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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정책

교실에 들어온 AI: 118개 학교, 167억 원이 바꾸는 배움의 좌표

교육부가 2026년 인공지능 융합형 교육실 지원 대상으로 전국 118개 학교를 골랐다. 투입되는 예산은 총 167억 원, 선정된 학교들은 하반기까지 공간 구축을 마치고 운영에 들어간다. 숫자만 보면 시설 사업 하나가 추가된 정도지만 안에는 AI를 어떤 자리에 놓을 것인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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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 들어온 AI: 118개 학교, 167억 원이 바꾸는 배움의 좌표

교육부가 2026년 인공지능 융합형 교육실 지원 대상으로 전국 118개 학교를 골랐다. 투입되는 예산은 총 167억 원, 선정된 학교들은 하반기까지 공간 구축을 마치고 운영에 들어간다. 숫자만 보면 시설 사업 하나가 추가된 정도지만 안에는 AI를 어떤 자리에 놓을 것인가에 대한 한 나라의 선택이 담겨 있다. AI를 따로 떼어 가르치는 과목으로 둘지, 아니면 수업과 활동 곳곳에 스며들게 할지의 갈림길에서, 이 사업은 후자를 택했다.

168억이 짓는 것은 건물이 아니라 동선이다

167억 원을 118개 학교로 나누면 한 학교당 평균 1억 원이 조금 넘는다. 이 돈은 기자재와 공간을 만드는 데 쓰이지만 진짜로 설계되는 것은 학생이 하루 동안 움직이는 동선이다. 교육실이라는 이름이 붙은 순간, 공간은 시간표 위에 자리를 잡는다. 어떤 수업이 그곳에서 열리고 어떤 동아리가 방과 후에 모이는지가 정해지면, AI는 더 이상 화면 속 개념이 아니라 학생이 매주 발을 들이는 장소가 된다.

공간이 행동을 바꾸는 힘은 익히 알려져 있다. 도서관이 있는 학교의 아이는 책을 더 가까이 두고 운동장이 넓은 학교의 아이는 더 많이 뛴다. 별도의 교육실이 생긴다는 것은 AI를 다루는 일이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의 반복이 된다는 의미다. 하반기 운영이라는 일정도 그래서 중요하다. 1년에 한두 번 열리는 행사가 아니라, 학기 내내 돌아가는 공간으로 설계됐다.

과목의 칸막이를 넘으려는 시도

이번 사업의 핵심은 AI가 별도 과목의 경계를 넘어 교과 수업과 창의적 체험활동, 융합교육 동아리로 연결된다는 데 있다. 그동안 새로운 지식이 학교에 들어올 때 가장 흔한 경로는 과목 신설이었다. 코딩이든 환경이든,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하나의 시간표 칸으로 분리됐다. 분리는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지만 동시에 지식을 한 칸 안에 가둔다.

AI 융합형 교육실은 다른 길을 제시한다. 국어 시간에도, 과학 시간에도, 동아리 활동에서도 AI가 도구로 등장하도록 공간을 비워 둔 셈이다. 이 방식은 교사에게 더 많은 부담을 지운다. 정해진 교과서 한 권으로 끝나지 않고 각 과목 교사가 자기 수업에 AI를 어떻게 끌어들일지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칸막이를 없애는 일은 늘 칸을 지키던 사람의 일이 늘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사업의 성패가 건물이 아니라 안에서 가르치는 사람에게 달린 이유다.

문제 해결형 학습이라는 오래된 숙제

이 흐름이 향하는 곳은 문제 해결형 학습이다. 정답을 외워 고르는 훈련에서, 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를 다루는 훈련으로 옮겨 가는 일은 한국 교육이 오래 입에 올려 온 목표다. 다만 말과 현실의 거리가 멀었다. 평가가 객관식으로 남아 있는 한, 수업이 아무리 열린 형태를 지향해도 결국 채점 가능한 정답으로 수렴하기 쉬웠다.

AI 도구는 이 거리를 좁힐 여지를 준다. 학생이 직접 데이터를 모으고 모델을 돌려 보고 결과가 틀렸을 때 왜 틀렸는지 따져 보는 과정 자체가 정답이 하나로 떨어지지 않는 경험이다. 상상을 현실로 만든다는 이 사업의 표현은 그저 수사가 아니라, 머릿속 아이디어를 손으로 구현해 보고 실패해 보는 과정을 가리킨다. 문제를 푸는 학생이 아니라 문제를 만들고 다듬는 학생을 길러 낼 수 있느냐가 167억 원의 실제 시험대다.

디지털 소양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디지털 소양이라는 단어는 흔히 기기를 잘 다루는 능력으로 좁게 읽힌다. 그러나 AI가 일상에 들어온 환경에서 소양의 무게중심은 조작 기술에서 판단력으로 옮겨 간다. AI가 내놓은 결과를 그대로 믿을지, 어디까지 의심할지, 무엇을 사람이 결정해야 하는지를 가늠하는 감각이 더 중요해진다.

교육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은 이 감각을 기르기에 유리하다. 혼자 화면을 들여다보는 대신 같은 공간에서 친구와 결과를 비교하고 의견이 갈리는 순간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AI가 두 학생에게 다른 답을 줬을 때, 어느 쪽이 더 타당한지 따지는 대화가 곧 소양 교육이다. 기계를 다루는 법은 몇 시간이면 익히지만 기계의 답을 의심하는 태도는 반복된 경험에서만 자란다. 공간을 짓는 일이 곧 반복을 보장하는 장치인 셈이다.

118개라는 숫자가 던지는 형평성 질문

전국에는 1만 개가 넘는 초중고가 있다. 118개라는 선정 규모는 출발점이지 종착점이 아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은 형평성이다. 어떤 학교는 AI 교육실에서 매주 실습하는 동안 옆 동네 학교 학생은 같은 경험을 못 한다면, 새로운 격차가 그어진다.

이 사업이 시범의 성격을 띤다면 관건은 확산의 속도와 방식이다. 선정 학교가 쌓은 운영 경험과 시행착오가 나머지 학교로 흘러가지 않으면, 118개는 섬으로 남는다. 반대로 이곳에서 다듬어진 수업 모델과 교사 연수 자료가 공유되면, 직접 예산을 받지 못한 학교도 결과를 가져다 쓸 수 있다. 한 해 167억 원을 들인 사업의 가치는 선정된 118개 안에서가 아니라, 밖으로 얼마나 새어 나가느냐로 측정된다.

이 소식을 읽은 뒤 달라질 한 가지

이 발표를 시설 뉴스로 흘려보내지 않으려면, 공간이 아니라 안에서 벌어질 일을 보면 된다. 내가 가까이 둔 학생이 다니는 학교가 118개에 들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학교가 AI를 어떤 과목과 어떻게 엮어 가르치는지 물어보는 일이 더 많은 것을 알려 준다. 들지 못한 학교라면, 선정 학교가 하반기부터 공개할 운영 사례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따라갈 길이 생긴다.

AI를 별도 과목으로 가두지 않겠다는 선택은 결국 배움의 책임을 한 칸의 교사에게서 모두에게로 넓힌다. 이 변화는 교실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정답을 고르는 훈련보다 답이 없는 문제를 다루는 훈련이 중요하다는 신호는, 학교를 떠난 사람의 일하는 방식과 판단하는 방식에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167억 원이 짓는 118개의 공간은, 이 질문이 한국 사회 어디까지 번지는지를 가늠하는 첫 좌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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