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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수업

AI 의심을 피하려 일부러 덜 잘 쓰는 학생도 있다: 적발이 교사와 학생의 신뢰를 갉아먹을 때

하버드 교육대학원 디지털 번영 센터 보고서는 AI 부정행위 적발에 대한 집착이 교사와 학생의 신뢰를 무너뜨린다고 지적한다. 면담한 청소년 일부는 억울한 의심을 피하려 과제를 일부러 덜 잘 해냈다고 털어놓았다. 적발 장치보다 사용을 드러내게 하는 대화가 먼저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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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의심을 피하려 일부러 덜 잘 쓰는 학생도 있다: 적발이 교사와 학생의 신뢰를 갉아먹을 때

생성형 AI가 교실에 들어온 뒤 많은 교사가 부정행위를 걱정한다. 에듀케이션 위크(Education Week)의 아리아나 프로테로(Arianna Prothero) 기자는 2026년 9월 30일 하버드 교육대학원 산하 디지털 번영 센터(Center for Digital Thriving)의 보고서를 소개하면서, AI로 부정행위를 하는 학생이 실제로 많다는 점에서 이 걱정이 근거 없는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그러나 보고서의 주장은 다른 곳을 향한다. 부정행위 적발에 대한 집착이 더 중요한 것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교사와 학생 사이의 신뢰다.

보도에 따르면 연구진은 2025년 봄 교사와 교장의 전국 대표 표본을 설문했고, 2026년 4월부터 6월까지 15~19세 청소년 31명을 심층 면담했다. 자신이 겪는 AI 관련 고민을 직접 적어 달라는 질문에 교사의 74%, 교장의 69%가 부정행위와 관련된 문제를 꼽았다.

적발하려는 쪽과 증명해야 하는 쪽

보고서가 짚는 첫 번째 문제는 의심이 양쪽으로 흐른다는 점이다. 보도에 따르면 교사는 학생이 AI를 썼다고 확신해도 확실히 증명하기 어렵고, 학생은 억울하게 의심받아도 쓰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어렵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디지털 번영 센터 공동 설립자 벡 텐치(Beck Tench)는 그 결과 기술을 동원한 쫓고 쫓기는 게임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그가 든 예는 이렇다. 과제문에 흰 글씨로 엉뚱한 지시를 숨겨 두면 학생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과제문을 복사해 AI에 붙여 넣으면 그 지시가 답에 섞여 나온다. 그러자 숙제용 AI 도구들은 과제를 사진으로 찍어 넣는 기능으로 대응했다.

텐치는 이 상황을 두고, 방식은 바뀌어도 쫓고 쫓기는 구조 자체는 그대로이며 그것이 신뢰를 기르기는커녕 바닥을 향한 경쟁을 낳는다는 취지로 말했다. 보도는 또 교사가 부정행위에 매달리면 학생들이 교사를 위선적으로 볼 수 있다고 전한다. 학생의 AI 사용은 단속하면서 정작 과제를 만들고 채점하는 데는 AI를 쓰는 모습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것이 학생들로 하여금 수업과 과제에 관한 질문을 교사 대신 챗봇에게 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부러 덜 잘 쓰는 학생들

이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청소년 면담이다. 면담한 청소년들은 AI를 썼다는 의심을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이미 AI를 쓰는 친구들을 따라가야 한다는 압박을 이야기했다. 일부는 억울한 의심을 피하려고 과제를 일부러 덜 잘 해내는 경우까지 털어놓았다.

텐치는 어른들의 논의가 '인지적 항복(cognitive surrender)'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생각을 AI에 넘겨 버리는 문제를 가리키는 말로 읽힌다. 그는 그것도 중요한 문제라고 하면서, 의심이 대화 없이 곧바로 고발로 이어지는 환경에서 일부 학생이 억울한 의심을 피하려고 자기 능력을 감추는 '인지적 유보(cognitive withholding)'의 신호도 보고서에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이 대목이 영어 작문을 가르치는 사람에게 특히 무겁다. 문법이 정확하고 어휘가 세련된 글일수록 AI를 의심받기 쉽다면, 학생이 배우는 방향과 평가받는 방향이 거꾸로 간다. 잘 쓰는 법을 가르치면서 잘 쓴 글을 의심하는 구조에서는, 가장 성실한 학생이 가장 먼저 손을 거둘 수 있다.

이 칼럼의 해석으로 교실의 한 장면을 그려 보면 이렇다. 영어 작문 과제를 걷은 교사가 유난히 매끄러운 에세이 한 편을 읽는다. 문장은 정확하고 연결어도 자연스럽다. 이때 교사가 꺼낼 수 있는 첫 질문은 크게 두 가지다. '이거 정말 네가 썼니?'라고 묻는 것과 '이 문단을 이 문장으로 시작한 이유가 뭐니?'라고 묻는 것이다. 앞의 질문은 학생에게 결백을 증명하라고 요구하고, 뒤의 질문은 학생에게 자기 생각을 설명할 기회를 준다. 이 질문의 목적은 잡아내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생각을 이해하는 데 있다. 학생이 어디서 AI의 도움을 받았든, 설명하는 과정에서 그 글이 학생에게 어떤 의미였는지가 드러날 수 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실제로 AI에게 과제를 맡기는 학생이 있는데 확인하지 않는 것은 순진한 태도라는 반론이다. 이 칼럼은 그 반론이 틀렸다고 보지 않는다. 앞에서 본 대로 보도도 그 걱정이 근거 없는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다만 이 칼럼이 읽기에 보고서가 겨누는 것은 확인 그 자체가 아니다. 앞서 본 대로 텐치가 짚은 것도 의심이 대화 없이 곧바로 고발로 이어지는 환경이었다. 의심을 먼저 통보하는 확인은 학생을 방어하게 만들기 쉽고, 과정을 묻는 확인은 학생을 설명하게 만들기 쉽다. 같은 확인이라도 어느 쪽이냐에 따라 다음 과제에서 학생이 손을 거둘지, 자기 생각을 더 드러낼지가 달라질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사용에는 좋은 사용도 섞여 있다

보고서가 짚는 또 하나의 문제는 가시성이다. 학생이 AI를 쓰면 교사는 학생의 생각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볼 수 없게 된다. 그런데 보도에 따르면 텐치는 금지와 처벌 위주의 정책이 오히려 학생의 AI 사용을 더 숨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가 든 예는, 과제를 한 번도 놓치지 않으려고 AI로 자신의 실행 기능(과제 관리 같은 자기 관리 능력)을 돕는 체계를 통째로 만든 학생이다. 숨겨진 사용에는 나쁜 사용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보도에 따르면 교사와 학생 모두 원하지 않을 때도 AI를 써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고 연구진에게 말했다.

보고서는 수업 방법도 제안한다. 텐치에 따르면, 하나의 과제를 두고 AI를 쓰는 좋은 방법과 나쁜 방법을 학생들이 함께 꺼내 놓고 토론하게 하는 것이다. 보도가 든 예로 보면 에세이 전체를 AI에게 쓰게 하는 것은 비윤리적인 사용이고, 학생이 직접 쓴 에세이를 AI로 교정하는 것은 생산적인 사용이다. 교사의 태도에 대해서는 학생의 AI 사용을 짐작하기보다 열린 마음으로 묻고, '우리 대 그들'이 아니라 AI가 양쪽 모두에게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태도로 대화하라고 권한다.

심판이 아니라 코치로

보고서는 많은 학교가 교사에게 규칙도 다 모르는 경기의 심판 노릇을 요구하고 있다고 본다. 대신 교사는 학생이 AI를 안전하고 윤리적으로 쓰도록 가르치는 코치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텐치는 학교와 교육청의 AI 정책이 신뢰와 관계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정책을 만들 때 교사와 학생을 함께 참여시키는 방법을 제안했다.

보도에 따르면 보고서는 벌어지는 신뢰의 간극을 메우는 데 필요한 것이 기술적 역량이 아니라 관계의 역량이라고 말한다. 텐치는 교사가 언젠가는 AI를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이 시기를 헤쳐 나갈 매우 효과적인 기술은 학생을 보고, 아끼고, 공감하고, 궁금해하는 교사의 관계적 역량이라고 말했다.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한국의 작문 지도와 수행평가에 옮겨 올 질문도 같은 자리에 있다. 'AI를 썼는가'를 판정하는 장치를 하나 더 늘리기 전에, 학생이 무엇을 어떻게 썼는지 말하게 하는 절차가 평가 안에 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사용을 드러내도 불이익이 없는 구조가 있어야 학생의 사고 과정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적발률은 숫자로 남지만, 신뢰가 무너진 비용은 학생이 일부러 덜 잘 쓴 문장 속에 남는다.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그런 절차가 거창할 필요는 없다. 과제를 낼 때 AI를 어디까지 써도 되는지 미리 정해 알려 주고, 제출할 때 어떤 도구를 어디에 썼는지 한두 줄 적게 하며, 의심이 들 때는 판정보다 면담을 먼저 여는 정도로도 교실의 기본값은 달라질 수 있다. 남는 질문은 독자의 교실에 있다. 학생이 AI를 어디에 썼는지 솔직하게 적어 낸다면, 그 학생에게 돌아가는 것은 감점인가, 대화인가.

출처: Education Week, 「How AI Suspicions Are Undermining Student-Teacher Relationships」 (Arianna Prothero,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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