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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수능 50일, 부모가 물러설 자리와 도울 자리

수능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경기 소명여고 김진석 교사의 마무리 학습 전략을 학부모 관점에서 정리했다. 생활 리듬과 9월 모의평가 활용, 성적대별 선택과 집중, 대학별고사 비중까지 남은 기간에 부모가 실제로 도울 수 있는 지점을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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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50일, 부모가 물러설 자리와 도울 자리

수능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추석 연휴에도 수험생은 쉴 틈이 없고 수시 원서접수를 막 끝낸 가정도 긴장을 풀지 못한다. 남은 기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말은 정작 자녀보다 부모를 더 조급하게 만든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 마땅치 않다고 느낄수록 불안은 커지고 종종 자녀의 마무리 학습을 흔드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EBS 뉴스가 소개한 경기 소명여고 김진석 교사의 마무리 학습 전략에는, 이 시기 부모가 잘못 끼어들기 쉬운 지점과 자녀를 실제로 도울 수 있는 지점이 함께 들어 있다. 이 전략을 자녀의 공부법으로만 읽지 않고 부모의 자리에서 다시 읽으면, 남은 50여 일에 집이 맡을 몫이 또렷해진다. 이 시기에 부모가 바꿔야 할 것은 자녀의 공부량이 아니라 자신의 불안을 다루는 방식일 때가 많다.

원서접수는 결과를 만드는 출발선이다

김진석 교사는 원서접수를 “입시의 끝이 아니라 결과를 만들어 가는 시작점”이라고 본다. 수시에 무게를 둔 자녀를 둔 부모일수록 이 말이 아프게 들린다. 원서를 넣는 순간 큰 산을 넘었다고 여기기 쉽지만 실제로는 결과를 좌우하는 구간이 그때부터 시작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수시 전형 상당수에 수능최저학력기준이 걸려 있다. 논술이나 면접을 아무리 잘 봐도 최저기준을 못 맞추면 불합격이다. 정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만 수능에 매달릴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수시에 지원한 자녀에게도 수능은 합격의 문을 여는 마지막 열쇠일 수 있다. 그래서 원서를 넣었다는 안도감이 남은 기간의 긴장을 먼저 풀어 버리지 않도록 부모가 함께 마음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 수시라는 이름이 수능을 면제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부모가 먼저 받아들여야 한다.

원서를 넣고 나면 집안 분위기가 한 번 풀어진다. 부모의 관심도 대학별고사나 면접 준비 쪽으로 옮겨 가기 쉽다. 이때 사교육비를 논술 학원에 몰아넣는 판단이 나오기도 한다. 최저기준이 걸린 전형이라면 순서가 반대다. 수능이 먼저고 대학별고사는 거기에 얹는 몫이다. 자녀가 지원한 전형에 최저기준이 있는지, 몇 등급을 맞춰야 하는지부터 부모가 정확히 아는 편이 낫다. 이 숫자는 시험을 앞둔 자녀보다 부모가 차분히 확인하기 쉬운 정보다. 숫자를 모른 채 조급함만 키우면 자녀에게 엉뚱한 압박이 간다. 필요한 등급이 눈앞에 또렷하면 막연한 불안은 구체적인 목표로 바뀐다. 부모가 확인해 둔 등급은 자녀가 흔들릴 때 돌아올 기준점이 된다.

아침 여덟 시 사십 분에 몸을 맞추는 준비

1교시 국어가 오전 8시 40분에 시작한다. 김진석 교사는 시험 시작 두 시간 전에는 일어나는 습관을 지금부터 들이라고 조언한다. 시험 당일 하루아침에 몸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공부 순서도 시험 흐름에 맞춘다. 오전에는 국어와 수학, 오후에는 영어와 탐구다. 이렇게 몸에 익혀 두면 시험 당일 같은 시간대에 해당 과목으로 머리가 자연스럽게 돌아간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과목을 꺼내는 일이 몸에 배는 것이다. 지금부터 시간표를 시험에 맞춰 두면 남은 50여 일이 곧 실전 연습이 된다. 반대로 시험 시간과 어긋난 생활은 아무리 오래 공부해도 시험장에서 제 실력을 깎는다.

이 대목이 부모가 실제로 손댈 수 있는 지점이다. 문제 풀이는 자녀와 학원의 몫이지만 아침에 깨우고 식사 시간을 정돈하는 일은 집에서만 된다. 밤 늦게까지 붙잡고 있다가 늦게 일어나는 습관은 수능 당일 컨디션을 무너뜨린다. 새벽까지 불이 켜진 방을 성실함으로만 읽지 않는 편이 좋다. 늦게까지 앉아 있는 모습이 부모에게 안심을 주더라도, 정작 시험 시간에 흐트러진 컨디션은 노력을 갉아먹는다. 규칙적인 기상과 끼니가 이 시기에는 한 시간 더 앉아 있는 것보다 점수에 가깝다. 남은 50여 일은 새 지식을 넣는 기간이 아니라 준비한 것을 시험 당일에 온전히 꺼내도록 몸을 맞추는 기간이다. 그렇게 몸을 맞추는 일에서 부모가 맡을 자리가 가장 분명하다.

새 문제집을 사 오는 조급함

불안하면 새것을 찾는다. 새 문제집, 새 인터넷 강의, 새 학원. 김진석 교사는 이 시기에 가장 흔한 실수로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습관을 꼽는다. 새 교재나 새 강의는 끝내기 어렵고 다 못 끝냈다는 생각이 불안을 더 키운다. 마무리해야 할 시기에 새로 벌인 일이 오히려 불안의 원천이 되는 셈이다. 남은 기간에는 새 개념을 쌓기보다 아는 문제를 정해진 시간 안에 정확히 맞히는 연습이 먼저다. 이미 익힌 것을 실전에서 흔들림 없이 꺼내는 힘이 이 시기의 실력이다. 새것을 향한 조급함을 눌러 주는 일이, 이 시기에 부모가 자녀에게 건넬 수 있는 안정감이다.

부모의 사교육비 판단이 여기서 갈린다. 마음이 급해 강의를 하나 더 결제하는 선택이 자녀에게 득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부모의 결제가 불안을 다루는 방법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하루에 한 영역씩 실제 시험 시간에 맞춰 풀고 답안지 마킹까지 시간 안에 끝내는 연습이 실전 감각을 만든다. 일주일에 한 번은 전 영역을 실제 시간표대로 이어서 풀어 본다. 그러면 어느 시간대에 집중력이 떨어지는지도 드러난다. 학원을 하나 더 붙이는 대신 자녀가 집에서 시간을 재고 모의고사를 풀 조용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편이 실질적이다. 조용한 두세 시간을 확보해 주는 일이 새 강의를 결제하는 것보다 어렵고 또 값지다. 한 과목에만 시간을 몰아주는 것도 피해야 한다. 수능은 모든 영역을 하루에 치르는 시험이라, 조금씩이라도 전 영역을 매일 접하는 리듬이 낫다. 부모가 돈으로 해결하려는 충동을 참고 환경으로 도우려 할 때, 자녀의 하루가 덜 흔들린다. 결제 한 번보다 조용한 책상 하나를 지켜 주는 일이 이 시기에는 더 큰 도움이 된다.

9월 모의평가 성적표를 읽는 법

9월 모의평가 성적표가 나오면 점수와 등급만 확인하고 덮기 쉽다. 그러면 성적표의 절반만 쓰는 셈이다. 김진석 교사는 틀린 문제의 원인부터 나누라고 말한다. 개념이 부족했는지, 시간이 모자랐는지, 단순 실수였는지에 따라 남은 기간의 방향이 달라진다. 같은 오답이라도 원인이 다르면 처방이 다르기 때문이다. 개념이 문제면 교과서와 개념서로 돌아가고 시간이 문제면 풀이 순서를 바꾸고 실수가 잦으면 검토 방법을 다시 짠다. 틀린 이유를 짧게 적은 오답노트를 시험 직전에 확인하는 방식도 권한다. 자신이 반복하는 실수의 목록만큼 시험장에서 든든한 것도 없다. 원인을 나누는 일은 자녀가 직접 해야 힘을 갖지만 그렇게 나눈 결과를 함께 들여다보는 일은 부모가 도울 수 있다.

9월 모의평가는 2027학년도 수능의 출제 방향을 가늠하는 자료이기도 하다. 6월과 9월에 공통으로 나타난 출제 경향을 정리하고 EBS 연계 교재가 어떻게 활용됐는지 확인해 두면 좋다. 두 번의 모의평가에서 반복된 흐름은 우연이라기보다 2027학년도 출제 기조에 가깝다. 부모가 성적표를 받아 들 때 등급 숫자에 표정부터 바뀌면 대화가 닫힌다. 내신과 달리 모의평가는 성적이 아니라 진단서에 가깝다. 진단서는 점수를 매기는 종이가 아니라 무엇을 고칠지 알려 주는 종이다. 어느 영역 어느 시간대에 집중력이 흔들렸는지 자녀가 스스로 말하게 두는 편이, 등급을 두고 한숨을 쉬는 것보다 남은 기간에 쓸모가 있다. 성적표를 진단서로 읽는 태도는 자녀보다 부모가 먼저 갖춰야 대화가 열린다. 점수 자체보다 점수가 어디서 왔는지를 함께 짚을 때 남은 기간의 계획이 선명해진다. 숫자에 실망하기보다 원인을 읽어 내는 눈이 9월 성적표를 값지게 만든다.

성적대마다 달라지는 선택과 집중

성적대에 따라 집중할 곳이 다르다. 같은 50여 일이라도 어디에 시간을 쓰느냐는 성적대마다 달라야 한다. 상위권은 고난도 문항을 푸는 힘만큼 실수를 덜어 내는 일이 중요하다. 최근 수능은 교육과정 범위를 벗어난 지나치게 어려운 문항 대신 중상위 난도 문항을 곳곳에 배치한다. 한두 문항에서 등급이 갈리니 검토 시간을 확보하는 시간 배분 연습이 필요하다. 아는 문제를 놓치지 않는 것이 상위권에게는 새 문제를 더 푸는 것보다 값지다. 중위권은 자주 틀리는 중간 난도 문항을 잡는 게 핵심이다. 평가원 기출과 2027학년도 모의평가를 다시 풀며 반복해서 틀리는 유형을 줄여 나간다. 짧은 기간에 점수를 올리기에는 탐구 영역이 상대적으로 효율적이다. 범위가 좁고 개념이 분명한 만큼 남은 기간의 투자가 성과로 이어지기 쉽다. 부모가 성적대에 맞지 않는 조언을 옮기면 오히려 자녀의 남은 시간을 흩뜨린다. 성적대에 맞는 처방은 하나가 아니라 자녀가 서 있는 자리에서만 나온다.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는 자녀라면 목표를 좁혀야 한다. 전 영역을 다 끌어올리려는 계획은 남은 기간에 현실적이지 않다. 모든 것을 잡으려다 아무것도 잡지 못하는 계획이 이 시기에는 가장 위험하다. 지원 대학의 수능최저학력기준에 필요한 영역이나 정시 반영 비율이 높은 한두 영역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 이 판단은 자녀 진로와 지원 전략을 함께 놓고 봐야 나온다. 부모가 옆 집 아이의 전 과목 계획을 자녀에게 그대로 옮기면 남은 시간만 흩어진다. 비교의 기준은 옆 집 아이가 아니라 자녀가 지원한 전형의 조건이다. 목표를 좁히는 결정은 포기가 아니라 남은 기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쓰는 선택이다. 무엇을 덜어 낼지 정하는 일이 무엇을 더 할지 정하는 일보다 이 시기에는 앞선다.

논술과 면접, 수능 사이의 저울질

수시에 지원한 자녀가 논술이나 면접 같은 대학별고사를 함께 준비하면 부담이 커진다. 두 가지를 동시에 붙잡으려다 어느 쪽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이 생기기 쉽다. 김진석 교사의 기준은 분명하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있는 전형이라면 수능이 우선이다. 논술을 잘 봐도 최저를 못 맞추면 떨어지기 때문이다. 수능 전까지는 대부분의 시간을 수능에 쓰고 대학별고사는 거기에 더하는 수준으로 가져간다. 세 개 대학 논술에 지원했다면 대학별로 이틀씩, 하루 세 시간 전후로 기출이나 모의논술을 시간을 재며 써 보는 식이다. 감각을 잃지 않을 만큼만 손을 대되, 무게중심은 수능에 둔다. 부담을 나눠 지려다 무게중심을 놓치는 일이야말로 이 시기에 가장 피해야 할 판단이다.

수능이 끝난 뒤에 집중해도 늦지 않는 대학별고사가 많다는 점도 부모가 기억해 둘 대목이다. 수능 직후 주말에 치르는 시험만 아니라면, 수능이 끝난 뒤 몰아서 준비하는 일정도 가능하다. 그러니 수능 전에 논술 걱정으로 자녀를 흔들 이유가 크지 않다. 반대로 수능최저기준이 없는 전형만 지원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면접은 학생부를 꼼꼼히 점검하고 대학별 기출을 분석해 실전 연습을 이어 간다. 논술은 각 대학의 선행학습영향평가보고서와 기출을 바탕으로 연습한다. 어느 쪽이든 학원 선택보다 지원한 전형의 조건을 먼저 읽는 일이 앞선다. 조건을 읽고 나면 무엇에 시간을 쓸지는 저절로 정해진다. 전형의 조건을 먼저 읽는 일은 자녀 못지않게 부모가 챙겨야 할 몫이다. 학원을 고르기 전에 전형의 조건부터 읽으면 쓸 돈과 쓸 시간의 우선순위가 분명해진다.

성적표 앞에서 부모가 바꿀 한마디

9월 모의평가에서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은 자녀에게 부모가 무슨 말을 건네느냐가 남은 기간의 변수다. 김진석 교사는 9월 모의평가 성적이 곧 수능 성적은 아니라고 말한다. 남은 기간에 무엇을 보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성적표는 지나간 시험의 기록일 뿐 다가올 시험의 예언이 아니다.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그만큼 열심히 해 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불안을 자녀에게 그대로 옮기지 않는 것이 부모의 몫이다. 성적표 한 장에 남은 50여 일의 방향을 다 걸지 않는 침착함이 이 시기에 가장 필요하다.

먼저 바꿀 수 있는 한 가지는 성적표를 사이에 두고 여는 첫 문장이다. 등급을 짚으며 “이걸로 되겠냐”고 시작하는 대신, 어느 시간대에 집중력이 흔들렸는지 자녀가 먼저 말하게 둔다. 첫 문장이 추궁이면 대화는 닫히고 질문이면 열린다. 그다음 오늘 하루 할 일을 자녀가 직접 적게 한다. 김진석 교사는 하루 단위로 할 일을 정하고 그날 계획을 지키는 데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50일이라는 큰 덩어리는 부담이지만 오늘 하루는 지킬 수 있는 크기다. 오늘 하루의 계획을 자녀가 스스로 지켜 내는 경험이 쌓이면 남은 날들도 그렇게 채워진다. 끝까지 자기 자리를 지킨 사람이 결국 원하는 결과에 가까워진다는 말도 덧붙인다. 부모가 50일 뒤의 결과를 매일 불러오는 대신 자녀의 오늘 하루를 지켜보는 쪽으로 물러설 때, 자녀가 짊어진 조급함이 조금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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