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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정책

입결 없는 신설학과, 빈칸을 낮은 합격선으로 읽지 않으려면

입결이 없다는 사실은 낮은 합격선의 증거가 아니다. 신설과 개편, 학과 이름과 자격, 수시 경쟁률과 정시 환산점수를 구분해 첫 선발의 불확실성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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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결 없는 신설학과, 빈칸을 낮은 합격선으로 읽지 않으려면

1. 숫자가 없는 자리에 기대를 넣기 쉽다

지난해 합격선이 없는 학과를 만나면 지원 판단은 묘하게 빨라진다.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니 기회일 것이라는 기대와, 첫해라 아무것도 믿기 어렵다는 불안이 동시에 생긴다. 그러나 자료가 없다는 사실은 합격이 쉽다는 증거도, 교육이 부실하다는 증거도 아니다. 신설학과를 판단하는 일은 빈칸에 예상 점수를 써넣기 전에 빈칸이 생긴 이유를 밝히는 데서 시작한다.

베리타스알파 조혜연 기자의 10월 23일 보도는 주요 22개 대학과 지역거점국립대 9개교를 조사해, 2027학년도 정시에서 신설학과 첫 선발을 계획한 규모를 7개교 9개 학과 98명으로 집계했다. 전국 모든 대학의 신설학과 총원이 아니다. 기사가 범위를 넓혀 제시한 14개교 33개 모집단위 629명에는 이 신설학과들과 전형 신설, 학과 분리·통합, 정시 첫 선발 등이 함께 들어 있다. 두 숫자를 더하면 같은 대상을 중복해서 세게 된다.

이 수치는 수시 미충원 이월까지 반영한 최종 모집인원이 아니다. 원서접수 때 실제로 경쟁할 자리는 대학별 최종 공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의 숫자는 변화의 규모를 보여주는 출발 자료다. 이를 곧바로 합격 가능성으로 바꾸면, 아직 결정되지 않은 모집 조건까지 확정된 것으로 놓고 판단하게 된다.

2. 첫 선발이라는 말 안에는 서로 다른 변화가 있다

학과가 처음 생기는 경우와 기존 학부를 나누어 따로 뽑는 경우는 같은 출발선에 있지 않다. 전자는 교육과정과 운영 계획 자체를 살펴야 하고 후자는 기존 교육의 어느 부분을 이어받으면서 지원 단위가 달라졌는지 읽어야 한다. 정시에서 처음 모집한다는 이유만으로 교육조직까지 새로 생겼다고 볼 수는 없다. 입시표의 새 줄과 대학 안의 새 학과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

연세대 공식 2027학년도 정시모집요강은 첨단컴퓨팅학부를 컴퓨터과학과·인공지능학과·인공지능시스템학과로 분리 선발한다고 안내한다. 같은 요강에서 첨단약과학과는 신설로 구분한다. 신설인지 분리인지에 따라 지난해 자료를 버릴 것인지, 어떻게 제한해서 참고할 것인지가 달라진다. 분리 선발이라면 전신 학부의 입결은 배경 자료가 될 수 있다. 다만 하나의 학부로 모였던 지원 수요가 각 학과로 나뉜 뒤에도 같은 합격선이 재현된다고 가정할 근거는 없다.

비슷한 이름의 학과 하나를 골라 입결을 옮겨 적는 방식도 충분하지 않다. 교육내용이 가까워도 모집군, 선발 규모, 성적 반영 방식이 다르면 지원자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교 학과의 가치는 예상 합격선을 대신 써주는 데 있지 않다.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드러내는 데 있다. 차이를 설명할 수 없는 비교는 숫자가 정밀할수록 오히려 확신만 키운다.

3. 학과 이름은 공부할 내용과 자격을 대신하지 않는다

신설학과의 이름은 관심을 끌기 쉽다. AI, 바이오, 약과학 같은 표현에는 산업의 미래와 익숙한 전문직의 이미지가 겹쳐 보인다. 하지만 이름이 연상시키는 진로와 졸업 후 실제로 갖추게 되는 자격은 별개의 문제다. 학위과정의 길이, 필수 교육내용, 면허시험 응시자격은 홍보 문구보다 지원 목적에 직접 닿아 있다. 어떤 분야를 연구하는 것과 관련 면허 직업으로 진입하는 경로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연세대 정시모집요강은 첨단약과학과가 4년 과정이며 별도의 약사 면허 취득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약학대학 소속이라는 사실만으로 약학과와 같은 자격 경로를 기대할 수는 없다. 학과의 가치를 낮추려는 설명은 아니다. 연구 분야에 대한 관심과 면허 취득이라는 목표가 서로 다른 선택 기준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목표가 다르면 같은 교육과정도 적합한 이유와 맞지 않는 이유가 달라진다.

학부모와 학생의 대화도 여기서 구체적이어야 한다. 이름에서 떠올린 직업을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하는 진로에 이르기 위해 어떤 공부와 후속 과정이 필요한지 함께 읽어야 한다. 융합이라는 표현 아래 어떤 기초과목을 배우는지, 관심 분야를 실제로 깊게 배울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합격 가능성만 보고 선택한 학과에서 배우고 싶은 내용이 빠져 있다면, 입시의 성공과 진로의 만족은 어긋날 수 있다.

4. 수시 경쟁률은 관심의 흔적이지 정시의 가격표가 아니다

기사는 신설학과의 수시 경쟁률이 학과와 전형에 따라 엇갈렸다고 전한다. 전년도 정시 결과가 없는 상황에서 앞서 나온 지원 기록을 살피는 일에는 의미가 있다. 다만 경쟁률은 지원자 수를 모집인원으로 나눈 값이다. 경쟁률에는 지원자의 점수 분포나 실제 등록 의사가 직접 담겨 있지 않다. 높은 숫자 하나만으로 정시에서 어느 점수까지 합격할지 읽을 수 없는 이유다.

수시의 교과·종합·논술전형은 평가하는 자료와 지원 조건부터 다르다. 같은 학과라도 서로 다른 전형의 경쟁률을 한 줄에 놓으면 관심의 차이와 제도의 차이가 섞인다. 정시는 다시 모집군과 성적 반영 방식에 따라 지원 선택이 달라진다. 수시에서 지원이 적었다는 관찰을 정시의 낮은 합격선이라는 결론으로 바꾸려면 사이에 빠진 설명이 너무 많다.

특히 적은 인원을 뽑는 전형에서는 지원자 몇 명의 차이가 비율을 크게 움직일 수 있다. 학과가 유망해서 몰렸다는 설명도, 인기가 없어서 비었다는 설명도 경쟁률만으로 확정하기 어렵다. 수시 자료는 추가로 살펴볼 대상을 고르는 데 쓸 수 있지만 정시 지원의 안전성을 보증하는 근거로 쓰기는 어렵다. 관심이 모였다는 사실과 내 성적의 경쟁력에 대한 판단은 끝까지 나누어야 한다.

5. 내 성적을 대학의 계산 방식으로 읽어야 한다

입결의 빈자리를 메울 때 정밀하게 알아야 할 것은 타인의 예상 점수보다 자신의 환산점수다. 같은 성적표라도 대학과 모집단위가 어떤 영역을 얼마나 반영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국어·수학의 반영 비중, 탐구 반영 과목과 변환 방식, 선택과목에 따른 가산점 등을 해당 연도 모집요강에 맞춰 읽어야 한다. 백분위의 단순 합이나 다른 대학의 환산점수로는 이 차이가 지워진다.

영어도 등급만 확인하고 지나칠 수 없다. 해당 대학이 영어를 등급별 점수로 환산하는지, 감점으로 처리하는지, 산출 결과를 총점에 어떻게 반영하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연세대의 해당 정시모집요강에도 수능 반영 유형과 영어 등급별 점수표가 따로 제시되어 있다. 영어를 잘하니 신설학과에 유리하다는 식의 결론 대신, 지원할 모집단위의 계산에 영어 성적을 실제로 넣어봐야 한다. 영어 한 영역의 강점이 다른 영역과 합쳐진 뒤에도 어느 정도 남는지를 보는 일이다.

다만 정확히 계산한 환산점수도 아직 존재하지 않는 합격선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계산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나의 성적이 지원 전형에서 어떻게 평가되는가까지다. 지원자들이 어디로 움직일지는 별도의 불확실성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따라서 비교 자료와 자신의 환산점수를 함께 보되, 예측의 범위를 넘어선 확신을 지원 결정의 근거로 삼지 않는 편이 타당하다.

신설학과를 선택할 이유는 지난해 숫자가 비어 있다는 데서 끝날 수 없다. 교육과정이 자신의 목표와 맞고 자격과 진로를 제대로 이해했으며 실제 선발 조건으로 성적을 검토했을 때 선택에 설명이 생긴다.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아무도 모르는 합격선을 알아냈다는 확신보다, 합격 후 무엇을 배우려는지와 예상이 빗나갈 가능성까지 설명하는 판단이다. 선택의 이유가 분명할 때 비로소 새 학과는 막연한 기회가 아니라 자신의 선택지가 된다.

기사 출처: 베리타스알파, 조혜연 기자, 「[단독][2027정시] 입결 없는 첫 선발 신설학과 주목」(제목 일부), 2026.10.23 입력 16:40·수정 16:43. https://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633339

공식 자료: 연세대학교 서울캠퍼스 2027학년도 정시모집요강, 인쇄면 1–2쪽(분리·신설), 8쪽(과정·응시자격), 17–18쪽(수능 반영). https://admission.yonsei.ac.kr/seoul/upload/guide/20260901184445WSGU8N.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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