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서울대 정시 2단계 교과평가 40% — 자퇴 후 정시 올인이라는 계산의 허점
2028학년도 계획안에서 서울대 정시 2단계 교과역량평가 40%, 고려대 교과우수전형 학생부교과 20%가 들어왔다. 자퇴생 1만 명 통계와 2028 정시 학생부 반영을 근거로 자퇴 후 정시 올인이 왜 위험한지, 학부모가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짚는 입시 판단 가이드.

내신 5등급제가 도입된 뒤 자퇴를 둘러싼 대화가 가정마다 늘었다. 등급 구분이 흐릿해졌으니 내신을 접고 수능에 모든 것을 걸자는 계산이다. 그런데 참고 연구소가 정리한 2028학년도 정시 전형 계획안에는 이 계산과 어긋나는 숫자가 있다. 서울대 정시 일반전형은 2단계에서 교과역량평가를 40% 반영하고, 고려대는 교과우수전형에서 학생부교과를 20% 반영한다. 정시가 수능 점수만 본다는 전제를 흔드는 숫자다. 참고 연구소가 교육부의 8월 카드뉴스를 뜯어본 자료는 이 계산의 허점을 숫자로 드러낸다. 자퇴는 한 번 내리면 되돌리기 어려운 결정이다. 불안은 큰 결정을 재촉하지만 재촉받은 결정일수록 근거가 얇기 쉽다. 그런 결정일수록 감정이나 소문이 아니라 숫자부터 읽어야 순서가 맞는다. 이 글은 자퇴생 1만 명, 평균 6.7등급, 정시 학생부 반영이라는 세 지점을 차례로 짚는다.
자퇴생 1만 명, 숫자를 뜯어보면
일반고 1학년 자퇴생이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었다. 이 숫자만 들으면 5등급제가 학교 밖으로 학생을 밀어낸 것처럼 읽힌다. 제도가 바뀐 해에 자퇴생이 1만 명을 넘겼으니 둘을 원인과 결과로 잇고 싶어진다. 그런데 자퇴생 증가는 5등급제 도입 훨씬 전부터 이어진 흐름이다. 5등급제 첫해의 증가 폭도 그전 흐름에서 특별히 튀지 않는다. 같은 시기에 나란히 일어난 두 일이 반드시 원인과 결과인 것은 아니다. 이미 오르고 있던 흐름 위에 제도 시행이 겹쳤을 뿐일 수 있다. 제도 하나가 자퇴를 결정짓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학교를 떠나는 이유는 원래부터 다양했다. 친구 관계와 정서적 어려움, 유학과 건강 문제가 통계에 그대로 남아 있고 이번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자퇴의 배경이 여러 갈래라는 사실은 제도 이전에도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이 갈래들은 성적표 한 장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내신 제도를 자퇴의 단일 원인으로 지목하는 순간, 정작 자녀가 학교에서 겪는 진짜 어려움을 놓친다. 부모가 물어야 할 것은 제도가 아니라 자녀의 상태다. 성적표에 찍힌 등급보다 자녀의 하루가 어떤지가 앞서 보여야 할 신호다.
사교육비를 쏟아부으며 내신을 관리해 온 가정일수록 이 대목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 등급제가 바뀌었다는 뉴스 한 줄이 자퇴라는 큰 결정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숫자가 늘었다는 사실과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전혀 다른 문제다. 통계는 무엇이 늘었는지는 알려주지만 왜 늘었는지까지 답해주지는 않는다. 빈자리를 메우는 것은 대개 불안과 소문이다. 1만 명이라는 숫자가 무겁게 들릴수록, 자녀와 무관한 이유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함께 봐야 균형이 잡힌다. 큰 숫자에 놀라 결정을 서두르면, 정작 내 자녀의 사정은 판단에서 빠진다.
상위권이 등급 리셋하러 떠난다는 서사
자퇴 논쟁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서사가 있다. 1등급을 받던 학생들이 등급을 초기화하려고 학교를 나간다는 이야기다. 이 서사가 힘을 얻으면 자퇴는 상위권의 합리적 선택처럼 보인다. 그러면 뒤처지지 않으려는 마음에 자퇴를 서두르게 된다. 실제 숫자는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2025학년도 자퇴생의 평균 성적을 9등급 체계로 환산하면 6.7등급이다. 상위권이 아니라 중하위권에 해당하는 수치다. 평균이 6.7등급이라면 자퇴 집단의 무게 중심은 위쪽이 아니라 아래쪽이다.
이 평균은 직전 두 해 자퇴생 평균인 6.2등급에서 6.3등급보다도 낮다. 통계만 놓고 보면 성적이 낮은 학생의 자퇴 비중이 오히려 커졌다. 상위권이 대거 빠져나갔다는 인상과는 정반대 방향이다. 1등급대 자퇴생 비율을 따로 떼어 봐도 그림은 비슷하다. 전년보다는 52명, 0.68%포인트 늘었다. 그러나 2년 전과 비교하면 12명, 0.35%포인트 줄었다. 한 해는 늘고 다른 해는 줄었으니, 등락이 있을 뿐 뚜렷한 증가 추세로 부르기 어렵다. 어느 해와 비교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뒤집히는 숫자는 추세의 근거로 삼기에 약하다. 52명이라는 규모 자체도 전체 자퇴생 앞에서는 작은 조각이다.
평균과 사례를 혼동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상위권 한두 명이 자퇴했다는 이야기는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몇몇 사례가 전체 자퇴생의 평균을 6.7등급으로 만들지는 못한다. 눈에 띄는 사례는 기억에 오래 남고 평범한 다수는 통계 속에 묻힌다. 그래서 인상은 늘 평균보다 상위권 쪽으로 기운다. 부모가 붙잡아야 할 것은 인상이 아니라 평균이다.
내신을 리셋하려고 자퇴한 뒤 이듬해 다시 들어오는 규모도 예년과 비슷하다. 재입학 사유 역시 질병이나 가정 사정처럼 원래 있던 이유가 대부분이다. 등급을 지우려고 나갔다가 되돌아온다는 이야기를 뒷받침할 숫자는 통계에 보이지 않는다. 상위권이 대거 빠져나간다는 이야기도 통계로는 근거가 얇다. 서사는 몇몇 눈에 띄는 사례를 전체로 부풀리기 쉽다. 자녀의 진로를 남의 서사에 맞춰 설계하면 방향을 잃는다. 옆집 아이가 학교를 나갔다는 소문보다, 자녀 앞에 놓인 성적표와 목표가 판단의 기준이 돼야 한다.
등급 수가 줄어도 변별력은 남는다
5등급제가 등급 칸을 줄였으니 변별력도 사라졌다는 걱정이 뒤따른다. 등급이 다섯 칸이면 상위권이 한데 뭉쳐 구별이 안 될 것 같다는 우려다. 여기에도 숫자를 대볼 만하다. 전 과목에서 1등급을 받는 학생은 극소수다. 1학기에 1.76%였던 비율이 2학기까지 누적하면 1.08%로 떨어진다. 100명 중 한 명 남짓만 남는다는 이야기다. 학기가 쌓일수록 전 과목 1등급을 지키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신호다. 한 학기만 잘 봐서 되는 것이 아니라 매 학기 놓치지 않아야 지킬 수 있는 자리다.
5등급제는 석차등급을 매기는 과목 수가 9등급제보다 훨씬 많다. 평가 대상이 늘어난 만큼 어느 한 과목에서라도 미끄러질 여지가 커지고 3년 내내 전 과목 1등급을 유지하는 문은 갈수록 좁아진다. 끝까지 남는 인원은 의대 정원보다 적을 것으로 추산된다. 등급 칸이 다섯 개뿐이어도 최상위권을 가려내는 기능은 그대로 남는다. 칸의 개수가 줄었을 뿐, 꼭대기에 오르는 사람은 여전히 소수다. 1등급이 아니면 인서울이 어렵다는 통념과 실제 데이터 사이의 거리가 여기서 드러난다.
부모가 이 숫자에서 읽어야 할 것은 좌절이 아니라 방향이다. 전 과목 1등급이 100명 중 한 명의 자리라면, 나머지 대부분의 학생에게 승부처는 다른 곳이다. 자녀가 강한 과목을 더 끌어올리고 약한 과목의 하락을 막는 쪽이, 모든 과목에서 1등급을 노리는 것보다 현실적이다. 변별력이 남아 있다는 말은 곧 노력이 반영될 자리도 남아 있다는 말이다.
이 계산은 자녀의 목표 설정과 직결된다. 전 과목 1등급이라는 비현실적 기준에 매달리면 도달 가능한 성취마저 실패로 낙인찍는다. 극소수만 닿는 자리를 기본값으로 놓으면 대부분의 노력이 부족으로만 보인다. 그런 기준은 자녀를 다그치기만 할 뿐 다음 발판을 만들어 주지 못한다. 사교육비를 최상위 극소수만 겨냥해 배분하는 방식도 다시 볼 지점이다. 변별력은 등급 칸의 개수가 아니라 누가 도달하느냐로 작동한다. 자녀가 오를 수 있는 다음 등급이 어디인지 짚는 편이, 닿지 못할 정상만 바라보는 것보다 훨씬 실속 있다.
정시로 건너가도 학생부는 따라온다
자퇴를 택하는 계산의 핵심은 정시가 수능 점수만 본다는 전제다. 학교 기록을 버려도 수능 한 번으로 만회하면 된다는 믿음이 이 전제 위에 서 있다. 2028학년도 대입부터 이 전제가 흔들린다. 정시에서 학생부를 반영하는 대학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수능 성적만으로 뽑던 전형이 줄고 정시 안에서 학생부 비중이 새로 생기거나 커지는 대학이 여럿이다. 전제가 흔들리면 전제 위에 세운 계산도 함께 흔들린다.
대표적인 사례가 앞서 든 두 숫자다. 참고가 정리한 2028학년도 전형 계획안 기준으로, 서울대 정시 일반전형(의과대·수의과대 제외)은 1단계에서 수능 100%로 3배수를 뽑은 뒤 2단계에서 수능 60%와 교과역량평가 40%를 합산한다. 교과역량평가는 교과학습발달상황,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출결상황 등을 본다. 고려대는 일반전형을 수능 100%로 유지하되, 교과우수전형(의학과 제외)에서 수능 80%와 학생부교과 20%를 반영한다. 연세대 일반전형(수능 90%·서류 10%)과 한양대 일반전형(수능 90%·학생부종합평가 10%)도 학생부를 일부 반영한다. 계획안 기준이라 최종 모집요강에서 다시 확인해야 한다는 단서도 붙어 있다. 정시라는 문이 더 이상 수능만의 영역이 아니게 됐다. 학생부교과전형에서도 교과 성적 외에 출결 같은 요소를 함께 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수시든 정시든 학교 기록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길이 줄어드는 셈이다.
자퇴한 학생의 학생부 항목을 각 대학이 어떻게 평가할지는 대학별 요강에서 따로 확인해야 한다. 참고 연구소는 자퇴하고 시험 점수만 잘 받으면 된다는 식의 접근이 대학이 실제로 뽑고 싶어 하는 인재상과 어긋날 수 있다고 짚는다. 자녀가 목표하는 대학이 2028 정시에서 학생부를 몇 퍼센트 반영하는지, 어떤 항목을 보는지부터 확인하는 편이 순서다. 확인 없이 자퇴를 결정하면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 정시라는 문이 예전만큼 넓지 않다는 사실을, 요강 한 장이 알려준다.
요강을 확인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대학이 공개한 문서 한 장에 반영 여부와 비율, 항목이 적혀 있다. 이 한 장을 읽는 수고를 건너뛰면, 몇 년의 진로가 확인되지 않은 전제 위에 놓인다. 자퇴를 입에 올리기 전에 요강부터 여는 것이 순서인 이유다.
대학이 찾는 학생상이 옮겨가는 중
정시 학생부 반영 확대는 단순한 제도 조정을 넘어선다. 대학이 성적 하나로 학생을 줄 세우던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다. 수능 점수라는 단 하나의 잣대 대신, 성실성이나 학교생활 태도까지 함께 보는 쪽으로 전형을 다시 짜고 있다. 평가의 기준이 넓어지면 준비의 기준도 넓어져야 한다.
출결이 정시 평가에 들어오면 3년간의 학교생활 자체가 자료가 된다. 하루하루 학교에 남긴 기록이 시험장 밖에서 평가로 쌓이는 것이다. 이 기록은 벼락치기로 만들 수 없고 오직 시간으로만 쌓인다. 시험 점수만 잘 받으면 된다는 접근은 대학이 실제로 뽑고 싶어 하는 학생상과 멀어진다.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자퇴는 이 학교생활 기록을 스스로 비우는 선택에 가깝다. 한 번 비운 3년은 나중에 점수로 되메우기 어렵다.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자퇴의 비용은 성적표에 적히지 않는 곳에서 발생한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학교를 떠나 얻는 시간과, 학교에 남아 쌓는 기록 중 어느 쪽이 목표 대학의 평가표에 더 크게 적히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요강을 봐야 하고 자녀의 상태를 봐야 한다. 어느 쪽도 헤드라인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자녀와 함께 펼쳐볼 한 장
자퇴를 입시 전략으로 꺼내는 대화가 집에 있었다면, 대화의 순서를 바꿔볼 만하다. 5등급제라는 이유 하나로 결정을 서두르는 대신, 자녀가 목표하는 대학의 2028학년도 정시 요강부터 함께 펼쳐보는 것이다. 정시에서 학생부를 반영하는지 확인한다. 반영한다면 몇 퍼센트인지, 교과 성적 외에 출결 같은 항목까지 보는지 한 줄씩 짚는다. 서울대 40%, 고려대 교과우수전형 20%라는 숫자가 내 자녀의 목표 대학에서는 어떻게 적혀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남의 말로 듣던 제도를 내 자녀의 조건으로 바꿔 읽는 과정이다.
숫자가 말하는 결론은 분명하다. 자퇴생 증가는 5등급제 이전부터 있던 흐름이고 상위권의 대거 이탈이나 내신 리셋 재입학은 교육부가 8월 발표한 통계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자퇴생 평균은 6.7등급으로 오히려 낮아졌다. 등급 칸이 줄었다고 변별력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정시가 더 이상 내신과 완전히 무관하지 않다. 자퇴가 정시를 자동으로 유리하게 만들어 준다는 계산은 이 네 가지 사실 앞에서 힘을 잃는다. 헤드라인 하나가 흔들 수 있는 결론이라면, 애초에 결정을 떠받치기에 약한 근거였던 셈이다.
3년을 차근차근 준비하며 작은 성공과 실패를 쌓는 경험은 입시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자녀가 자기 자신을 단단하게 세우는 시간이 된다. 이 시간은 어느 전형으로 가든 남는 자산이다. 이 대화의 목표는 자퇴 여부를 판정하는 것이 아니다. 결정을 뉴스 헤드라인이 아니라 자녀의 목표 대학 요강 위에서 내리도록 순서를 바로잡는 것이다. 요강 한 장을 함께 펼치는 데서 판단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