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영어가 쉬웠던 9월 모평, 사탐런과 함께 읽어야 할 성적표
영어가 쉬웠다는 9월 모평 성적표는 안심의 신호가 아니다. 영어 1등급이 15.54%까지 올랐지만 입시업계는 본 수능 영어가 더 어려울 수 있다며 대비를 권한다. 과탐만 응시한 수험생은 43.8% 줄며 사탐런은 굵어졌다. 국어 144점과 수학 137점의 간격, 얇아진 과탐 최상위권, N수생 10만 명까지 겹쳐 든 변수 속에서 자녀가 통제할 수 있는 것부터 챙기는 부모의 기준을 정리했다.

2027학년도 9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가 28일 발표됐다. 국어는 다소 어렵게, 수학은 비교적 평이하게, 영어는 쉽게 출제됐다. 절대평가인 영어의 1등급 비율은 15.54%로, 절대평가가 도입된 2018학년도 이후 역대 세 번째로 높았다. 탐구 영역에서는 사회탐구로 응시자가 몰리는 사탐런이 한 해 사이 더 굵어졌다. 11월 수능을 앞둔 시점에 나온 성적표는 자녀의 남은 마무리 학습을 어디에 놓을지 다시 묻는다. 채점 결과는 과목마다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어려웠던 국어, 평이했던 수학, 쉬웠던 영어가 한 성적표 위에 나란히 놓였다. 방향이 다르면 읽는 순서와 무게도 달라져야 한다. 성적표의 숫자 자체는 안심이나 불안을 뜻하지 않는다. 무엇을 읽어내야 하는지 아는 부모에게만 남은 기간의 방향을 일러 준다.
영어가 쉬웠다는 성적표를 뒤집어 읽는다
절대평가인 영어의 9월 모평 1등급 비율은 15.54%다. 2018학년도에 영어 절대평가가 도입된 뒤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역대 세 번째로 쉬웠다는 뜻이다. 1등급 15.54%는 열 명 가운데 한 명을 훌쩍 넘는 규모이고 절대평가 도입 이후 이보다 쉬웠던 해는 두 번뿐이었다. 2등급 22.58%와 3등급 23.48%까지 더하면 61.6%가 1등급에서 3등급 사이에 들어왔다. 응시생 열 명 가운데 여섯 명이 3등급 안에 자리했다. 상위 등급이 이렇게 넓게 열린 해에는 영어로 남과 벌릴 수 있는 간격이 그만큼 좁아진다.
쉬운 영어가 반가운 이유는 부담을 던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대평가에서 쉬운 시험은 등급이라는 방패를 얇게 만든다. 남들도 함께 잘 봤다는 뜻이어서 영어로 앞서 나가려던 전략은 힘을 잃는다. 성적표 숫자만 보면 마음이 놓이기 쉽다. 그렇게만 읽으면 남은 마무리 기간의 방향이 어긋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험생들이 11월 수능에서 영어가 더 어렵게 출제될 것으로 예상하고 마무리 학습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9월 모평의 난도가 본 수능에서 그대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쉬운 시험이 두 번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기보다, 어려워질 상황을 먼저 상정하고 대비하는 편이 손해가 적다.
절대평가 영어는 등급을 가르는 원점수 기준이 해마다 고정돼 있다. 시험이 쉬우면 기준선을 넘긴 학생이 쏟아지고 어려워지면 같은 선이 갑자기 높은 벽이 된다. 9월에 아슬아슬하게 1등급을 받은 자녀라면 본 수능에서 몇 문제만 더 틀려도 2등급으로 내려앉는다. 정시에서 영어는 등급에 따라 점수가 반영되고 수시에서는 최저학력기준을 맞추는 열쇠가 된다. 한 등급이 흔들리면 지원 가능한 대학의 폭이 함께 바뀐다. 같은 1등급이라도 여유롭게 받은 점수와 겨우 걸친 점수는 본 수능에서 전혀 다른 결과로 갈린다. 쉬운 9월 성적을 실력으로 굳게 믿기보다, 틀린 유형을 한 번 더 훑고 시간 안배를 점검하는 편이 안전하다. 부모가 확인할 것은 자녀가 9월 영어에서 몇 문제를 어떤 유형에서 틀렸는지다. 등급이라는 결과보다 틀린 자리의 성격이 본 수능의 대비를 좌우한다.
국어와 수학 사이에 벌어진 7점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44점이다. 2026학년도 수능의 147점보다 3점 낮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을수록 시험이 어려웠다는 뜻인데, 국어는 2026학년도 수능보다 살짝 수월했지만 이번 모평 안에서는 여전히 까다로운 쪽에 섰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37점으로, 국어보다 7점 낮았다. 2026학년도 수능의 139점과 견줘도 2점 낮다. 비교적 평이하게 출제됐다는 분석이 나온 배경이다. 국어와 수학 사이에 벌어진 7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이 칼럼의 해석으로는, 9월 모평 기준으로 국어 만점자가 수학 만점자보다 표준점수에서 7점 앞선다는 뜻이고, 표준점수를 합산하는 정시에서는 이런 차이가 국어의 비중을 키운다. 국어에서 벌어진 점수는 수학에서 메우기 어렵고 수학에서 잃은 점수는 국어로 만회하기 힘들다.
자녀가 이과 성향이라 수학에 시간을 몰아 왔다면 이번 성적표를 다시 봐야 한다. 수학이 평이했다는 말은 최상위권 사이에서 변별이 줄었다는 뜻이고 한 문제 실수의 무게가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국어가 어려웠다는 사실은 국어에서 흔들린 학생과 버틴 학생의 간격이 벌어졌다는 신호다. 내신 국어가 안정적이던 자녀도 모평 국어에서 무너졌다면, 학교 시험과 수능 국어의 결이 다르다는 점을 늦기 전에 확인하는 편이 낫다. 사교육비를 어디에 더 실을지 고민 중이라면, 잘하는 과목을 굳히기보다 격차가 벌어진 과목의 약한 유형부터 메우는 편이 남은 기간의 효율을 높인다. 평이한 과목에서 한 문제를 더 지키는 일과 어려운 과목에서 한 문제를 더 맞히는 일 가운데, 이번 9월 성적표는 뒤쪽의 값이 크다고 말한다. 국어 144점이라는 최고점은 이 과목에서 벌어진 상위권 격차가 그만큼 넓다는 뜻이고 수학 137점은 반대로 위쪽이 촘촘하게 모여 있다는 신호다.
과학탐구를 떠난 4만 명이 남긴 자리
탐구 영역에서 사회탐구로만 응시한 수험생은 27만301명이다. 1년 전 23만8563명보다 3만1738명, 13.3% 늘었다. 반대로 과학탐구로만 응시한 수험생은 9만1609명에서 5만1461명으로 줄었다. 4만148명, 43.8% 감소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를 한 과목씩 나눠 고른 수험생은 6만8358명이었다. 사회탐구로만 응시한 27만301명이라는 규모는 전체 탐구 응시의 무게중심이 사탐으로 옮겨 갔음을 보여준다.
전체 응시자가 1년 전보다 3.2% 줄어든 것과 견주면 과탐 이탈의 속도가 가파르다. 과목별 감소폭도 두드러진다. 물리학Ⅰ이 32.1%, 지구과학Ⅰ이 32.2% 줄었다. 화학Ⅰ은 25.1%, 생명과학Ⅰ은 38.3% 빠졌다. 과탐Ⅱ까지 포함한 8개 과목 응시 인원을 단순 합산하면 1년 전 25만5194명에서 이번 9월 모평 17만893명으로 33.0% 줄었다. 전체 감소율의 열 배가 넘는 이탈이 과탐 한 영역에 몰린 셈이다. 과탐Ⅰ 네 과목이 모두 25~38%씩 빠졌다는 점은 특정 과목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한다.
사탐런이라 부르는 이동은 성적을 잘 받으려는 계산에서 나온다. 과탐 응시 집단의 수준이 높아 같은 노력으로도 등급이 잘 안 나온다고 보는 학생이 사탐으로 옮겨간다. 문과 진로가 뚜렷하지 않은데도 등급 관리를 위해 사탐을 택하는 경우가 섞여 있다. 2027학년도 수능의 탐구 과목은 이미 원서 접수로 정해졌다. 다음 수능을 준비하는 고1·고2 자녀가 탐구 과목을 갈아탈지 고민한다면, 지원하려는 대학과 학과가 탐구를 어떻게 반영하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자연계 학과가 탐구를 어떻게 요구하는지 살피지 않은 채 옮기면, 등급은 올라도 지원할 문이 좁아지는 역설이 생긴다. 사탐으로 몰린 27만301명 안에서도 등급 경쟁은 다시 벌어지므로, 이동 자체가 좋은 등급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남이 옮긴다는 이유만으로 따라 옮기는 결정이 가장 위험하다.

얇아진 과탐 최상위권과 자연계 지원 구도
응시자가 줄면 상위 등급 인원도 함께 줄어든다. 진학사 분석을 보면 2026학년도 9월 모평에서 과탐 8개 과목의 1등급 인원은 합산 1만4324명이었다. 2027학년도 9월 모평 과탐 1등급은 8311명이다. 과탐Ⅰ 네 과목에서는 지구과학Ⅰ 3224명, 생명과학Ⅰ 2311명이 1등급을 받았다. 물리학Ⅰ은 1369명, 화학Ⅰ은 649명에 그쳤고 과탐Ⅱ 네 과목이 나머지를 채웠다. 지구과학Ⅰ과 생명과학Ⅰ이 과탐Ⅰ 1등급의 다수를 차지한 반면, 물리학Ⅰ과 화학Ⅰ은 그 절반에도 못 미쳤다. 1년 사이 6013명, 42.0%가 사라졌다. 1등급과 2등급을 합쳐도 3만2656명에서 2만1662명으로 33.7% 줄었다.
숫자가 줄었다고 경쟁이 헐거워지지는 않는다. 과탐에 남은 집단은 이과 최상위권으로 다져진 학생들이다. 얇아진 인원 안에서 1등급을 받으려면 실수 한 번의 여유가 사라진다. 화학Ⅰ 1등급이 649명까지 좁아진 대목은 특정 과목의 상위권 문이 얼마나 얇아졌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1등급 인원이 1만4324명에서 8311명으로, 1·2등급 합계가 3만2656명에서 2만1662명으로 줄었다는 것은 최상위권의 자리 자체가 좁아졌다는 뜻이다. 자리가 줄면 그 자리를 두고 벌이는 경쟁의 밀도는 오히려 높아진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소장은 이번 9월 모평에서 시험 난도보다 수험생의 탐구 선택 자체가 더 눈에 띈다고 짚었다. 전체 응시자는 3% 줄었지만 과탐만 응시한 수험생은 40% 이상 줄었고 과탐 1등급 인원 합계도 크게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우 소장은 이 흐름이 실제 수능까지 이어질 경우 자연계 최상위권 모집단위의 지원 구도에도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자연계 최상위 학과를 겨냥하는 자녀를 둔 경우라면 무겁게 새겨야 할 대목이다. 과탐에 남아 끝까지 버틴 학생에게는 얇아진 상위권이 기회가 되고 흔들리는 학생에게는 좁아진 문이 된다. 남은 기간 자녀가 어느 쪽에 서 있는지 냉정하게 보는 눈이 필요하다. 우 소장의 지적처럼 이번 9월 성적표에서 가장 크게 움직인 것은 시험의 난도가 아니라 수험생의 선택이었다. 인원이 줄어든 만큼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어떻게 흔들릴지 미리 가늠해 두는 편이 지원 전략의 오차를 줄인다.
응시자 39만, 졸업생이 늘어난 마지막 현행 제도
9월 모평에 응시한 수험생은 39만6118명이다. 2026학년도 9월 모평보다 1만353명 적고 2026학년도 수능과 비교하면 9만7778명 줄었다. 이 가운데 재학생이 29만8250명으로 75.3%, 졸업생과 검정고시 합격자 등이 9만7868명으로 24.7%를 차지했다. 이른바 N수생이 10만 명에 육박한 셈이다. 재학생 29만8250명과 졸업생 등 9만7868명이라는 구성은, 성적표 위에서 재학생과 N수생이 같은 잣대로 비교된다는 뜻이다.
재학생 자녀를 둔 경우, 응시자 넷 중 하나가 이미 수능을 치른 졸업생이라는 사실을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2027학년도가 현행 대입제도의 마지막 해라 졸업생까지 늘어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제도가 바뀌기 전 마지막 기회를 잡으려는 졸업생이 몰리면, 재학생 입장에서는 같은 실력으로도 체감 경쟁이 빡빡해진다. 졸업생 9만7868명이라는 규모는 재학생이 마주할 경쟁의 실제 크기를 보여준다. 모평 성적표의 등급 컷은 이 졸업생까지 섞인 집단에서 매겨진 값이다.
임 대표는 2027학년도에는 이런 종합적인 입시 변수 탓에 본인의 실력과 무관한 유불리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과목 난도, 탐구 선택 쏠림, 졸업생 증가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자녀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성적표에 섞여 든다는 뜻이다. 부모가 할 일은 성적의 등락에 일희일비하기보다 통제 가능한 부분에 집중하도록 돕는 쪽이다. 탐구 과목의 취약 단원 점검, 취약 유형 정리, 시험 운영 연습처럼 자녀의 손에 남은 변수를 먼저 챙기는 편이 현실적이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에 마음을 쏟을수록, 정작 바꿀 수 있는 것에 쓸 시간이 줄어든다.

자녀의 탐구 성적표를 함께 펼친다
자녀와 마주 앉아 먼저 할 일은 성적을 다그치는 대화가 아니다. 탐구 과목 선택표를 함께 펼쳐 보는 일이다. 9월 모평 성적표에서 탐구 두 과목의 등급과 표준점수, 백분위를 나란히 놓고 사탐과 과탐 가운데 어디에 서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질문은 세 가지로 좁힌다. 지금 선택한 탐구 과목이 지원하려는 대학과 학과의 반영 기준에 맞는가. 사탐으로 응시자가 몰린 흐름이 자녀 과목의 등급 인원과 표준점수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가. 남은 기간에 점수를 가장 크게 끌어올릴 여지가 있는 과목은 무엇인가. 세 질문 모두 등급의 높낮이가 아니라 선택의 근거를 묻는다. 고1·고2 자녀라면, 사탐런이 뚜렷해진 해일수록 남이 옮기니 따라 옮기는 결정이 가장 위험하다.
영어에서도 같은 원칙이 통한다. 9월에 잘 나온 영어를 다 잡은 과목으로 미뤄두지 말고 본 수능이 더 어려워질 상황을 가정해 틀린 유형을 다시 점검하도록 이끈다. 국어가 흔들린 자녀라면 내신 국어와 수능 국어의 차이를 함께 짚어 본다. 수학이 평이했던 해인 만큼, 한 문제 실수를 줄이는 연습이 곧 점수를 지키는 길이 된다.
성적표 한 장은 자녀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와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뒤섞인 결과다. 부모가 골라 줄 수 있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 질문의 방향이다. 성적을 다그치는 30분과 근거를 묻는 30분은 자녀에게 전혀 다른 시간으로 남는다. 주말 30분, 등급의 높낮이 대신 선택의 근거를 묻는 대화가 11월까지 남은 시간의 밀도를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