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학원·교육

9품사는 외울 목록이 아니라 문장을 보는 틀이다

9품사를 내신 암기 목록으로 가르친 교실과 문장 분해 도구로 가르친 교실은 몇 해 뒤 독해력에서 갈린다. "아이가 책을 읽는다" 한 문장에서 시작하는 문법 수업 재설계를 학원 강사와 교사 관점에서 짚는다.

MakeItClear읽는 시간 5분

9품사는 외울 목록이 아니라 문장을 보는 틀이다

중학교 국어 시간에 9품사가 등장하면 교실 공기가 바뀐다. 명사와 대명사, 수사와 조사가 칠판에 줄지어 적히고, 아이들은 이걸 외워야 하는지부터 묻는다. 조선에듀에 글을 쓴 염보윤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성동뉴타운 교육센터 원장은 9품사를 내신 점수용 암기 목록으로 보지 않는다. 문장을 구조로 읽고 쓰는 기본 틀로 본다. 학원 강사와 교사가 문법 단원을 다루는 방식도 이 지점에서 갈린다.

"이걸 왜 배워요"가 나오는 자리

중학교에 들어가면 국어 문법을 본격적으로 배운다. 9품사는 그중 첫 관문에 가깝다. 명사, 대명사, 수사, 동사, 형용사, 관형사, 부사, 조사, 감탄사. 아홉 개 이름을 처음 만난 아이는 낯설어한다. 그래서 거의 같은 질문이 나온다. "이걸 왜 배워야 하지?" "이걸 외우라는 건가?" 염보윤 원장은 이 질문을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본다. 문제는 질문이 아니라 답하는 방식이다. 많은 아이가 의문을 품은 채로 일단 외우려 든다. 품사를 암기 대상으로만 받아들이면 필요성은 더 멀어진다. 중학교 국어 내신 범위에 들어가니까 외운다는 태도로는 단어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 학원가에서 문법 단원이 유독 지루한 진도로 굳는 이유도 여기에 가깝다. 강사가 품사표를 나눠 주고 외우라고 하면, 아이는 시험이 끝나는 순간 그 표를 버린다.

품사는 단어가 맡은 역할을 적은 표다

품사가 무엇인지부터 다시 잡아야 한다. 품사는 단어를 모양이나 소리로 나눈 분류가 아니다. 문장 속에서 각 단어가 맡는 일에 따라 나눈 기준이다. 같은 단어라도 문장 안에서 하는 역할이 다르면 자리가 달라진다. 우리말은 이 역할을 아홉 갈래로 나눠 9품사라고 부른다. 명사는 이름을 가리키고, 동사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조사는 단어 사이의 관계를 묶는다. 핵심은 이름 아홉 개를 외우는 데 있지 않다. 한 단어가 문장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묻는 습관에 있다. 염보윤 원장은 품사를 문장을 이루는 기본 단위를 이해하는 도구로 정리한다. 국어 교육과정이 중학교 단계에서 9품사를 배치한 흐름도 비슷하다. 이 시기에 문장을 부품 단위로 분해하는 눈을 길러 두면, 이후의 읽기와 쓰기가 그 위에 쌓인다. 단어를 낱개로 외우는 학습과 역할로 이해하는 학습은 출발선부터 다르다.

"아이가 책을 읽는다"를 뜯어보면

염보윤 원장이 든 예문은 단순하다. "아이가 책을 읽는다." 이 한 문장 안에서 행동의 주체는 '아이'다. 행동의 대상은 '책'이고, 실제 움직임을 나타내는 말은 '읽는다'이다. 여기서 멈추면 명사, 동사, 조사라는 용어 암기로 끝난다.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다른 게 보인다. 문장을 이루는 기본 틀, 곧 누가 무엇을 어찌한다는 구조가 드러난다. 같은 단어도 문장 속 위치와 기능이 바뀌면 의미가 달라진다. 품사를 안다는 것은 이 자리값을 읽어 낸다는 뜻이다. 교사가 칠판에 예문 하나를 적고 주체와 대상과 행동을 손으로 짚어 가는 5분이, 품사표 아홉 줄을 받아쓰는 한 시간보다 오래 남는다. 문법 수업이 분석의 경험이 되는 순간이다. 용어는 그 경험에 이름표를 붙이는 일일 뿐이다.

긴 지문 앞에서 무너지지 않는 독해

구조가 익숙해지면 읽기의 방식이 달라진다. 글을 읽을 때 문장을 하나의 덩어리로 통째 받아들이지 않는다. 의미 단위로 끊어서 이해한다. 그 결과 긴 글을 읽을 때 부담이 줄어든다. 누구든 문장을 통째로 삼키면 글이 길어질수록 길을 잃는다. 그래서 문장을 나누어 보는 연습이 중요하다. 이 대목은 수능 국어 독서 지문이나 내신 비문학 지문을 떠올리면 더 분명해진다. 한 문장이 여러 줄로 늘어진 지문에서, 주어와 서술어를 빠르게 짚어 내는 학생과 글자만 따라 읽는 학생의 독해 속도는 벌어진다. 품사 감각은 이 차이의 바닥에 깔려 있다. EBS 연계 교재의 긴 지문을 풀 때도 같다. 문장을 의미 덩어리로 자르는 힘이 곧 시간을 버는 힘이다. 9품사를 문장 분해의 도구로 가르친 교실과 암기 목록으로 가르친 교실은, 몇 해 뒤 독해력에서 다른 결과를 낸다.

잘 쓰는 손은 품사를 가려 쓴다

품사는 읽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좋은 글을 쓰는 데도 필요하다. 명사와 동사를 알맞게 배치하고 고르면 문장이 살아난다. 부사와 관형사를 적절히 쓰면 문장에 맛이 붙는다. 그러나 같은 부사와 관형사를 지나치게 얹으면 문장이 늘어지고 장황해진다. 품사를 이해하는 사람은 단어를 적재적소에 놓고 문장을 효과적으로 다듬는다. 글쓰기 첨삭에서 강사가 꾸미는 말을 덜어 내라고 말할 때, 그 조언의 정체가 바로 관형사와 부사의 절제다. 어떤 단어가 문장의 뼈대이고 어떤 단어가 장식인지 가려내지 못하면, 첨삭은 막연한 감으로 흐른다. 논술이나 수행평가 글쓰기에서 문장이 무너지는 학생일수록 품사의 역할 감각이 약하다. 염보윤 원장이 9품사를 탄탄한 문장의 첫걸음으로 묶은 이유다. 읽는 힘과 쓰는 힘은 같은 뿌리에서 자란다.

다음 문법 수업에서 바꿀 한 가지

그렇다면 강사와 교사가 당장 바꿀 수 있는 한 가지는 분명하다. 9품사 단원을 표 암기로 열지 않는 것이다. 첫 시간에 품사 아홉 개의 정의를 받아쓰게 하는 대신, 짧은 문장 하나를 칠판에 적는다. "아이가 책을 읽는다" 같은 문장이면 된다. 학생에게 행동의 주체와 대상과 움직임을 직접 짚게 한다. 용어는 그 뒤에 붙인다. 평가도 같은 방향으로 바꾼다. 품사 이름을 객관식으로 묻는 문항 대신, 주어진 문장에서 단어의 역할을 찾아 쓰게 하는 문항을 한 칸 넣는다. 내신 대비라는 명분으로 암기 진도만 빼면, 아이는 시험 직후 9품사를 잊는다. 문장을 분해해 본 경험은 수능 국어와 논술까지 남는다. 9품사는 외울 목록이 아니라 문장을 보는 틀이다. 이 한 줄을 수업의 출발점에 두는 것, 그것이 문법 단원을 문해력 수업으로 바꾸는 첫 변화다.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