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국어 134점, 졸업생 97,000명 — 6월 모의평가 점수표를 읽는 법
6월 모의평가 가채점 결과를 한국 학부모 시선으로 분석한다. 국어 134점과 영어 난도 하락, 졸업생 97,000명 접수와 고3 2만 명 감소라는 변수 속에서 자녀의 약점과 전형을 먼저 읽는 대입 준비 전략을 정리한다.

6월 모의평가 가채점 결과가 나왔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34점으로 예상되고, 지난해 수능보다 13점 낮은 수치다. 수학은 작년 수능과 비슷한 수준이고, 영어는 작년보다 조금 쉽다는 의견이 다수다. 경기 소명여고 김진석 교사는 EBS 뉴스에서 이번 시험을 작년 수능과 비슷하거나 조금 수월한 수준으로 정리했다. 그러나 점수표 위에 적힌 등급보다 더 무거운 변수가 따로 있다.
국어 표준점수가 내려앉은 자리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34점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수능보다 13점 낮은 수치다. 최고점이 내려갔다는 말은 시험이 그만큼 평이했다는 뜻이다. 만점과 1등급의 간격이 좁아지면 한 문제의 무게가 무거워진다. 평소보다 등급이 잘 나온 자녀라면 실력이 갑자기 늘어서가 아니라 시험이 수월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진석 교사는 지금 공개된 수치가 가채점 기반 등급컷이라고 짚었다. 실제 채점 결과와는 차이가 날 수 있다. 그래서 등급컷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당부가 따라붙는다. 점수표를 받아 든 부모가 가장 먼저 할 일은 환호도 한숨도 아니다. 134점이라는 평이함이 자녀의 약점을 덮고 있지는 않은지 들여다보는 일이다. 수능은 6월 모평보다 어렵게 출제될 여지가 있다. 쉬운 시험에서 나온 좋은 등급은 본수능에서 그대로 반복되지 않는다.
영어, 작년의 3%대를 기억하는 시험
지난해 수능 영어는 1등급 비율이 3%대 초반에 그쳤다. 절대평가 영어에서 1등급이 이렇게 적게 나온 것은 시험이 매우 어려웠다는 증거다. 많은 수험생이 영어 한 과목에 발목을 잡혔다. 평가원은 출제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6월 모의평가 영어는 작년 수능보다 조금 쉬운 수준으로 보는 의견이 다수다. 다만 변별력은 확보됐고, 까다롭게 느낀 수험생도 적지 않았다. 영어가 절대평가라는 이유로 사교육비를 줄여보려던 가정도 작년의 충격 앞에서는 흔들렸다. 점수표에서 영어 등급만 확인하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김진석 교사는 6월 모평이 변별만을 위한 시험이 아니라 응시집단의 수준과 학습 상황을 파악하는 시험이라고 했다. 영어를 까다롭게 느꼈다면 그 지점이 바로 남은 다섯 달의 출발선이다. 낙심할 자리가 아니라 보완할 자리다.
졸업생 97,000명이라는 진짜 변수
이번 6월 모의평가에 접수한 졸업생은 97,000명 수준이다. 최근 3년 통계를 보면 접수 인원의 85%가량이 실제로 응시한다. 그러면 이번 응시 졸업생은 82,000명에서 83,000명 전후로 추정된다. 작년 6월 모평보다 6,000명 이상 늘어난 규모다. 김진석 교사는 이 증가세가 본수능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올해 졸업생과 검정고시생 응시자는 170,000명 수준으로 예측된다. 졸업생이 늘면 상위 등급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진다. 정시 수능전형은 물론이고 수시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맞춰야 하는 학생에게도 부담이 된다. 3월이나 5월 학력평가보다 6월 성적이 낮게 나왔다면 이유는 단순하다. 실력이 떨어진 게 아니라 경쟁 집단이 달라졌다. 교육청 학력평가에는 없던 졸업생이 6월부터 들어온다. 자녀의 6월 등급을 3월과 나란히 놓고 실망하는 것은 잘못된 비교다.
고3 2만 명 감소가 만드는 빈틈
졸업생 증가만 보면 입시가 더 빡빡해 보인다. 그런데 반대 방향의 숫자가 하나 더 있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수는 작년보다 2만 명 이상 줄었다. 졸업생은 늘었지만 전체 수험생 수는 오히려 감소했다. 김진석 교사는 이 때문에 각 전형의 경쟁률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졸업생 증가로 인한 부담이 전체 인원 감소로 일부 상쇄되는 셈이다. 이 두 숫자를 함께 읽어야 입시 지형이 보인다. 졸업생 증가라는 공포 하나만 붙들면 불필요한 사교육비 지출로 이어지기 쉽다. 김진석 교사는 교과성적과 학생부, 모의고사 성적을 분석해 유리한 전형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자녀에게 맞는 전형을 먼저 정하는 일이 학원을 한 곳 더 늘리는 일보다 앞선다. 같은 다섯 달이라도 전형이 정해진 학생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가채점을 등급컷으로 읽지 않기
가채점은 잠정적인 원점수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김진석 교사는 점수 그 자체나 집단 내 상대 위치에만 집중하지 말라고 했다. 대신 자신의 실력에 대한 냉정한 진단에 초점을 두라고 했다. 어떤 영역의 어떤 유형에서 부족했는지 살피는 것이 다음 시험을 위한 최선이다. 부모가 자녀와 점수표를 펼칠 때도 같은 원칙이 통한다. "몇 등급이야"라는 질문보다 "어디서 틀렸어"라는 질문이 멀리 간다. 등급컷은 실제 채점에서 바뀐다. 가채점 한두 과목의 등급에 흔들려 학습 계획 전체를 뒤엎는 것은 위험하다. 틀린 유형을 정리한 오답 목록 한 장이 등급컷 표보다 자녀 진로에 가깝다. 수능은 약점을 가장 정확히 찾아낸 학생에게 유리한 시험이다. 6월 모평은 그 약점을 미리 보여주려고 존재한다.
연계율 50%를 외우기로 착각하면
이번 6월 모의평가도 각 영역의 EBS 연계율이 50% 이상이었다. 연계교재를 충실히 공부한 학생일수록 시험장에서 느끼는 안정감이 컸다. 하지만 연계율이 높다고 문제와 답을 외우는 공부로는 통하지 않는다. 수능은 교재 문제를 그대로 가져오지 않는다. 형식을 활용하거나 소재를 변형해 출제한다. 국어는 지문과 작품의 핵심 내용과 구조를 자신의 말로 정리해야 한다. 수학은 각 문항에 어떤 개념이 어떻게 쓰였는지 분석해야 한다. 영어는 지문의 소재와 논리 전개를 충분히 이해해야 변형된 문제에 흔들리지 않는다. 김진석 교사는 몇 번을 봤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봤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자녀가 같은 교재를 여러 번 봤다고 안심하기 전에 그 내용을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편이 낫다. 내신 공부에서도 통하는 원칙이다. 외운 학생과 이해한 학생은 변형된 문항 앞에서 갈린다.
이번 주, 점수표 대신 자녀와 펼칠 종이 한 장
수능까지 다섯 달 남짓 남았다. 김진석 교사는 가장 먼저 자녀가 공부에 쓸 수 있는 시간이 얼마인지 점검하라고 했다. 그 시간 안에 어느 정도를 해낼 수 있는지 가늠하고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는 순서다. 이번 시험은 현행 선택형으로 치러지는 마지막 수능이기도 하다. 내년부터 골격이 크게 바뀌어 재수의 부담이 평소보다 무겁다. 그래서 올해 한 번의 기회를 더 정밀하게 써야 한다. 이번 주 자녀와 마주 앉아 등급컷 표를 덮고 다른 종이 한 장을 펴는 편이 낫다. 그 종이에는 두 가지만 적는다. 남은 시간에 보완할 약점 영역 하나, 그리고 주력으로 삼을 전형 하나. 점수에 흔들린 저녁 한 번보다 약점을 적어 내려간 저녁 한 번이 다섯 달을 바꾼다. 부모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자녀의 등급이 아니라 자녀가 점수표를 읽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