 옮기거나 아예 전달되지 않을 수 있던 내용이 학부모에게 직접 닿을 수 있다. 학습 쪽에서도 마찬가지다. 수준 진단과 맞춤형 콘텐츠 추천은 교사 한 명이 반 전체를 가르치면서 한국어 수준이 제각각인 학생을 따로 챙기기 어려운 상황을 일부 메워 줄 수 있다.
다만 이 칼럼은 이 변화를 '해결'로 부르기는 이르다고 본다. 번역은 정보가 오가는 통로를 넓히지만, 그 정보가 무엇을 뜻하는지, 학교의 관행이 왜 그런지까지 옮겨 주지는 않는다. 같은 가정통신문을 받아도 한국 학교의 시험 일정이나 수행평가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가정에는 여전히 설명이 필요할 수 있다. 조 교사가 언어 다음의 문제를 길게 이야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언어 뒤에 남는 것
그러나 조 교사는 언어 문제가 풀리면 학교생활의 어려움도 대부분 풀리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학생들은 새로운 문화와 학교생활에 적응해야 하고, 친구 관계를 만들어야 하며, 때로는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한다. 그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다문화청소년 종단연구를 들어, 연령이 높아지면서 우울이나 사회적 위축이 늘거나 공부가 어려울 때 도움받을 사람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변화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동시에 친구 관계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는 학생도 많았다는 점을 함께 짚었다. 그래서 다문화학생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적응이 어렵다고 보는 시선 역시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사는 기술의 한계를 이렇게 표현했다.
"쉬는 시간에 함께 놀 친구를 만들어 줄 수는 없습니다."
그는 자신의 문화적 배경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하는 일, 친구들이 편견 없이 바라보게 하는 일도 기술만으로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번역 기술이 넓혀 준 것은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이고, 실제로 함께 어울리는 일은 여전히 교실이 만들어야 하는 몫으로 남는다.
그럴듯한 이미지를 의심하는 연습
'세계지리 미션 탐험대'로 돌아가 보자. 방송에서 이혜정 앵커는 AI가 특정 국가나 문화를 정형화해 보여 주면서 학생들에게 오히려 새로운 편견을 심어 줄 수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조 교사는 바로 그 이유로 이 수업에서 인공지능 윤리를 함께 다뤘다고 답했다. 그리고 학생들과 세 가지 약속을 정했다. 특정 나라와 문화를 과장하거나 부정적으로 표현하지 않을 것, 인공지능이 만든 이미지가 사실과 맞는지 직접 조사한 자료와 비교해 검토할 것, 잘못되거나 불쾌한 표현을 발견하면 그대로 쓰지 않고 다시 고칠 것이다.
수업의 마지막은 이미지가 아니라 글이었다. 학생들은 탐험한 나라를 주제로 가상의 기행문을 쓰고, 만든 이미지와 함께 친구들에게 소개했다. 조 교사는 이 과정이 AI로 이미지를 만드는 활동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음식이 신기하고 옷이 특이하다는 정도로 보던 학생들이, 조사하고 글을 쓰면서 그 생활 모습에 환경과 문화적 맥락이 있다는 쪽으로 질문을 옮겨 갔다는 것이다. 조 교사가 전한 학생들의 말에는 더운 지역이라 그런 집에서 산다는 이해, 그 음식에 역사와 문화가 있었다는 발견, 다른 것도 있지만 비슷한 것도 많다는 관찰이 담겨 있었다. 그는 다문화교육에서 필요한 것이 여러 나라의 국기와 음식을 많이 외우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활 모습에 각각의 환경과 문화적 맥락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경험이라고 정리했다.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이 수업의 핵심은 인공지능을 쓴 데 있지 않고 인공지능의 결과물을 검토 대상으로 바꾼 데 있다. 학생이 자기가 조사한 자료로 기계의 이미지를 반박해 보는 경험은 다문화교육이면서 동시에 정보를 다루는 기본기 훈련이기도 하다.
모두를 위한 다문화교육
조 교사는 다문화교육이 종종 다문화학생을 위한 교육으로만 이해된다고 지적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 교실에서 함께 지내려면, 모든 학생이 다양성을 이해하는 경험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 진행자 이혜정 앵커는 대담을 마무리하며, AI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편견을 강화할 수도, 깨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 칼럼이 읽기에 이 말은 모든 학생의 다양성 교육이라는 조 교사의 관점과도 이어진다.
물론 반론도 가능하다. 초등학교 사회 수업 한 사례로 다문화교육 전체를 말하기는 어렵고, 시험 범위와 진도에 쫓기는 중·고등학교 교실에서는 이런 탐구 수업을 할 시간을 내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이 칼럼도 그 한계를 인정한다. 다만 이 수업에서 옮겨 올 수 있는 것은 활동 자체보다 순서다. 도구로 결과물을 만들고, 그 결과물을 조사한 자료와 대조하고, 마지막에 자기 말로 다시 쓰게 하는 순서는 과목과 학년을 가리지 않는다고 이 칼럼은 본다.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이주배경학생이 20만 명을 넘은 교실에서 학교가 기술에 맡길 수 있는 일과 맡길 수 없는 일의 경계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번역과 진단은 기술에 맡길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을 의심하고 누구와 어울릴지를 배우는 일은 여전히 수업의 설계에 달려 있다.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학교가 AI 도구를 들일 때, 그 도구가 보여 주는 세계를 학생이 의심해 볼 시간도 함께 들이고 있는가.
출처: EBS 뉴스, 「[교실 밖 생존교양] 다문화 학생 20만 시대…AI가 바꾸는 교실」 (2026.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