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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합격수기 대신 성장 과정, 서울대 신입생이 남긴 세 문장

서울대가 아로리에 공개한 신입생이 들려주는 고교생활 이야기. 쉬운 과목 대신 궁금한 과목, 질문하는 힘, 하나의 키워드로 과목을 꿴 신입생들의 성장 과정을 한국 학생 공부에 연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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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수기 대신 성장 과정, 서울대 신입생이 남긴 세 문장

서울대가 6월 17일 입학웹진 아로리를 통해 2026학년도 신입생이 들려주는 고교생활 이야기를 공개했다. 합격수기 대신 구체적 성장 과정을 케이스별로 담았다. 신입생들이 입을 모은 조언은 세 가지다. 진로는 처음부터 정해지지 않는다, 과목은 서로 연결돼 있다, 질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으로 선택과목 비중이 커진 지금, 이 자료는 서울대 학종이 어떤 학생을 뽑는지 보여주는 사례집이다. 합격 결과만 적힌 수기와 달리, 3년 동안 무엇을 어떻게 고민했는지가 문장으로 남았다는 점이 다르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공개한다는 것은, 대학이 등급표 뒤에 있는 학생의 선택과 고민을 본다는 뜻이다. 진로는 처음부터 정해지지 않는다, 과목은 서로 연결돼 있다, 질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세 문장은 서로 떨어진 조언이 아니라 한 학생의 3년을 관통하는 하나의 태도로 묶인다. 한국 학생에게 이 기록은 막연한 모범 사례가 아니라, 당장 다음 학기 선택과목표 앞에서 떠올릴 기준이 된다.

쉬운 과목 대신 궁금한 과목을 고른 신입생들

서울대 신입생들이 가장 많이 꺼낸 단어는 도전이었다. 고교 현장의 다수는 성적이 잘 나오는 과목을 고른다. 신입생들은 반대로 움직였다. 선택과목을 정할 때 성적 유불리나 수강 인원보다 관심 분야와 진로, 학문적 호기심을 먼저 봤다. 경제학부 새내기 E씨는 "서울대는 학생의 도전적인 선택과목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안정적인 성적을 위해 선택자 수가 많은 과목을 고르는 것보다 진로와 흥미에 맞는 과목을 공부해 보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경제학부 권장 과목인 미적분과 확률과통계에 더해, 선택자가 적은 경제 과목과 공동교육과정의 국제경제까지 이수했다. 선택자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등급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뜻이지만 그는 그 불리함을 감수하고 진로에 맞는 과목을 택했다.

인문계열 새내기 A씨도 학습 부담을 감수하고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를 모두 들었다. 그는 "이 과목을 선택하면 진로에는 도움이 되지만 성적 때문에 회피하고 싶은 유혹이 생길 수 있다"며 "그럴 때는 이 선택이 정말 나를 위한 선택인지 스스로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생활과학대학 아동가족학전공 K씨는 과학에 큰 흥미가 없었지만 전공 연관성을 고려해 생명과학을 이수하고 부족한 부분을 메웠다. 흥미가 없는 과목이라도 전공과 이어진다면 피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내신 등급을 지키려 안전한 과목만 모으는 전략과는 결이 다르다. 성적표에 찍힌 등급보다, 그 과목을 왜 골랐는지가 3년 기록에 남는다. 같은 등급을 받아도 어떤 과목에서 받았는지에 따라 평가가 갈린다는 신호다. E씨의 국제경제와 A씨의 언어와 매체, K씨의 생명과학은 과목 이름은 달라도 같은 원칙을 가리킨다. 성적이 아니라 진로가 과목 선택의 기준이었다는 점이다.

진로는 정해지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

눈에 띄는 대목은 상당수가 처음부터 진로가 또렷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여러 과목을 거치며 적성과 흥미를 찾았다. 전기정보공학부 새내기 G씨는 고교 입학 당시 법조인을 꿈꿨다. 과학 수업과 프로그래밍 활동을 거치며 물리와 인공지능으로 관심이 옮겨갔다. 그는 사회계열 과목과 수학·과학 심화 과목을 함께 들으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살폈고 결국 공학 계열을 택했다. G씨는 "진로는 한순간에 단순하게 정해지지 않는다"며 "여러 수업을 들으며 어떤 공부를 할 때 행복한지 끊임없이 질문했다"고 말했다. 법조인에서 공학으로 바뀐 그의 진로는 흔들린 것이 아니라, 과목을 거치며 다듬어진 결과다.

철학과 새내기 C씨는 철학에 관심을 두면서도 천문학에 끌려 수학과 물리학, 지구과학을 모두 이수했다. 그는 "자연과학을 좋아하는 이유도 결국 철학적 관심과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서로 멀어 보이는 철학과 자연과학이 한 사람 안에서 이어진 셈이다. 산림과학부 새내기 J씨는 새를 관찰하는 탐조 활동에서 출발한 관심이 생태학과 산림과학으로 자랐다. "학종을 준비했던 3년은 단순한 입시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한 시간이었다"는 말이 그 과정을 압축한다. 진로 칸을 일찍 채우고 거기에 자신을 맞추는 방식과, 과목을 거치며 진로를 빚어가는 방식은 출발점부터 다르다. G씨가 법조인에서 공학으로, J씨가 탐조에서 산림과학으로 옮겨간 길은 진로가 미리 정해진 답이 아니라 탐색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진로가 아직 또렷하지 않다는 사실은 약점이 아니라, 탐색의 출발선일 수 있다.

하나의 질문으로 과목을 꿰는 법

신입생들은 선택과목을 따로 노는 목록이 아니라 하나의 주제 아래 묶었다. 인문계열 새내기 B씨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놓고 윤리와 사상, 정치와 법, 세계사,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를 골랐다. 그는 "하나를 위한 탐구보다 하나를 통한 탐구가 중요하다"며 "하나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과목을 연결하면 3년간의 성장 과정을 유기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섯 과목이 제각기 흩어진 점수표가 아니라, 하나의 질문을 향한 다섯 갈래의 탐구로 읽히는 것이다. 약학계열 새내기 M씨도 학생부 기재 내용 사이의 연결성을 따져 과목을 정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분야에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는 설명이다. B씨의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처럼, 하나의 질문이 정해지면 과목 선택의 기준도 자연히 따라온다.

융합도 같은 맥락이다. 한 과목만 깊게 파기보다 여러 교과를 잇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의예과 새내기 L씨는 "물리학에서 나온 내용이 화학과 지구과학에서, 화학에서 배운 내용이 생명과학에서 이어지는 것을 보며 과목 간 연관성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 과목만 좋아하거나 다른 과목을 배척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M씨 역시 "과학 탐구 과목은 경계가 불분명할 정도로 서로 연결돼 있다"고 했다. 시험 범위를 과목별로 쪼개 외우는 내신 공부 습관만으로는 이 연결이 잘 보이지 않는다. 과목을 칸칸이 나눠 암기하면 점수는 나와도, 과목 사이의 다리는 보이지 않는다. B씨가 질문으로 과목을 묶었다면, L씨는 과목 사이에서 같은 원리가 반복되는 것을 보며 연결을 실감했다. 자기주도 학습은 과목과 과목 사이에 다리를 놓는 데서 갈린다.

환경 탓 대신 공동교육과정을 찾아 나선 학생들

서울대는 주어진 환경에서 얼마나 진로 탐색에 노력했는지를 본다. 신입생들은 학교에 없는 수업까지 찾아 나섰다. 경영대 새내기 F씨는 학교에 개설되지 않은 창업 관련 수업을 공동교육과정으로 들었다. 그는 "환경이 제한적이라고 해서 배움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며 "스스로 기회를 찾아 나서는 태도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말했다. 항공우주공학과 새내기 I씨는 공동교육과정으로 심화수학Ⅰ·Ⅱ와 고급수학Ⅰ·Ⅱ를 이수했다. 그는 정규분포 공식의 유도 과정을 직접 따라가고 테일러 급수로 자신의 연구를 해석하는 경험을 통해 수학을 더 본질적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학교 시간표 안에 없던 과목이, 자신의 연구를 풀어내는 도구가 된 셈이다. F씨가 창업 수업을, I씨가 심화수학과 고급수학을 학교 밖에서 끌어온 것은 환경의 빈칸을 스스로 메운 기록이다.

공동교육과정은 내 학교 시간표 밖에 있는 선택지다. 학교 안 과목만으로 진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 때 꺼낼 수 있는 카드다. 수능 공부에 쫓기다 보면 이런 외부 수업을 사치로 여기기 쉽다. 신입생들의 사례는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시간을 쪼개 학교 밖 수업까지 끌어온 기록이, 똑같은 내신 등급을 받은 다른 학생과 나를 가른다. F씨가 없는 창업 수업을, I씨가 심화·고급수학을 공동교육과정에서 찾은 것은 환경의 한계를 핑계로 삼지 않은 선택이다. 환경이 부족하다는 말은 흔히 핑계가 되지만 이들은 같은 환경 안에서 없는 수업을 찾아 나서는 쪽을 택했다. 시간 관리의 핵심은 무엇을 빼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시간을 만드느냐다.

교과서 의문에 갈고리를 거는 탐구

신입생들은 수업과 교과서에서 생긴 의문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인문계열 새내기 A씨는 언어와 매체 수업에서 학교문법과 학술문법의 차이를 발견하고 이를 주제로 탐구를 이어갔다. 그는 "공부하며 마주치는 우연한 의문을 간과하지 말라"며 "모든 텍스트에 갈고리를 걸 줄 아는 학생이 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수업 한 장면에서 스친 차이가, 하나의 탐구 주제로 자란 것이다. 경제학부 새내기 E씨는 대학 교재를 참고해 교과서에 없는 내용을 찾고 수학 교과서에서 생략된 원리를 직접 파헤치며 학업적 호기심을 넓혔다.

질문은 거창한 데서 시작하지 않는다. 수업 중 스친 한 줄, 교과서가 건너뛴 한 단계가 출발점이다. 문제를 풀고 정답을 맞히는 데서 멈추는 공부와, 왜 이 식이 이렇게 되는지 되묻는 공부는 1년이 쌓이면 전혀 다른 기록을 남긴다. 갈고리를 건다는 표현은 자기주도 학습의 핵심을 짚는다. 지나가는 정보에 걸쇠를 걸어 내 탐구로 끌어당기는 힘이다. 교과서가 생략한 한 단계를 직접 메운 E씨의 방식이 바로 그 갈고리다. A씨가 수업 속 차이 하나를 붙들고, E씨가 생략된 원리를 직접 파헤친 것은 같은 태도의 두 모습이다. 내신 문제집 한 권을 끝내는 일보다, 그 문제집 안의 한 문장에 의문을 품는 일이 더 멀리 간다.

스펙이 아니라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활동

통념과 달리 신입생들의 학내외 활동은 화려한 스펙 쌓기와 거리가 멀었다. 대부분 일상에서 발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탐구와 실천으로 이었다. 자유전공학부 새내기 A씨는 학교 안 혐오 표현을 줄이려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넛지 이론을 활용해 학생들의 행동 변화를 유도했다. 거창한 대회 수상이나 외부 기관 이름이 아니라, 내 학교에서 내가 본 문제를 직접 건드린 기록이다. 활동의 출발점이 외부의 대회가 아니라 내 일상의 문제였다는 점이 핵심이다.

서울대가 이런 사례를 공개하는 방식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서울대는 매년 입학웹진 아로리로 신입생 인터뷰 영상과 독서 이력, 전형 안내자료, 면접 후기를 공개한다. 합격생 사례와 평가 방향을 대학이 직접 내놓는다는 점에서 투명한 입시 운영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번에 신설한 신입생의 고교생활 자료는 학종이 어떤 학생을 뽑는지 보여주는 사례집이다. 무엇을 했는지보다 왜 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성장을 이뤘는지가 평가의 축이라는 신호다. 대학이 직접 평가 방향을 공개한다는 것은, 학생이 추측에 기대지 않고 기준을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유전공학부 A씨의 혐오 표현 프로젝트가 보여주듯, 평가의 무게는 활동의 화려함이 아니라 문제의식의 진정성에 실린다. 활동의 개수를 세는 자기소개와, 하나의 문제의식을 끝까지 따라간 자기소개는 같은 줄 수라도 무게가 다르다.

내일 책을 펼칠 때 바꿀 한 가지

내일 공부에서 바꿀 한 가지는 분명하다. 과목과 활동을 묶을 '하나의 키워드'를 정하는 일이다. 인문계열 B씨가 '인간이란 무엇인가'로 다섯 과목을 꿴 방식, A씨가 언어와 매체 수업의 의문 하나를 탐구로 키운 방식은 모두 중심 질문 하나에서 갈라져 나왔다. 오늘 책상에 앉으면 먼저 내 관심을 한 문장으로 적어 본다. 그다음 지금 듣는 과목과 앞으로 고를 선택과목이 그 문장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적는다. 키워드 하나가 정해지면, 흩어져 보이던 과목들이 한 방향으로 줄을 선다.

시작은 작아도 된다. 오늘 수업에서 그냥 지나친 의문 하나를 공책 귀퉁이에 적는 것으로 충분하다. E씨처럼 교과서가 생략한 원리를 한 줄 찾아보는 것도 좋다. 성적표의 등급은 시험 한 번으로 정해지지만, 질문하는 습관은 매일의 선택으로 쌓인다. 서울대 신입생들이 남긴 조언의 핵심은 특별한 환경이 아니라 태도였다. 진로는 처음부터 정해지지 않는다, 과목은 연결돼 있다, 질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E씨의 도전적 과목 선택, G씨의 진로 탐색, B씨의 키워드 연결은 모두 이 세 문장으로 모인다. 이 세 문장은 서울대를 목표로 하지 않는 학생에게도 공부의 방향을 잡아 주는 기준이 된다. 이 세 문장을 자기주도 학습의 기준으로 삼으면, 내일의 공부 한 시간은 어제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서울대 신입생들이 남긴 기록은 결국 무엇을 외웠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궁금해했느냐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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