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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정책

교육감 한 표가 자녀의 시간표를 바꾼다

6·3 지방선거 전체 평균 경쟁률은 1.8대 1로 역대 최저다. 그런데 교육감 선거만 따로 떼어보면 전국 16개 시도에 58명이 등록해 3.6대 1로 두 배다. 서울은 8명, 대전은 5명이 출마했고 경기와 전북은 양자대결로 좁혀졌다. 시·도지사 자리가 비어가는 사이,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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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한 표가 자녀의 시간표를 바꾼다

6·3 지방선거 전체 평균 경쟁률은 1.8대 1로 역대 최저다. 그런데 교육감 선거만 따로 떼어보면 전국 16개 시도에 58명이 등록해 3.6대 1로 두 배다. 서울은 8명, 대전은 5명이 출마했고 경기와 전북은 양자대결로 좁혀졌다. 시·도지사 자리가 비어가는 사이, 교육감 자리에는 사람이 몰린다. 이 비대칭이 말하는 건 단순하다. 지역 정치의 관심은 식었어도, 교육 권한을 누가 쥐느냐를 두고는 여전히 싸움이 치열하다. 그리고 권한의 끝에는 다음 학기 자녀의 시간표가 매달려 있다.

교육감은 멀고 자녀의 학기는 가깝다

학부모 대부분은 교육감이 누구인지 잘 모른 채 투표소에 들어간다. 정당 공천이 없고 기호도 없다. 후보가 8명이면 이름 여덟 개를 투표소에서 처음 본다. 그래서 교육감 선거는 관심 없는 선거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공약 흐름을 보면 이 자리는 결코 멀지 않다. AI 수업 도입 속도, 기초학력 진단 방식, 돌봄의 범위. 셋 다 자녀가 다음 학기에 직접 겪을 것들이다.

특히 중·고등 학부모에게 교육감 선거는 수능보다 가까운 변수다. 수능 출제 방향은 평가원이 정하지만 내신 절대평가·고교학점제 운영·자사고 정책·교내 AI 도구 사용 범위는 교육감이 정한다. 같은 학년 같은 과목이라도, 어느 시도냐에 따라 수행평가 비중과 보충학습 체계가 달라진다. 그러니 자녀가 어느 학교에서 어떤 4년을 보내느냐는 교육감의 결재선 위에서 결정된다.

그런데도 학부모 단톡방에서 가장 자주 오가는 질문은 학원 어디 보내느냐다. 사교육비 한 달 백만 원을 쓸지 말지는 며칠을 고민하면서 한 표로 4년을 정하는 선거에는 후보 이름 한 번 안 검색한다. 이 간극이 학부모의 약점이다.

AI·기초학력·돌봄, 세 단어가 가리키는 같은 한 가지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은 크게 세 갈래다. 하나는 기초학력과 문해력 회복이다. 다른 하나는 AI 활용 수업과 맞춤형 학습이다. 마지막은 학교가 어디까지 돌봄을 책임질 것인가다. 표면상 따로따로 보이지만 세 의제는 한 가지 질문으로 모인다. 학교가 자녀의 어디까지를 책임지느냐.

기초학력은 학교가 학습의 바닥을 잡아주겠다는 약속이다. AI 맞춤형 학습은 학교가 사교육이 해온 개별 진단을 자체적으로 하겠다는 시도다. 돌봄 확대는 학교가 가정의 빈 시간까지 끌어안겠다는 선언이다. 셋을 합치면 학교의 영역이 점점 넓어진다. 듣기 좋은 방향이다. 하지만 학교가 넓어진다는 건, 가정이 좁아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경기도 두 후보의 대비가 이 지점을 보여준다. 한 후보는 AI 기반 학습 플랫폼을 중심으로 학생 맞춤형 학습을 발전시키겠다고 한다. 다른 후보는 문해력·독서·사고력을 전면에 내세운다. AI가 중요해도 읽고 생각하는 힘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둘은 진보·보수의 대립이라기보다, 학습의 무게중심을 기계에 둘 것인가 사람에 둘 것인가의 차이다. 학부모 입장에서 보면 이건 추상적인 노선 문제가 아니다. 자녀가 매일 30분을 태블릿 앞에서 보낼지, 책상 앞에서 종이를 넘길지의 문제다.

AI 맞춤형 학습이 작동하려면 학생의 학습 데이터가 쌓여야 한다. 학교가 자녀의 오답 패턴, 풀이 시간, 클릭 동선까지 들고 있게 된다. 효율은 올라간다. 동시에 내 아이가 어디서 막히는지를 학부모가 직접 보던 감각은 사라진다. 이 감각을 학교에 넘기는 게 맞는지, 아니면 가정에서도 손에 쥐고 있어야 하는지. 이 판단은 후보의 공약집에 없다.

공약은 발표되고, 현장은 늦게 따라온다

여기서 한 박자 멈춰야 한다. 교육감 공약이 모두 학교 현장에 그대로 내려앉지는 않는다. 임기 4년 동안 예산·교원·교육부 지침이라는 세 겹의 제약을 통과한다. AI 디지털교과서만 봐도, 도입 발표 이후 학교마다 활용도가 천차만별이다. 같은 교육청 산하에서도 어떤 학교는 일주일에 두 시간 활용하고 어떤 학교는 학기 내내 한 번도 쓰지 않는다. 공약은 방향일 뿐, 자녀가 다닐 학교의 담임이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실제 변수다.

기초학력 공약도 마찬가지다. 학습 결손을 진단하고 채우겠다는 말은 모든 후보가 한다. 그러나 진단 도구가 무엇인지, 부족한 학생을 어떤 방식으로 끌어올릴지, 그 시간을 정규수업 안에 넣을지 방과후로 뺄지는 다 다르다. 방과후로 빠지면 학원 시간과 부딪힌다. 정규수업 안으로 들어오면 상위권 학생의 진도가 늦춰진다는 불만이 나온다. 어느 쪽이든 누군가는 손해를 본다. 공약 한 줄로는 안 보이는 균열이다.

돌봄 확대도 중·고등 학부모에겐 양면이다. 초등 돌봄과 달리 중·고등은 돌봄이라는 단어 자체가 어색하다. 하지만 야간자율학습 운영 방식, 방과후 학습실 개방 시간, 학교 안 진로상담 인력 같은 게 모두 돌봄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게 늘어나면 학원 의존도가 줄 수도 있고 반대로 학교가 다 못 채우는 영역이 더 또렷이 드러날 수도 있다. 공약의 효과는 약속이 아니라 운영에서 결정된다.

후보가 아니라 운영을 본다

그래서 학부모가 봐야 할 건 후보의 슬로건이 아니라, 그 후보가 지난 자리에서 무엇을 어떻게 운영했는지다. 현직 재선 도전 후보라면 지난 4년 동안 추진한 정책 중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살아남은 게 무엇인지, 사라진 게 무엇인지를 봐야 한다. 신인 후보라면 그 후보가 말하는 정책이 어느 시도에서 이미 시도된 적이 있는지, 결과는 어땠는지를 검색해봐야 한다.

AI 교육을 강조하는 후보라면, AI를 무엇으로 보고 있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학생 진단 도구로 쓰겠다는 것인지, 교사 업무 보조로 쓰겠다는 것인지, 학생이 직접 다루는 도구로 가르치겠다는 것인지. 셋은 완전히 다른 정책이다. 기초학력을 강조하는 후보라면, 진단을 어디서 어떻게 할지, 결과를 학부모에게 어디까지 공개할지를 봐야 한다. 진단 결과가 학부모에게 공유되지 않는 정책은, 가정에서 도울 여지를 막아버린다.

정당 공천이 없으니 후보를 진영으로 줄 세우기 어렵다. 진보·보수라는 익숙한 라벨로는 이번 선택이 잘 안 풀린다. 라벨을 떼고 운영 이력을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게 학부모가 이 선거에서 가져야 할 시선이다.

이번 주에 자녀와 한 번 해볼 일

거창한 정치 토론을 권하는 게 아니다. 이번 주 저녁, 자녀에게 한 가지만 물어보면 된다. 학교에서 AI를 쓰는 수업이 있냐, 있다면 그게 도움이 된다고 느끼냐. 그리고 자녀의 대답을 끊지 말고 끝까지 듣는다. 도움이 된다면 어떤 점에서 되는지, 안 된다면 무엇이 걸리는지. 이 짧은 대화 한 번이 후보 공약 열 개를 읽는 것보다 정확한 기준을 준다.

왜냐하면 교육감의 공약은 추상이지만 자녀의 경험은 구체이기 때문이다. 자녀가 태블릿 켜놓고 멍 때릴 때가 많다고 답하면, AI 공약이 화려한 후보보다 운영을 챙기는 후보가 눈에 들어온다. 자녀가 책을 안 읽은 지 오래됐다고 답하면, 문해력·독서를 앞세운 후보의 말이 다르게 들린다. 자녀의 한 문장이 후보를 거르는 필터가 된다.

한 표가 학기를 바꾸지는 못한다. 하지만 한 표를 어떻게 던질지 고민하는 30분이, 자녀의 학교생활을 보는 학부모의 해상도를 바꾼다. 그게 이번 선거에서 가정이 가져갈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소득이다.

닫지 않은 채로 남겨두는 질문

다시 처음 숫자로 돌아간다. 3.6대 1. 58명의 후보가 16개 자리를 두고 다툰다. 그 자리에 앉는 사람은 자녀의 시간표·내신 운영·AI 도구 사용·방과후 구조에 4년간 손을 댄다. 학부모가 단톡방에서 학원 정보를 주고받는 시간의 10분의 1만 후보 운영 이력에 써도, 선택의 정확도는 달라진다.

그래서 묻고 싶다. 자녀의 다음 학기를 결정하는 사람의 이름을, 지금 몇 명이나 댈 수 있는가. 이름을 모른 채 보낸 지난 4년과, 이름을 알고 보낼 다음 4년은 같은 4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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